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전격적인 발표였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 얘기다. 애초 노동부는 의견을 더 수렴하는 모양새를 취한 뒤 27일께 지침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전격성은 가십이지만 지침 내용은 노정 관계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한국노총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했고,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예고했다. 행정부 지침이 근로기준법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위헌 논란도 인다. 조만간 위헌심판이 청구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당한 행정력 행사라는 반박도 만만찮다. 2대 지침 위헌논란 어떻게 봐야 할까.


아무 권한 없는 노동부의 위헌적 지침

권두섭 변호사
(민주노총 법률원장)

고용노동부의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은 헌법과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다. 근기법 23조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그간 판례도 그런 취지로 축적돼 왔다. 그런데 아무런 권한도 없는 노동부가 일반해고 지침을 내다니 말이 되는가. 더구나 공정한 기준이나 평가라는 것도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다. 100점을 줬든 0점을 줬든 공정성을 확인할 수가 없다. 결국 사용자의 주관적 기준에 따라 해고로 이어질 것이다. 오히려 부당해고 분쟁을 더욱 촉발시킬 뿐이다.

취업규칙 지침 역시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팔 때도 조건이 맞아야 한다.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바꿔도 된다고 하면 상식적인가. 고용종속관계에서 집단적 동의는 반드시 필요다. 이를 근기법에서 정한 것이다. 특히 노조가 없는 90% 사업장의 사용자에게는 맘대로 해도 된다는 날개를 달아 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2대 지침은 사법권을 침해하고 있다. 헌법은 근로조건 최저기준을 법률로 정하도록 근로조건 법정주의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노동자가 비용을 들여가며 수년간 소송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이용해서 사실상 2대 지침을 적용·정착시키겠다는 것은 위헌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대 지침 모두 법적인 권리관계를 좌우하는 효력이 없다.


형식·내용상 위헌이라 볼 순 없어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용노동부 2대 지침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려면 형식과 내용 두 가지 요소를 살펴봐야 한다. 먼저 형식적인 측면을 보자. 취업규칙 변경지침은 노동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가이드라인이다. 법적 구속력도 없고, 지침에 따른 판단이 정당한지 여부는 법원에서 결론 내야 한다. 법원 판례를 따라가지 못한 통상임금 지침처럼 부작용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부작용 때문에 내부 해설서에 불과한 지침이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는 없다. 헌법재판소에서 각하사유가 될 것이다. 공정인사 지침 역시 법률이 아니라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다음은 내용적으로 보자. 일부 전문가들은 공정인사 지침이 근로기준법에서 허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고를 통상해고·징계해고·정리해고로 분류하는 것은 학계에서 이미 정설로 통하고 있다. 대부분의 강의교재에도 담겨 있다.

정부의 지침이 법률에 반해서 해고사유를 만들어 낸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노동법학자들 99%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취업규칙 변경지침도 노동부가 절차를 어기면서 자의적으로 법률해석을 한 것이 아니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에 대한 판례를 정리한 것을 위헌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것이 위헌이라면 법원 판결 자체가 위헌이라는 얘기가 된다.


일반해고·취업규칙 지침은 위헌, 정부 믿고 적용하면 낭패

김형동
변호사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은 명백한 위헌이다. 기업 인사노무 담당자들이 이를 믿고 섣부르게 적용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일 것이다. 우선 헌법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제32조3항)하고 있다. 해고 같은 근로기준은 법률로써 규정해야 한다는 의미이지만 일반해고 지침은 정부 행정지침에 불과하다. 형식상 위헌이 명백한 상황인 것이다.

또 2대 지침으로 인해 상당수 노동자는 저성과자라는 이유로 해고를 당하고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으로 인해 노동조건의 하락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일자리를 잃거나 재산상 손해를 볼 수 있다. 이로 인한 가족의 불행도 염려된다. 헌법상 근로의 권리와 재산권, 계약체결의 자유권은 물론 행복추구권까지 침해당할 수 있다. 노조와 조합원들의 노동 3권마저도 훼손될 수 있다.

