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2016년 2월17일 박근혜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 1만5천여명을 2017년까지 추가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면서 상시·지속적 업무는 무기계약직을 고용하는 관행을 정착시키고,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보수·관리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며, 용역 노동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2004년 노무현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이후 지속돼 온 모순과 기만을 답습하고 있다.

우선 정부 대책은 “상시·지속적 업무에 무기계약직을 고용”하도록 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 2006년 8월 노무현 정부는 “상시·지속적 업무에 2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노동자를 무기(無期)계약으로 전환”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여기서 강조점은 ‘상시·지속적 업무’가 아니라 ‘2년 이상 근무’다. 즉 상시·지속적 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한다는 것이 아니라 2년 이상 동일한 업무에 고용된 경우 선택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상시·지속적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도 2년이 되기 전에 계약만료되거나 다른 업무로 전환된다면 무기계약직이 될 수 없다. 노무현 정부의 대책은 사실상 2004년 9월 정부가 입법예고한 기간제법과 동일한 내용으로, 사용기간 제한 규정만을 둔 기간제법의 모순을 그대로 담지한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여기에 더해 “근무실적·업무수행능력·업무수행태도 등 평가를 거쳐 무기계약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을 2011년 11월 내놓았다. 상시·지속적 업무에 2년 이상 사용했어도 근무평가에 따라 전환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책은 기본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대책을 계승하고 있다.

실상이 이러하니 상시·지속적 업무에 비정규직이 계속 활용되고,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규모가 크게 감소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오히려 대책을 회피하기 위해 2년이 되기 전 비정규직을 계약해지하거나 외주·용역·초단시간 노동자 등 더욱 열악한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관행이 생겨났다.

둘째, 무기계약직의 보수·관리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시정이 전혀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에서 무기계약직의 직무특성을 반영한 합리적인 임금체계를 설계하도록 임금 가이드북을 마련·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직무가치 반영, 성과 유인, 기관 내외 유사업무 임금비교 등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저성과제 해고제를 허용하는 정부 지침이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지만, 무기계약직들은 이미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근무평가에 따라 해고시킬 수 있는 규정을 적용받아 왔다. 일례로 2회 이상 최하위 등급을 받을 때 해고할 수 있는 규정이 교육부·행정자치부·문화체육관광부 등에 존재한다. 박근혜 정부는 여기에 덧붙여 직무성과급을 확산시키기 위한 통로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간접고용을 위주로 확산·악화되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대책이 없다.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이행 여부를 기관별로 자율적으로 점검하도록 한다는 것이 전부다.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 위주 대책을 피하기 위해, 정원·예산 통제로 인해, 기간제를 더욱 열악한 간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관행에 대한 대책은 없다.

외주용역화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기간제 고용을 일정 목표 비율로 제한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대책은 기간제를 간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관행을 부추길 위험마저 있다.

이번 대책은 내용 면에서나 시기 면에서나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구조개혁법안을 공공부문부터 시행하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9만여명 무기계약직화”라는 치적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 보도자료처럼 “상시·지속적 업무에 무기계약직 고용관행 정착”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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