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사고로 정부 조사를 받던 철도공사 노동자가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유가족과 철도노조는 "정부가 강압적인 조사를 벌이는 바람에 안타까운 사태가 발생했다"고 반발했다.

10일 철도노조는 조합원 백아무개(33)씨가 지난 6일 정오께 서울 동대문구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백씨는 지난해 8월1일 청량리역에서 발생한 화물열차 분리사고 문제로 철도특별사법경찰대의 수사를 받았다. 청량리역 구내에서 기관차가 화물열차에서 분리돼 주행하는 사고였는데, 인명·금전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고가 경미해 외부에 알려지지도 않았다. 백씨는 화물열차와 기관차를 연결하는 업무를 맡았다.

공사는 자체 조사를 진행해 원인불명 사고로 담당자 잘못은 없다고 무혐의 처리했다. 그런데 같은해 8~9월 철도경찰은 공사와 별도로 백씨에 대해 약물조사를 비롯한 수사를 벌였다. 이후 별다른 수사 결과를 밝히지 않았던 철도경찰은 돌연 백씨 등에게 재조사를 위해 지난달 23일 출석하라고 요구했다. 재조사 후 백씨는 심적 고통을 호소하는 메모를 자신의 수첩에 남겼다. 재조사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를 부모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사망 며칠 전에는 회사에 병가를 신청했다.

이달 6일 주간출근을 하지 않고 연락이 되지 않자 직원들은 백씨 부모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다. 소식을 들은 부모가 당일 정오께 오피스텔을 찾았을 때 백씨는 스스로 목매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백씨 사망시간을 5일 오전으로 추정했다. 경찰 수사 결과 백씨는 죽기 전 자신의 컴퓨터에서 '교통방해죄·철도경찰·변호사 사무소' 같은 단어를 검색했다.

노조는 철도경찰의 무리한 수사가 백씨를 죽음으로 몰았다고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소속인 철도경찰은 보통 열차 내 범죄예방·단속업무를 담당한다. 별다른 피해도 없었던 열차 사고를 수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노조 관계자는 "철도민영화를 꾸준히 추진 중인 국토부가 공사 길들이기 차원에서 철도경찰을 앞세워 수사를 벌인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며 "고인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유족의 뜻에 따라 산업재해를 신청하고 철도경찰의 강압수사 문제를 밝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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