그럼에도 다수 법률가들은 2대 지침이 헌법소송 대상인 공권력 행사나 행정소송 대상인 처분이 아니기 때문에 법률로 다툴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2대 지침이 노동부 내부지침이라는 이유만으로 위헌이어도 상관없다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다. 수용하기 어렵다. 또한 2대 지침에 따라 노동자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는다면 그것은 당연히 법률로써 구제받아야 한다. 결국 지침은 각종 소송을 난무하게 하는 위헌적 지침으로 전락할 것이다.


몇몇 예외적 상황을 일반화하려는 모습 우려

이호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관련 양대 지침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는 않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 심사를 할 때는 기본적으로 법률을 가지고서 판단한다. 양대 지침을 가지고 헌법소원을 제기할 때에는 기본권에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받은 게 명확해야 한다. 자기관련성과 현재성·직접성을 가지지 않고 '양대 지침으로 인해 기본권이 침해될 것'이라는 것만 가지고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인용을 받기란 어렵다.

하지만 법리적인 문제를 떠나 이번 노동부의 양대 지침은 노동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우려된다. 특히 취업규칙 변경 요건의 경우 노동조합이 없는 기업이나 대다수 중소·영세사업장에서는 회사가 취업규칙을 임의적으로 변경했을 때 직원들이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고, 그 부분에 대한 안전장치 또한 없다. 대법원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에 근거해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바뀐 취업규칙의 효력을 인정하는 7~8개 판례를 내놓은 게 있다. 하지만 몇몇 판례를 가지고 일반화하려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나치게 몇몇 예외적인 상황을 가지고 마치 원칙인 양 일반화하려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고용상 계약관계에서 사용자의 재량권을 상당히 넓히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런 부분을 우려했기 때문에 9·15 노사정 합의 때도 당사자들과 전문가 얘기를 들은 뒤 신중하게 시행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 정부가 보여 주는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다.


선의의 행정력 행사인지는 노동부 후속조치가 판가름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은 근로조건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은 근로기준법이 정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인 것은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이 규율한다. 양대 지침은 법을 우선할 수 없고, 우선해서도 안 된다. 이번 지침이 기존에 근로기준법으로 정한 해고 기준에서 넘어선 것을 담고 있다고 하면 위법이겠지만 그런 내용은 없다. 해고와 관련해 법에 기반한 기존 판례를 정리하고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취업규칙 변경 역시 노사의 합의를 전제로 이뤄지되, 동의가 없을 경우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변경 요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법원의 기존 판례가 그랬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3자 스탠스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대 지침은 정부의 판례소개를 기반으로 한 의견 제시로 봐야 한다.

상위법을 위배했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노동부 말대로 선의의 행정력 행사인지는 정부의 후속조치에 달렸다. 음성적 해고를 바로잡는 쪽으로 작동해야 한다. 우리나라 해고는 어떤 곳은 대단히 어렵고, 어떤 곳은 대단히 쉽다. 해고 사각지대가 굉장히 많다는 방증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햇볕을 비추는 것, 다시 말해 음성적인 해고를 제도권에 끌어들여 공정화하는 것은 지침이 올바르게 작동하는 방향이다. 양대 지침이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도록 후속조치들이 굉장히 밀도 있게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노동계가 반대하는 음성적이고 자의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해고와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평가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현황과 실태를 적극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그런 후속조치가 없다면 양대 지침은 해고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란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 성과와 관련한 재교육의 경우 현장에서 그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모욕적으로 이뤄지는지에 대해서도 실태를 통해 보여 줘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객관적이면서 합리적이며, 노사의 참여를 전제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진다면 노사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 노동계도 해고의 음성화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해 온 만큼 개선 여지가 있다는 것조차 부정해선 안 된다. 적극적인 대안과 정책적 요구를 발굴해 제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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