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1일 금융공공기관부터 성과연봉제를 전면 확대해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금융노동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금융공공기관 노조들은 "지금도 정부가 예산과 인력을 통제하고 있는데 이제는 인사·평가, 교육·훈련, 영업방식까지 손에 쥐고 흔들겠다는 심산"이라며 전면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필요하다면 노조와 직접 면담하겠다"며 의욕을 내비쳤으나 노조는 "성과주의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협의든 합의든 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권에서 성과연봉제 적용을 둘러싼 노정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 "성과주의 임금체계 협의 거부"=금융위는 이날 "금융공공기관은 무사안일한 고임금 분야'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며 9개 금융공공기관 직원들에게 성과연봉제를 전면 적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보다 기준이 대폭 강화됐다. 금융위 방안이 시행될 경우 성과연봉제 도입 첫해에 팀장급(3급) 직원의 최대 임금 차는 2천50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금융위는 인건비와 예산·경영평가·업무승인까지 결부시켜 성과연봉제를 확산시키지 않으면 각종 불이익이 뒤따를 것이라는 엄포도 놓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공공기관 개혁은 노동·공공·금융개혁의 핵심이어서 보다 선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조가 임금체계 개편에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엄포가 얼마나 약발이 있을지 의문이다. 임금체계 개편이 노사합의 사항이라는 점도 변수다. 예컨대 금융공공기관이 노조 동의 없이 할 수 있는 성과연봉제 설계는 직무분석이나 교육과정 신설 같은 기초적인 내용뿐이다. 금융위가 직무분석·평가지표를 마련을 위해 외부 컨설팅회사를 선정하고, 노사가 공동으로 TF를 꾸려 논의하라고 권고한 것도 이런 한계를 감안한 것이다.

한 금융공공기관 노조위원장은 "아직 회사로부터 임금체계 개편에 관한 협의 요청이 오지는 않았다"며 "성과연봉제에 대해서는 어떤 협의 요청도 거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 노조위원장은 "성과연봉제 확대는 턱도 없는 소리"라며 "성과주의가 그렇게 좋으면 청와대·국회의원·금융당국 먼저 도입하라"고 비난했다.

금융노조(위원장 김문호)는 이날 성명을 내고 "금융위의 독재적 성과연봉제 강요를 단호히 거부하겠다"며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총력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노조는 "성과연봉제는 저성과자 낙인의 근거를 제공하는 도구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며 "금융산업에 성과주의를 확산하겠다는 것은 금융산업을 '해고 자유화 노동개악'의 전초기지로 만들겠다는 선언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성과연봉제 확대, 조직문화 훼손 우려"=기관별로 경영여건과 인력구조, 업무내용 등 임금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일률적인 성과연봉제 확대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 같은 보증업무를 담당하는 공공기관들은 해당 연도에 성과를 평가할 수 없는 업무가 대부분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증업무를 잘했냐 못했냐는 2~3년 후에나 판단할 수 있다"며 "업체의 미래를 보고 보증업무를 하는 곳에서 1년마다 개인 성과를 평가한다고 하면 보증업무 자체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성희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은 "개인성과평가를 임금과 연동하면 단기성과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 자기실적 챙기기가 만연해지면서 조직적 폐해가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국내 일부 대기업에서도 연봉제를 도입했다가 다시 호봉제로 돌아간 이유는 조직문화를 크게 훼손하는 것으로 판명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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