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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고용 투쟁에 대한 정부의 대답, 재벌을 위한 '파견 자유화'윤애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 윤애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정부가 노린 것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개정안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는 대신 파견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파견법은 재취업이 어려운 중장년에게 일자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법이며, 어려운 중소기업을 돕는 법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2014년부터 추진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대통령 스스로 실토한 것이다. 2014년 말 정부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공개하면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선과 양극화 해소”가 목표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1년여 만에 기간제법 개정안은 연기할 수 있지만 파견법 개정안과 쉬운 해고·취업규칙 규제완화 지침은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태도로 바뀌었다. 노동법 연구자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정부는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을 2년보다 연장하는 것이 정말로 기간제 노동자를 보호하는 방안이라고 믿는 것 같다.

정부만 비정규직 보호방안이라고 생각하는 기간제법 개악은 잠시 미루더라도, 기업을 돕기 위해 파견근로 확대와 쉬운 해고, 성과급체계로의 재편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충정을 대통령이 직접 토로한 것이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파견근로 확대를 상당히 강조했다. 2012년 19대 국회가 개원하자 새누리당은 첫 번째 핵심법안으로 사내하도급법 제정안을 제출했다. 재벌 사업장을 중심으로 만연한 불법파견을 적법한 도급으로 인정하는 사내하도급법을 통해 간접고용 사용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면제해 주려고 했다. 그리고 2014년부터 정부·여당은 파견법상 허용업무 제한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제조업 직접생산공정까지 파견근로를 전면 허용하는 파견법 개악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과 직업안정법에 의해 반세기 동안 금지됐던 ‘중간착취’를 합법화한 파견법은 1998년 제정 당시부터 기업이 '자르기 쉬운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목적으로 도입됐다. 다만 노동법상 직접고용의 원칙을 허물어뜨리는 폐해에 대한 반대여론을 의식해 몇 가지 형식적인 노동자 보호조항을 넣었다. 2년 이상 파견노동자를 사용한 경우 사용사업주와의 직접고용관계를 의제하는 옛 파견법 제6조3항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이를 활용해 투쟁을 전개하자 2006년 노무현 정부는 직접고용 의제조항을 폐지하고 실효성 없는 직접고용 의무조항으로 대체시켰다.

그럼에도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이 계속되고, 이것이 배경이 돼 사내하도급을 불법파견으로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잇따르자 아예 "사내하도급 형태는 불법파견이 아니다"는 면죄부를 주기 위해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과 사내하도급법안을 내놓았다. 불법을 저지른 사용자들을 눈감아 주는 정도가 아니라 법을 바꿔 불법시비를 벗어나게 해 주겠다는 시그널까지 보내온 것이다.

2010년 이후 사내하도급은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두 번이나 받은 현대자동차 비정규 노동자들은 아직도 법에 따른 정규직화가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검찰은 최근에도 현대차 사내하도급은 불법파견이 아니라며 파견법 위반을 저지른 원·하청 사용자 모두에게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살인적인 추위에 230일 가까이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받아 냈지만 원청은 법을 따르지 않고 선별적 신규채용이라는 편법만 강요했다. 2003년 이후 불법파견이 확인된 재벌·공공부문 사업장에서 법에 따라 정규직화가 이뤄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정부도 사용자도 법을 따르지도 않는다. 불법 시비를 비켜 가기 위해 법 자체를 형식화시켜 왔던 것이 파견법 18년의 역사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naver.com)

윤애림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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