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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비상식김성진 변호사(민주노총 광주법률원)
▲ 김성진 변호사(민주노총 광주법률원)

상식(常識)은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가치관·지식·판단력을 말한다. 대의어는 비상식(非常識)이다. 많은 이들은 상식을 이야기하지만 현실 속 우리는 비상식의 시대에 살고 있다.

건설노동자

두 명의 건설노동자가 부당해고에 항의하기 위해 34만5천볼트 송전탑 59미터 지점에 올라가 "해고자 복직"을 외쳤다. 회사와 노동조합은 해고자 복직에 합의했고, 두 명의 건설노동자는 18일 만에 내려왔다. 검찰은 이들이 송전탑에 올라간 것을 이유로 송전탑 관리업체에 대한 업무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미신고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지난해 6월30일 이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0월을 선고한 뒤 법정 구속했다. 그리고 이들이 철탑에서 내려와 체포돼 경찰서로 이송되자, 이들이 나올 때까지 경찰서 앞에서 기다렸던 노동조합 대표는 미신고 집회를 이유로 징역 6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이들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공공노동자

민주정신 계승을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에서 2명의 노동자가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됐다. 해고당한 2명의 노동자가 속해 있었던 노동조합의 지부장은 조합원들과 기자회견을 한 후 이사장실에 들어가 부당해고 철회를 요청할 목적으로 색종이를 접어 만든 ‘꽃’을 이사장실 책상 위에 올려놓고 나왔다. 머무른 시간은 불과 1분 남짓이었다. 들어가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제지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검찰은 지부장이 이사장실을 무단으로 침입했다는 이유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했다.

화물노동자

영업용 화물자동차의 증차를 제한하는 정책이 시행된 뒤 이른바 번호판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러자 화물운송업자 중 일부는 화물운송업 대신에 번호판을 사고파는 데 집중했다. 화물노동자들은 화물운송업자에게 번호판 값으로 3천만원을 지급하고 화물운송업자의 번호판을 부착한 채 화물운송을 한다. 그런데 화물운송업자는 번호판 값이 고가에 거래되는 것을 악용해 번호판을 확보하고자 화물노동자들에게 갖은 방법으로 영업을 포기하게 해서 번호판을 회수한다. 화물노동자는 번호판 값으로 지급한 3천만원을 돌려받지 못하고, 다시 다른 화물운송업자에게 번호판 값을 지급하고 일을 해야 한다.

택시노동자

택시노동자가 회사에 일정한 사납금을 지불하고 나머지 수입은 전부 취득하는 도급제 택시회사가 있었다. 택시노동자들은 위와 같은 도급제가 위법이라고 주장하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에 따라 운송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했다. 하지만 택시회사는 조합원들에게 몇 달 동안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노동조합 대표였던 택시노동자는 외제차를 타고 나가는 사장에게 임금을 지급하라고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사소한 다툼이 발생했다. 회사는 이를 이유로 해당 노동자를 해고했고 1심 법원은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항소심은 해고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많은 이들이 상식에 반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에도 위와 같은 상식 밖 현실은 계속되고 있다. 문제 속에 답이 있듯 비상식의 한복판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지 않을까 싶다. 건설노동자는 구속된 상황에서도 자신의 구속으로 인해 노동조합이 위축될까, 교도소 밖 사람들이 고생할까 걱정했다. 공공노동자는 노동조합 활동 중에 기소된 것쯤이라며 개의치 않고 있다. 화물노동자는 같은 지역 화물노동자들에게 불합리한 화물업계 현실을 적극 알리고 있다. 택시노동자는 임금 한 푼 못 받는 해고기간 중에도 택시업계의 도급제 철폐와 복직을 위해 열심히 투쟁하고 있다. 상식 밖 시대에서 상식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다.

김성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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