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동산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

1. 제주 영어회화 전문강사 119명 집단해고, 박근혜 정부와 이석문 제주교육감의 꼼수

2009년 실용영어교육 강화를 위해 이명박 정부는 영어회화 전문강사 제도를 도입했다. 우수한 전문인력에게 안정적 고용환경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서 정한 2년 기간제 사용기간의 예외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4년 동안 기간제 고용이 가능하도록 개정했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기간제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기간제 고용기간 상한을 4년으로 연장하려는 논리와 대단히 비슷하다. 교육부는 2009년 이후 4년이 도과하는 2013년까지 아무런 고용안정대책을 마련하지 않다가 4년 도과 직전에 4년 만료자들을 전원 해고(계약만료통보) 조치한 후 새롭게 신규선발절차를 거쳐 계속 기간제 고용이 가능하도록 업무편람을 개정했다. 정부가 앞장서서 기간제법을 무력화시키는 전원해고 후 선별적 신규채용이라는 꼼수를 대책이랍시고 발표했던 것이다. 이에 강사들은 평생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정부 대책에 반대하는 의미로 소복을 입고 길거리로 나와서 투쟁했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고용노동부 역시 교육감 직접고용 형태로 채용을 전환하고 무기계약 전환 등 고용안정대책을 수립하라고 권고했지만 정부와 교육청은 국가기관의 권고조차 무시했다. 이런 와중에 2013년 6천여명의 강사들은 2015년 기준 4천500명으로 줄어들 정도로 극심한 고용불안을 겪었고, 6년 이상 장기간 근무했지만 단 한 명의 무기계약 전환사례도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달 21일 중앙노동위원회는 4년 이상 근무한 강사에 대한 계약해지를 다룬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 대해 교육감이 사용자이고, 학교를 옮기기나 4년 만료 후 신규채용 절차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연속된 근무로 보고 4년을 초과한 경우 이미 무기계약 신분이므로 단순히 기간만료만을 이유로 재계약을 거부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너무나 당연한 판정이 내려지자 제주교육청의 또 다른 꼼수가 계획됐다. 불과 열흘 뒤인 같은해 12월 말, 제주교육청은 앞으로 4년 만료자의 경우 재계약을 지양하라는 사실상의 해고지시 공문을 일선 학교들에 발송했다. 이 공문대로라면 지금부터 2019년 2월이 지나면 제주지역의 강사 119명은 모두 해고돼 사라지게 된다. 이미 제주교육청 예산으로 119명 현원에 대한 인건비 예산이 책정돼 있고, 교육부도 인위적 감축이 없도록 관련 예산이 지원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유독 제주에서만 이런 꼼수가 자행됐다. 제주도의회 교육위원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졸속적 정책결정을 질타했지만 이석문 교육감은 이미 내린 공문을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있다. 배려와 협력의 교육을 강조하고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따뜻한 교육을 강조해 온 제주교육감은 119명의 생존권 말살과 영어공교육 약화를 감수하면서까지 꼼수 계획을 고집하고 있다. 30여년 만의 폭설과 엄동설한의 추위와 칼바람을 맞으며 제주 강사들은 오늘로 14일째 천막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2. 10년 동안 11개월 쪼개기 계약에 40일째 천막농성에도 묵묵부답, 농성장 철거 강요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서울시교육청 산하 학교들에 대한 시설물 관리와 하자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시설기동반에 비정규 노동자들이 있다. 올해로 벌써 10년째 전원해고와 11개월 쪼개기 근로계약 체결이 반복됐다. 연말이면 전원 해고됐고 다시 2월이면 1년도 아닌 11개월 근로계약서를 다시 작성했다.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해 부당한 쪼개기 근로계약 근절과 고용안정대책으로 무기계약 전환을 요구하며 지난달 18일부터 지금까지 40일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이번에도 역시 지난해 말 전원을 계약만료 통보 방식으로 해고했다. 더욱이 절박한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천막농성장 철거를 강요하고, 조합원에 대한 재채용 탈락 등을 언급하는 등 노조탄압 행위까지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 교육청 방호과 직원이 부당한 조치에 항의하는 여성 서울지부장을 밀어 넘어뜨리는 폭력사태까지 발생했다.

위 사례들은 소위 진보교육감으로 불리는 서울과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끄러운 교육현장의 모습들이다. 교육노동자들이 불안하면 교육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조희연 교육감과 이석문 교육감은 학생들이 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언제든 해고되는 모습을 학교에서부터 보고 자라난 학생들을 잔인하고 살벌한 무한경쟁 사회의 노예로 만들고 싶은 게 아니라면 이제라도 꼼수를 멈춰야 한다. 두 교육감은 이제라도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해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