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지연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2일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 등 2대 지침을 발표했다. 헌법에 따라 법률로 정해야 할 ‘해고요건’과 ‘취업규칙 변경요건’을 행정지침을 통해 완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노동부 지침이 의도하는 방향이다. 노동부는 누구의 관점에서 변화를 의도하고 있는가.

해고를 보자. 법률은 징계해고와 정리해고에 관해서만 규정하고 있다. 통상해고도 노무제공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를 중심으로 판례가 형성돼 왔을 뿐이다. 도급과 달리 근로계약은 노무제공의 내용을 정할 뿐 일의 완성을 기준으로 정하지 않는다. 불완전 이행을 판단할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노동부는 뚜렷한 근거 없이 저성과는 ‘불완전 이행’으로서 통상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법률에 없고, 판결에서도 선례를 찾기 힘들거니와(지침에서 인용한 판례를 보더라도 귀책사유 없이 단순히 저성과만을 이유로 해고된 사례, 그것도 ‘통상해고’로 명명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입법론으로 제시되더라도 많은 논의가 필요한 일부 학자의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인사재량’을 매개로 사용자에게 평가해고의 자유를 부여하게 되면 해고제한 조항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게 된다. 어느 모로 보나 지침으로 담기에는 부적절하다.

임금은 또 어떤가. 임금은 가장 중요한 기본적 근로조건이다. 임금의 결정·계산·지급방법은 취업규칙의 필수 기재사항이다. 임금체계 변경은 강행규정에 따라 근로기준법 제94조의 절차를 요한다. 사회통념상 합리성 이론은 강행규정인 위 조항을 사실상 배제하는 것이므로 현행 법률상 인정될 수 없거나 지극히 예외적으로 엄격하게 인정돼야 한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법 문언에도 없고 예외적으로 엄격하게 적용돼야 할 ‘사회통념상 합리성’ 이론을 원칙인 것처럼 전면화하는가 하면, 아무런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임금체계 변경을 이른바 ‘경영권 사항’으로 해석하면서 사용자가 임금체계를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위험한 결론으로 나아가고 있다.

노동부의 본령은 인사권과 경영권이 아니라 노동법에 근거해 ‘노동기본권’을 수호하는 것이다. 사용자의 인사권은 성격상 그 행사에 재량권이 상당히 인정되지만, 근본적으로는 근로계약에서 발생하는 권한일 수밖에 없으므로 강행규정과 근로계약에 따른 한계를 지닌다. 특히 근로관계 유지를 전제로 한 경우보다 근로관계에 중대한 변경 또는 소멸을 가져오는 경우 인사권에서 인정되는 재량의 범위는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해고의 경우 강행규정인 근기법이 명문으로 해고의 제한을 규정하고 있는 이상 그에 따라 규율되는 것이 마땅하다.

이번 기회에 그 법적 성격이 불분명한 ‘경영권’ 담론도 재고돼야 한다. 경영권은 헌법이나 법률로 정해진 바가 없어 법적 실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영권은 어떤 특정인 또는 집단이 생산설비에 대한 소유권 혹은 주주로서 과점적 지위에 기초해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현상일 뿐 대사인적 효력을 갖는 기본권으로 보기 어렵다.

설사 기본권으로 볼 수 있더라도 노동 3권과 조화롭게 해석돼야 한다. 기업의 물적 시설에 관한 권리는 물권(절대권)이지만, 노사관계에서 사용자가 갖는 재산권은 채권(상대권)이기 때문이다. 결국 당사자 사이에 합의된 근로계약에 따라 노무제공의 이행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넘어, 근기법상 노동조건 대등결정의 원칙을 넘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배타적인 경영권’이라는 개념은 헌법 어디에도 없다.

노동부는 근거가 불명확한 2대 지침을 철회하고, 오히려 현장에서 인사권·경영권이 마치 신격화된 권리로 오인됨으로써 노동권이 침해당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노동부는 1953년 근기법 제정 이후 해고를 징계해고와 정리해고·통상해고(근로제공이 불가능한 경우)의 틀에서 다뤄 왔고, 인사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사항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된다고 봤으며(2008년 단체협약 지도지침), 연봉제 도입은 제로섬 방식뿐만 아니라 플러스섬 방식이라도 일부 근로조건이 저하될 개연성이 있다면 취업규칙 변경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해석해 왔다(근기 68207-988 등 다수).

왜 헌법과 법률은 그대로인데 노동부의 '관점'만 변화했는가. 헌법과 법률은 그대로인데 이를 집행하는 노동부의 관점만 변화해도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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