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욱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부산고등법원 (창원)2015나130 근로자지위확인 등

1. 사건의 개요
지난 1월21일 부산고등법원(창원)은 한국지엠 자동차에서 근무한 비정규직 5명이 불법파견된 근로자로서 구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고용의제 조항에 따라 정규직 근로자지위 및 임금차액 청구가 인정된다고 선고했다. 이 사건 원고들은 조립·가공·생산관리·KD포장 공정에서 1998년 7월께 혹은 2003년 2월23일부터 현재까지 계속 근무해 왔다. 한편 2005년 금속노조의 불법파견 사업장 집단 진정에 대해 창원지방검찰청은 2007년 한국지엠 대표이사를 포함한 하청업체 대표들을 파견법 위반으로 기소했는데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으나 2010년 12월23일 2심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했고, 2013년 2월28일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그런데도 한국지엠은 계속 정규직화를 거부해 위 5명이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2014년 12월4일 1심에서 불법파견이 인정된 것에 이어 올해 1월21일 2심 법원에서도 이를 인정했다. 2심에서는 원고들이 파견인지 도급인지 여부도 쟁점이 됐지만 구 파견법상 고용의제 조항이 위헌이라는 주장도 쟁점이 됐던 바, 양자를 같이 살펴본다.

2. 근로자 파견에 관해
대상판결은 파견 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1심 판단을 대체로 원용하면서 이를 지지하고 있다. 1심 및 대상 판결은 ①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근로관계의 실질에 기초해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하에 근로자 파견 인정의 기준으로 ②계약의 내용 ③업무수행의 과정 ④계약당사자 적격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기존 대법원 판결에서 이미 인정한 바 있다. 주목할 점은 1심 및 대상 판결은 직접생산공정과 간접생산공정을 일응 나누어 판단하면서도 연속흐름 생산공정이라는 자동차 공장의 특징을 충분히 고려했다는 것이다.

즉 직접생산공정에 대해서는 “연속적으로 작동하는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차 생산 업무는 ‘단순성’과 ‘반복성’ 그리고 ‘분절성’을 그 특징으로 하는데, 작업시간과 속도는 물론, 작업의 양과 방식까지도 전체로서 설계된 컨베이어벨트의 이동속도 등에 좌우된다. 위와 같은 ‘단순반복성’과 ‘분절성’은 개별 근로자들에 대한 지휘·명령을 컨베이어벨트의 속도와 작동조건 등을 통제하는 것으로 상당 부분 대체시켜, 해당 업무에 투입된 근로자들에 대한 구체적 작업지시나 명령의 필요성을 감소시키는 한편, 중단 없이 작동하는 라인의 특성으로 인해 일부 공정에서의 작업 중단은 곧바로 전체 자동차 생산 업무의 중단으로 이어지는 등 개별 업무들 사이의 유기적 연관성이 증대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위와 같은 특성으로 인해 컨베이어 작업의 경우 제공된 근로 자체와 그로 인해 완성된 일의 결과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아, 수급업체의 자율적이고 독자적인 업무 수행이 용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수급업체의 전문성이나 고유 기술이 투입되기도 어렵다. 개별 근로자들은 마치 컨베이어 장치의 일부와 같이 분절화된 업무를 반복하는 것으로 자신의 임무를 다하게 되나, 일부 공정의 중단만으로도 전체 생산공정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는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생산 과정의 특성으로 인해, 컨베이어 라인에서 혼재돼 근무하고 있는 개별 근로자들은 전체 생산공정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고 또한 이는 블록화된 작업 공간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 또한 마찬가지라 할 것이어서, 위와 같은 컨베이어 작업의 특성은 장소와 형태에 따른 업무의 질적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든다”고 했다.

나아가 간접생산공정에 대해서도 컨베이어를 직접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직접생산공정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하면서도 “간접생산 업무 또한 자동차 생산 업무의 중심인 컨베이어벨트의 생산속도 및 일정에 연동돼 이뤄지게 된다. 그 결과, 간접생산 업무의 시작 및 종료시간, 연장·야간·휴일근무 시간 등이 피고가 정한 시간에 구속됐던 것은 물론, 해당 공정의 작업량이나 투입 인원 또한 컨베이어벨트의 작동 속도 내지 생산량을 감안해 책정됐다고 보인다”고 해서 연속흐름 공정이라는 생산시스템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했다. 이는 2014년 9월에 선고된 현대·기아자동차 1심 판결과 같은 취지로서 매우 타당하다.

