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우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오랜만에 지면으로나마 인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뵌 것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이셨던 2010년 여름인데, 근래 언론에 워낙 많이 나오시다 보니 그때보다 오히려 더 자주 뵙는 느낌입니다.

서울지노위 위원장으로 부임하신 2009년 민주노총 서울본부 지방노동위원회 사업 담당자였던 저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부임 전 노동부 근로기준국장으로서 소위 ‘100만 해고대란설’의 주도자이셨기 때문입니다. 국민을 상대로 한 엄청난 사기극이었던 해고대란설이 결국 허위로 밝혀졌지만 어떠한 사과나 책임지는 모습도 없었습니다. 서울지노위 위원장으로서의 우려도 곧바로 현실이 됐습니다. 장관님의 위원장 재임기간이 제가 지금까지 15년간 지노위 사업 담당자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입니다. 노사정 3자 합의제기구라는 위상에 맞게 유지해 왔던 노사정 간사회의도, 판정 결과 통보와 근로자위원 배정 기준 등 상호 존중과 협력의 장치들이었던 각종 관행이 파기되거나 불이행되기 일쑤였습니다.

사석에서는 소탈한 모습과 해맑아 보이기까지 한 환한 미소를 가져 참 좋은 인상이셨던 반면, 지노위 운영을 총괄하는 수장으로서 장관님은 정말 소통이 어려웠고 대화를 거부하고 늘 일방독주식의 운영행태를 보여 주셨습니다. 제가 통계를 내어 보니 심판위원으로서도 장관님은 전체 공익위원들 중 부당해고 인정률이 제일 낮은, 노동자 권리구제에 인색한 가장 사용자 편향적인 위원이셨습니다.

서울지노위 위원장으로 계실 때 ‘직권면직의 정당성’ 관련 연구용역도 발주하셨더군요. 중앙노동위원회 예산을 이관받으면서까지 지노위 단위에서 연구용역을 발주한 전무후무한 사례로 알고 있습니다. 노동자 권리구제를 첫 기능으로 담당해야 할 노동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도 ‘일반해고’ 소신을 이미 그때부터 꿈꾸셨나 봅니다.

노동계의 극렬한 반대에도 결국 지난달 장관님은 소위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을 발표하셨습니다. 그저 판례 내용을 정리한 것이고 오히려 ‘해고에 대한 안전장치’라고 주장하십니다. 코미디라고 하기에는 웃기지도 않습니다. 과연 이게 지침의 목적으로 제시한 ‘일자리 창출’ 및 ‘성과 중심 인력운영’과 조응조차 됩니까.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한다면서 ‘장년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내용이라니, 오히려 재계에서 강력히 반대할 일인데 왜 사용자단체들은 환영하고 노동계는 총파업까지 하고 있단 말입니까. ‘쉬운 해고’는 노동계의 오해라는 주장까지 하고 계십니다. 기가 찰 노릇입니다. 친노동자 성향의 법학자, 법률전문가들, 제가 속해 있는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의 모든 노무사들도 이 지침에 분개하고 있습니다. 노동자 편향적으로 활동해 왔던 저희 모두만이 유독 법률지식은 물론 기본적 독해능력조차 못 갖춘 바보들이라서 그렇습니까.

어차피 사무직들에게는 현실성도 없고 공공부문과 노조가 있는 대기업 생산직들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임금피크제 따위 하나 도입하자고, ‘근로조건의 노사대등 결정’이라는 노동법의 대원칙에 입각한 취업규칙 변경절차까지 손을 댔습니다. 참으로 무모할 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의 노동법에 대한 철학의 천박함마저 보여 주는 일입니다. 이른바 ‘사회적 합리성설’에 입각한 판례가 일부 있더라도, 애매하고 논란이 있는 사안이면 가급적 법적 절차를 엄격히 지키도록 지도해 노사분쟁을 예방해야 하는 것이 고용노동부가 해야 할 역할 아닙니까.

명색이 노동부라면, 경제가 어려운데 재벌들의 양보를 이끌어 내기는 불가능하니 불가피하게 노동자들이 희생하는 것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줄여 경기활성화를 이뤄 보자고 솔직하게 얘기하고 차라리 읍소를 하시는 것이 그나마 양심적인 태도일 것입니다.

서면통보제도 도입 후 현재 노동위원회 해고사건의 많은 수가 ‘해고존부다툼’입니다. 해고가 아니라면 사직서를 받도록 하는 제도개선만으로도 없어질 분쟁입니다. ‘해고 기준과 절차 명확화’는 이런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고용관계의 불확실성 해소’의 첫 단추는 철저한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일 것입니다.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는 사용자의 범죄행위 근절을 위해 고용노동부가 어떤 노력을 다했습니까. 위법한 내용의 취업규칙들이 널려 있습니다. 노동청에서 제대로 심사의무만 다했어도 없을 일입니다. 취업규칙 내용을 모르는 노동자들도 태반입니다. 사용자의 취업규칙 주지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또 어떤 역할을 다했습니까. 제발 지금 당장 시급한 고용노동부의 제 역할이나 먼저 하십시오.

그런데 그럴 생각이 없으신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그만 악명을 떨치시고 더 큰 파국이 오기 전에 사임하시는 것이 노동자들을 위해 고용노동부 장관으로서의 마지막 역할인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대국민 사기극을 이제 그만 접고 물러나십시오. 이미 충분히, 장관님은 노동자들에게 역대 최악의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퇴임 이후에도 두고두고 회자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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