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최근 계속해서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가장 가시적인 것으로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치인 7%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증시는 폭락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언론에 잘 보도되지는 않지만 중국 노사관계가 중앙정부도 우려할 만큼 현장에서 심각해지는 듯하다.

세계 경기침체로 많은 제조업체들이 문을 닫거나 더 싼 비용의 입지를 찾아 미얀마 같은 저비용 개발도상국이나 중국의 다른 지역으로 사업체를 이동한다. 이로 인해 대량 해고와 임금체불, 보상 같은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Jobs) 보고서에서 "세계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로봇공학(robotics) 등이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는 제4차 산업혁명(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초기 단계에 이미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향후 비즈니스 모델과 노동시장이 큰 혼란(widespread disruption)을 겪을 것이고, 특히 2020년까지 사무행정 분야에서 476만개, 제조생산 분야에서 16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경제는 최근 세계 경기침체와 이러한 노동시장 추세에 휩쓸리고 있다. 지난 10여년 이상 성장을 구가하면서 한때 노동력 부족 현상까지 초래했던 중국 노동집약적 산업의 황금기는 더 이상 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러한 전환기 속에서 중국 노사관계는 경기에 민감한 기업들의 대량 해고와 피해 당사자인 농민공 문제 해결이라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중국은 공산당 산하 중화전국총공회가 법으로 유일하게 인정되는 노조체계를 갖고 있다. 요즘 다국적기업 단위에서 노동자대표 직접선출 같은 실험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너무 미약한 수준이다. 게다가 상황에 따라 그마저도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제조 분야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비정부단체(NGO) 활동가들을 구속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광둥성(廣東省) 광저우(廣州) 공업지역인 판위에서 노동자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노동자들을 지원한 센터 소장과 활동가들을 중국 정부는 "사회질서 혼란을 초래하는 군중 동원" 혐의로 구속했다. 경기가 좋은 시절에 이들의 활동은 문제가 없었다. 이들의 주요 역할이 노동자들의 과격한 요구를 조정해 살쾡이파업(wildcat strike)을 피하고 법 테두리 내에서 단체교섭을 통해 노동자들의 경제적 권리(economic rights)를 획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적어도 묵시적으로는 이들의 활동을 허용했다. 중화전국총공회도 ‘파업을 줄이는’ 단체교섭 효용성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동안 조직 내부적으로 단체교섭제도를 장려해 왔다.

그런 가운데 경기가 나빠지면서 노동자들의 투쟁이 급증하고 있다. 새해 첫째 주에만 전국적으로 발생한 파업이 60건 이상이다. 그중에서도 중국 제조산업 허브인 광둥성의 노사분규가 심각하다는 보도(2016년 1월15일자 홍콩 South China Morning Post)가 나왔다.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절이 가까워지면서 귀향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불만이 악화될 소지가 충분하다.

사용자들과 법 테두리 내에서 교섭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면서 노동자들의 파업·시위가 증가하자 비정부단체의 노동자 지원활동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홍콩에 활동하는 차이나레이버불레틴(China Labour Bulletin)을 광저우 판위에서 발생한 대만계 신발회사 리더(利得)의 노사분규를 지원한 외부세력으로 비난하고 나섰다(2015년 12월23일자 인민일보).

그간 중국 정부는 공회가 주도하지 않은 노동자 시위·파업이더라도 자국 노동자들이 다국적기업을 상대로 정당한 임금(최저임금 보장)과 사회보험을 비롯한 경제적 권리를 확보·개선하는 투쟁이라면 국내 정치에 리스크 부담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제는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와 불만을 외국자본과 다국적기업이 해소해 주기를 바라기에는 중국 정부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중국 공산당이 인정한 공회가 아닌 다른 노동 관련 비정부단체의 역할을 바라보는 중국 정부의 시각이 경제가 활성화된 시절의 자신감에 차 있던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에 전 세계 노동자그룹을 대표하는 14명의 정이사(titular member) 중 한 명으로 참가하고 있는 중화전국총공회가 향후 중국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관심이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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