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고용노동부 장관의 공언대로 이번주부터 양대 지침이 전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지난 22일 지침을 발표할 때와 마찬가지로 지침 시달을 위한 회의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노동행정을 담당하는 자라면 위 지침을 따라서는 안 된다. 혹여 지침에 따라 회사운영을 바꿔 보려는 사용자가 있다면 애시당초 그런 마음은 갖지 않는 게 좋다. 왜냐하면 지침은 위헌이기 때문이다.

헌법(제32조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설령 자유와 권리(기본권)를 제한하더라도 오로지 ‘법률’로 해야 하고, 그것도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한다(제37조2항). 양대 지침은 이와 같은 헌법 명문에 명백히 반한다. 형식상 법률이 아닌 것은 명백하다.

지침 시행으로 기본권 주체들은 그동안 보호받던 많은 기본권을 침해받게 된다. 정부가 시행한 지침을 근거로 적지 않은 사용자들은 저성과자라는 이유로 해고를 가능케 하는 내용으로 기존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것이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그렇지 않았다면 얻을 수 있는 임금 상당의 재산상 손해는 물론 개인과 가족에게는 커다란 불행을 가져올 게 분명하다.

결국 양대 지침 시행으로 모든 노동자들이 침해받는 헌법상 기본권은 근로의 권리, 재산권, 계약체결의 자유권은 물론 행복추구권까지 망라된다. 뭐가 그리 많은가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는 그 자체로 헌법상 모든 기본권의 시작과 끝이다.

특히 노동조합과 조합원은 이에 더해 노동 3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하게 된다. 노동조합이 존재할 경우 헌법과 법률에서는 근로조건 변경이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있어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도록 명시하고 있다. 헌법상 노동 3권은 법률을 통해 발현된 구체적인 제도들이다. 반면 지침은 노동조합의 사전동의를 부정하는 탓에 헌법과 법률이 보장해 온 이 같은 노동조합의 기본권을 완전히 무력화시키고 말 것이다.

양대 지침 시행 목적도 충분치 않다. 헌법에서 정한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 그 어디에 해당하는지 알 길이 없다. 정부는 애초에는 “세계경제 위기, 청년일자리 보장” 등을 이유로 들다가 이번 발표에서는 “해고 사건을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지침은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공공복리’가 목적이어야 하는데, 정부가 지목한 당사자인 청년들조차 양대 지침 시행과 일자리가 무슨 관계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다수의 법률가들은 정부의 양대 지침이 헌법소송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 행사나 행정소송 대상인 처분이 아니므로 다툴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는 크게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 주장이라면 설사 양대 지침이 근로감독을 위해 노동부 내부에서만 운영되는 내부지침이라는 이유로 위헌이어도 상관이 없다는 말이 된다. 내외를 불문하고 모든 행정은 합헌적이어야 하지 않겠나.

소송 대상인지 여부는 우리나라가 기본권 주체의 권리침해 구제수단을 충분히 갖췄는지에 관한 단순 제도상 문제일 뿐이다. 애석하게도 우리나라는 기본권 주체의 권리구제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오랜 기간 행정소송법 개정이 미뤄지고 있고 기본권 보장 최후의 보루로서의 헌법재판소 역할에 대한 의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제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양대 지침은 분명히 대외적 효력을 갖는 공권력 행사이자 처분이 분명하다. 노동부 장관 스스로 지침을 “시행”한다고 했다. 대외적으로 무관한 내부지침을 굳이 대국민을 상대로, 직접 상대방인 노동자들이 거부하는데도 시행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대통령도 연일 지침 시행을 응원하고 있다. 정부의 결의와 각오는 최근 가장 큰 노동제도 변경이었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나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 도입 당시보다 더 단단해 보인다.

참고로 내부지침은 기관 내 복무규율이나 인사규정, 점심식사 메뉴 등이 해당된다. 그 자체로 시민들의 권리의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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