3. 고용의제 조항은 합헌
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판결들을 지속적으로 선고하자 사용자측은 현대자동차 사건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해 현재 헌법재판소에 사건이 계류 중이다.(2010헌바474 사건 등) 헌법재판소에서 심판 중이라는 말은 (법원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기각해야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이 되므로) 법원에서는 합헌으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즉 서울고등법원 2개 재판부(2부·15부)는 합헌이라고 봤다. 또한 대법원은 2008년 9월18일 예스코 사건(전원합의체 사건)에서 고용의제 조항이 불법파견에도 적용된다는 판결을 선고하면서 고용의제 조항이 합헌임을 사실상 인정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사용자들이 계속 여러 사건에서 동일하게 위헌론을 주장하는 것은 소송 지연 목적이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한편 대상 판결은 기존 판결들에 비해 고용의제 조항이 합헌인 이유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밝히고 있는데, 주요 부분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가. 계약 자유의 원칙 및 기업의 자유 침해 주장에 대한 판단
①고용의제 규정의 입법목적과 취지는 사용사업주가 파견기간에 관한 제한 규정을 위반해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행정적 감독이나 형사처벌과는 별도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사법관계에서도 직접고용 관계 성립을 간주함으로써 근로자파견의 상용화·장기화를 방지하고 그에 따른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②2년이라는 기간이 경과되면 일률적으로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위와 같은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 되며 ③2년이라는 다소 장기간의 기간이 경과될 것을 조건으로 고용이 간주돼 사용사업주에게 고용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부여하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침해 최소성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고 ④위 규정으로 인해 침해되는 기업과 사업주 개인의 계약체결 자유의 제한이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 및 근로자파견의 상용화·장기화 방지라는 공익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

나. 명확성의 원칙 위반 주장에 대한 판단
고용의제 규정은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는 것으로 그 문언이 평이하고 구체적이어서 사회 일반인의 관점에서도 그 의미가 비교적 분명하고, 더 나아가 그 적용범위에서 위법한 파견근로자도 포함되는지,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의제되는 근로관계의 기간은 어떠한지,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로부터 받는 처우는 어떠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해석은 법원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해서 충분히 그 의미를 밝힐 수 있는 것이어서 그러한 보충적 해석이 해석자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도 없다. 그러므로 고용의제 규정은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해하거나 법집행 당국의 자의적인 집행을 가능하게 할 정도로 불명확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다. 법률유보의 원칙 및 권력 분립의 원칙 위반 주장에 대한 판단
고용의제 규정은 법률에 근거해 사용사업주의 기본권을 제한함으로써 형식적인 법률유보 원칙을 준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명시함으로써 고용간주의 주체, 성립 요건, 성립 시기, 법적 효과도 법률에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용자의 기본권 제한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해 국회가 직접 결정하고 있다. 따라서 고용간주 규정은 그 실질에 있어서도 법률에 의한 규율을 하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법률유보의 원칙 내지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라. 평등원칙 내지 체계정당성 원칙 위반 주장에 대한 판단
고용의제 규정과 같이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확보하고 사회·경제적 정의를 실현할 고용관계의 적정한 범위를 결정하는 문제는, 원칙적으로 그 성질상 입법자의 입법정책적 판단에 맡기는 것이 타당할 뿐만 아니라, 일선 산업현장의 현실과 제도의 시행 가능성 등 제반 사정까지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해야 하는 입법자의 사회정책적 판단 영역이라고 봐야 할 것이므로,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는 부분에 대한 것으로 볼 수 없고, 그로 인해 사용자의 계약 자유 또는 직업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앞서 본 위 규정의 입법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규정에 의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의 차별적 취급은 합리적이고, 입법자의 자의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도 않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나아가 고용의제 규정이 별도로 당해 파견근로자의 명시적인 반대의 의사표시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적용을 제외한 것은, 고용의제의 효과를 받는 당해 파견근로자의 의사 및 권리를 존중해 이러한 경우에는 고용의제 효과가 생기지 않는 것으로 한 것이므로, 조문의 형식상 체계 모순이라 할 수 없어 체계정당성의 원리에도 위배되지 않는다.

4. 소결
계속된 불법파견 판결에서 보듯이, 제조업(특히 자동차) 생산공정의 하도급은 불법파견이다. 고용의제 조항이 위헌이라는 주장도 계속하고 있으나 법원에서는 이를 모두 합헌이라고 보고 있다. 사용자들로서는 이와 같은 법률적 판단을 하루속히 받아들이고, 실질적인 정규직화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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