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대전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 부천 세종병원, 청주 노인요양전문병원, 대구 시지노인전문병원 노동자들이 모였다. 모두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은 곳이다.

이들은 이날 증언대회를 열고 사측이 단체교섭이나 노사갈등 국면에서 특정 외부인사를 노무담당자로 기용하고, 그 직후 노조탄압이 극심해졌다고 주장했다. 백범기 당시 보건의료노조 대구시지노인전문병원지부장은 "병원측은 해당 인물을 채용한 뒤 각 부서 책임자를 불러 노조에 가입한 부서장부터 탈퇴시키는 순으로 노조파괴를 유도했다"며 "탄압이 너무 심해 조합원들이 볼펜형 녹음기를 가지고 다닐 정도였다"고 전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충북지역지부 청주시노인전문요양분회 조합원 채영숙씨는 "비조합원에게는 따뜻한 밥을, 조합원에게는 찬밥을 주고 조합원에게는 휴게시간에 덮을 이불도 주지 말라고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이들이 당시 노사갈등을 다시 거론하는 이유는 최근 그 외부인사가 대전 을지대병원에 입사했기 때문이다. 18년 만에 노조를 재건한 뒤 단체협약을 체결하려는 상황인 만큼 보건의료노조 을지대병원지부의 우려는 크다.

물론 병원측이 노조를 파괴하고자 특정 인물을 채용했다는 증거는 없다. 이곳에서도 노사갈등이 악화되리라고 단언하기도 힘들다. 병원측은 "노조 파괴를 위한 인사라는 주장은 허위사실"이라고 항변하며 "합리적 노사관계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아쉬움과 우려는 남는다. 병원측은 이달 6일 입장문을 내고 "해당 인물이 재임한 병원사업장에서 노사갈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고 "노사 쌍방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병원측은 그러나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노조가)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만 내놓았을 뿐이다. 입장문 속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노동운동" 혹은 "불법행위의 양은 노조측이 많았다"는 문구는 노조를 설득하거나 인정하는 언어가 아니었다.

앞선 사업장들은 극한 갈등 끝에 노사관계가 파탄 나거나 병원 폐업 같은 파국에 이르렀다. 지금은 누가 더 불법적이냐, 명예훼손이냐 아니냐를 따질 때가 아니다. 노사갈등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지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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