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세버스업체 ㈜제로쿨투어의 노조위원장이 열악한 노동조건과 노조탄압에 맞서 분신한 가운데 전세버스업계가 노동권 사각지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이고 급여체계마저 엉망이었다. 한마디로 '회사측에 잘 보여야 임금을 많이 받는' 체계다. 전세버스업계에 대한 집중점검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4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전세버스업체 ㄷ관광 운전기사들의 지난해 8~9월 급여명세서를 보면 급여 항목은 크게 △기본급 △품위유지비 △세차비 △기타수당으로 구성돼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품위유지비다. 품위유지비는 노선을 운행한 대가로 고객으로부터 받는 금액 중 일부를 운전기사에게 주는 돈이다. 보통 고객이 정산한 금액의 9~10%로 노선마다 액수가 다르다. 성과급 성격이 강한 돈인데도, 이 회사는 연장·야간·휴일·연차수당을 품위유지비로 대체하고 있었다.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높다.

운전기사 두 명의 급여명세서를 분석했더니 한 운전기사의 노선은 회당 단가가 최고 40만원이고, 다른 운전기사의 노선 단가는 28만원에 그쳤다. 알짜배기 노선운행을 배당받아야 급여가 늘어나는 구조다.

그런데 알짜배기 노선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기사들이 회사에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제로쿨투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도 ㄷ관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동부지청에 따르면 제로쿨투어는 △연차수당(3천50만원) △휴일근로수당(1천300만원) △무사고수당(3천78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기사들의 사고처리 비용(3천900만원)을 임금에서 공제한 것까지 포함해 총 1억2천만원의 임금을 체불했다.

게다가 ㄷ관광과 제로쿨투어는 급여체계를 갖고 있지 않았다. 동부지청 관계자는 “제로쿨투어는 미지급한 수당을 주지 않으면 위법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인사노무 담당자도 두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관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제로쿨투어 관리소장이 “노조를 만들면 해고하겠다”는 취지로 직원들에게 말하거나, 회사 대표가 “노조와 노사협의회·상조회·회사 방침 중 선택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조합원들에게 보낸 것도 사실로 확인됐다.<본지 1월20일자 2면 '노조 조합원 칼질해 정리하겠다' 기사 참조>

전세버스노조 관계자는 “제로쿨투어처럼 노골적으로 협박하지는 않아도 회사가 배차권한을 이용해 직원들을 통제하면서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사례가 전세버스업계에 비일비재하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검토한 적은 없다”면서도 “전세버스업계의 임금체계와 근로시간체계가 굉장히 허술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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