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금융당국이 금융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민간 시중은행들이 성과주의 확산에 발 벗고 나섰다. 호봉제 폐지와 성과연봉제 도입은 물론이고 저성과자 퇴출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회장 하영구)는 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회원사 대표자총회를 열어 '노사 현안사항 보고 및 2016년도 성과연봉제 도입 등 산별 임단협 교섭방향'을 논의했다.

회원사 대표자총회가 열린 것은 신입사원 초임삭감 복원을 주제로 논의했던 2011년 이후 5년 만이다. 사용자협의회는 17개 은행을 포함한 34개 기관(9개 금융공공기관 포함)을 회원사로 둔 사용자단체로 금융노조와 매년 산별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총회에는 전체 회원사 대표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하영구 회장은 "엄중한 경영환경에서 노동개혁과 성과주의 확산은 더 이상 공공기관이나 금융공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민간 금융기업이 공공영역보다 먼저 노동개혁을 선결하고 성과주의를 도입하자"고 주문했다. 하 회장은 "임금이 개인의 능력과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으면서 조직 내에 무사안일과 무임승차자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직무능력 중심 채용과 공정한 평가에 따른 보상, 적재적소 배치 같은 공정한 인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호봉제 폐지 △성과연봉제 도입 △저성과자 교육 및 퇴출을 골자로 하는 올해 산별중앙교섭 사용자측 교섭안건을 확정했다. 올해 임금인상도 은행권 수익성 악화를 감안해 최대한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저성과자 관리를 위한 인사제도 개편도 추진한다. 업무능력과 근무성적이 부진한 저성과자는 교육하거나 배치전환하고, 개선효과가 없을 경우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인사조치, 즉 해고한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교섭 카운터파트인 금융노조는 "사용자측의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허정용 노조 부위원장은 "호봉제 폐지와 성과연봉제 도입, 저성과자 퇴출은 금융노조가 총력 저지하고 있는 사안들"이라며 "이런 식의 요구안으로는 대화를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노조는 이날 총회가 열리는 은행연합회관 곳곳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노조는 성명을 내고 "금융위원회는 자율적 노사협의를 빙자해 전체 금융산업에 성과연봉제를 강요하고 있고 사측도 부화뇌동해 기민하게 나서고 있다"며 "금융위와 사측의 독재적 노동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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