▲ 사무금융노조
사무금융노조가 "제2의 키코(KIKO·외환파생상품) 사태가 우려된다"며 금융위원회에 은행 투자일임업 허가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금융위는 다음달 첫 출시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한해 은행권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했다. 투자일임업은 금융사가 고객으로부터 일괄 위임을 받아 계좌별 자산을 운용해 주는 것을 말한다. 증권사의 고유영역이었다.

노조는 17일 오후 서울 중구 금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ISA 활성화를 위해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한다면 막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금융투자자 보호시스템을 붕괴시키는 엉뚱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은행과 증권사 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진 만큼 투자자보호 문제, 즉 불완전판매 우려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규호 노조 증권업종본부장은 "은행을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안정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는데, 금융투자상품을 일반 은행창구에서 팔면 고객들이 원금손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보호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ISA에는 예·적금뿐만 아니라 환매조건부채권(RP)·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펀드·주가연계증권(ELS)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원금손실 가능성이 없는 예·적금을 주로 판매하던 은행원이 갑자기 복잡한 금융투자상품을 다루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불완전판매와 원금손실 가능성에 노출될 여지가 높다.

노조 관계자는 "2008년 키코사태를 통해 은행의 불완전판매 실태가 드러났다"며 "당시 피해고객들은 은행이 판매하니까 예금상품인줄 알고 은행원 권유에 따라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가입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키코사태 피해자들은 수출업을 하는 중소기업에 국한됐지만 ISA는 미성년자를 제외한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판매되는 상품이어서 상황이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성명을 내고 "투자일임형 ISA는 금융투자상품에 전문화된 금융투자회사가 판매하는 것이 마땅하며, 전문성이 부족한 은행은 투자자가 직접 투자대상과 기간을 지정하는 신탁방식 판매가 적합하다"며 "은행이 원하는 것을 모두 허용해 금융불안정성을 높여 온 은행 위주의 편파적 금융정책을 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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