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 먼 길 견뎌 찾아가 꼭 쥔 손에 주름이 나이테처럼 늘었다. 마른 장작처럼 거친 손에 슬쩍 쥐여 드린 봉투는 홀쭉했다. 죄송한 맘 전하려 보탠 말이 길었다. 전을 부쳤다. 새 아침 엎드려 절하는 것으로 예를 갖췄고 넘치는 복을 주거니 받거니 나눴다. 새해 바람을 되새김질했다. 세뱃돈 봉투가 또 홀쭉했지만, 덕담이 풍성했다. 건강과 취업과 결혼이며 승진 얘기가 길었는데, 대개는 답이 짧아 어색한 침묵이 또한 길었다. 누군가 리모컨 찾아 텔레비전을 틀었다. 장거리 미사일(위성) 얘기가 거기 온 데 시끌벅적했다. 또 한 번의 새해, 설 명절은 우리네 오랜 전통이다. 대목 맞아 분주한 전통시장을 찾은 정치인들이 어묵 사 먹는 사진을 찍었고, 사람 많은 건널목이면 어김없이 새해 바람 적은 펼침막이 빼곡했다. 대통령 일 좀 하게 해 달라는 여당의 간절한 바람 위로 청년들이 일 좀 하게 해 달라는 야당의 바람이 겹쳤다. 더불어 사랑한다는 고백과 행복한 국민의 삶 따위 약속을 새긴 펼침막도 바람 타고 펄럭였다. 그리고 여기저기 뉴스 전광판엔 개성공단 중단 관련 속보 자막이 쉴 새 없이 흘렀다. 태극기 든 애국자들이 길에서 응징의 목소리를 높였다. 명절 뒤, 선거 앞이다. 날 풀려 봄바람 살랑 부는가 싶었는데, 북풍이 때맞춰 거세다. 누군가 여권연대라고도 했다. 이 또한 오랜 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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