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22일 정부가 발표한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과 관련해 노동법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우리나라 법률에 없는 저성과자 해고를 통상해고로 개념화했다"고 우려했다. 경영상 사용자 책임인 저성과를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인 만큼 노동계가 이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사용자에게 저성과 책임 물어야”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일방변경 지침의 문제점과 대응방향' 정책토론회에서 “사업장에서 성과는 본래 사용자 몫으로 노동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고 밝혔다.

근로관계상 노동자 업무수행에 따른 사업성과는 사용자에게 귀속되고 노동자는 성과에 대한 처분권리가 없기 때문에 그 책임 역시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가 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저성과는 사용자의 경영 혹은 인사권 행사 실패로 봐야 한다”며 “노동자 해고사유로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지침에서 “통상해고는 일반해고라고도 하며 독일 해고제한법상 근로자의 일신상 사유로 인한 해고와 유사한 의미”라고 규정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근로자 부상·질병으로 인한 근로제공의 어려움 △유죄 판결과 징역·금고형으로 인한 노무제공 이행 불능 △업무능력 결여와 근무성적 부진을 꼽았다.

현행 근로기준법(근기법)상 해고는 징계해고와 경영상 해고만 가능하다. 다만 법원은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유, 즉 노동자 일신상 사유로 인한 해고를 통상해고로 표현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그동안 업무능력 부족 같은 사유는 업무명령 위반 혹은 근무태도 불량 같은 징계해고로 판단됐지 건강악화처럼 일신상 해고(통상해고)로 보지 않았다”며 “저성과자 해고가 통상해고 개념에 포함되는지조차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노동부가 통상해고 사유에 저성과를 명시하더라도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에 업무능력 결여나 근무성적 부진을 해고사유로 명시하지 않았다면 이를 이유로 한 해고는 가능하지 않다”며 “저성과자 해고를 막기 위해서는 노조나 근로자 대표들이 해고사유에 이러한 사항이 포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 행정지침 법적 구속력 없다”

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는 “노동부가 발표한 행정지침은 근기법 같은 관계법령을 위반해 무효”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쉬운 해고 지침과 다름없는 일반해고 지침으로 저성과자 통상해고 경로를 새롭게 설정해 근기법을 사실상 무력화했다”며 “사용자가 근기법상 징계해고나 경영상 해고를 할 필요 없이 저성과자 통상해고 경로를 활용할 유인을 제공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취업규칙 지침에 대해서도 “사회통념상 합리성 이론을 일반화해 확대 적용하려는 시도 역시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경우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근기법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에 따라 “정부의 2대 지침이 헌법과 상위법을 위반한 내용을 담고 있어 그 자체로 무효일 뿐만 아니라 법적 구속력도 없다”며 “각종 소송을 통해 이를 무효화하는 한편 취업규칙 제도를 폐지하고 근로조건 노사공동결정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