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평가를 받거나 하면서 산다. 아이가 태어나면 으레 예쁘다는 말을 듣고 돌아가신 분에게는 훌륭하신 분이셨다고 말한다. 우리는 인간관계를 맺고 직업을 선택할 때도 평가 과정을 거치게 된다. 평가는 인간이 어떤 행동을 선택하게 하는 행위다.

그런데 대상을 평가할 때 삼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잘생겼다는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고, 일을 잘한다는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다. 평가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이것이 평가가 지니는 상대적인 속성이다. 이런 상대적인 속성은 평가의 함정이다. 누가 평가하느냐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가라는 단어에 ‘객관적이고 공정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고용노동부는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자를 해고하려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거쳐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노동부가 지난주에 발표한 행정지침 2개 중에 공정인사 지침에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다.

노동부가 발표한 내용을 잠깐 살펴보자. 현행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근거는 징계해고와 정리해고(경영상 해고) 조항이다. 공정인사 지침에는 ‘통상해고’라는 개념이 추가됐다. 근기법에는 없지만,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해고 행태를 개념화한 것이다. 통상해고 요건에 해당하는 조항은 세 가지다. 몸을 다쳐 장해가 생겨 계속 노동이 어려운 경우와 자격을 상실한 경우, 그리고 업무능력이 떨어진 경우다.

세 가지 요건 중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마지막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다. 신체장해와 자격상실은 논란의 여지가 적다. 몸이 아파서 노동이 불가능한 경우라면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퇴사한다. 자격증을 상실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버스기사가 음주단속에 걸려 운전면허가 취소된 경우라든가 변호사가 불법행위로 자격증을 상실한 경우라면 사용자가 해고를 통보하기 전에 노동자가 스스로 사표를 쓰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해당 노동자가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승소하는 경우가 드물다.

문제는 업무능력이 떨어진 경우에 관한 내용이다. 업무능력이 떨어졌다는 기준이 불명확하고 사용자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업무능력이 떨어진 경우라도 객관적이고 합리적 기준에 의한 공정한 평가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정부에서 언급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의 주체는 결국 사용자다. 평가의 상대적 속성 때문에 사용자가 일방으로 하는 평가는 객관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노동부도 평가를 시행하는 과정에 노동조합이 참여하도록 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다. 그나마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하려면 평가기준에 대해 노사가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래야만 최소한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노조가 없는 사업장이 문제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그나마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지만,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업장은 최소한 근로자대표의 평가과정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노동부의 공정인사 지침에 대해 노조가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정부 지침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진행했던 해고 과정에서 노조 참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사용자는 인사경영권을 이유로 평가제도에서 노조 참여를 배제하거나 아주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이번 기회를 평가과정에 노조가 참여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생활이든 조직생활이든 평가는 피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다수가 합의한 기준에 따르도록 노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평가 과정에 노조 참여가 보장되지 않은 평가는 무효임을 선언하라.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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