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9·15 노사정 합의 파기를 선언한 뒤 고용노동부가 양대 지침 의견수렴을 명목으로 현장 간담회에 주력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부가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은 노조 대표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게다가 양대 지침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한 것처럼 홍보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기권 장관은 21일 인천의 한 음식점과 경기고용노동지청에서 지역 노사 대표들과 공정인사(일반해고)·취업규칙 지침과 관련해 간담회를 가졌다. 고영선 차관도 같은날 오전 전남 나주 한국농어촌공사에서 공사 노사 대표, 오후에는 대구지방노동청에서 대구의료원을 포함한 지역 노사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이 장관과 고 차관은 지난 20일에도 각각 서울 마포구 일진전기 서울사무소와 대전지방노동청에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장관이 일진전기를 방문한 것과 관련해 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노사 대표 4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일진전기에는 수원공장과 안산 반월공장에 각각 노조가 있는데, 두 노조 모두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들은 회사 대표와 인사팀 과장, 그리고 급하게 회사측에서 섭외한 비노조원 직원 두 명이었다.

회사 인사팀 관계자는 “노동부에서 노조 대표자들을 초청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시간이 부족해 노조에 알리지도 못하고 직원 두 분을 간담회에 데려갔다”며 “언론에서 노사 대표 간담회라고 보도했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를 주관한 서울지방노동청 고위관계자는 “급하게 간담회를 잡으면서 미처 참가자 신분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노동부가 대전노동청 간담회에 한국노총 철도사회산업노조 지역본부장을 포함해 7명의 노조 관계자가 참석했다고 밝힌 부분도 논란이다. 노조 관계자는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조합원이나 간부들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전노동청 관계자는 “당사자들의 요청으로 사실확인을 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노동부가 양대 지침 발표와 관련해 명분을 쌓기 위해 간담회를 서둘러 추진하면서 대표성이 없는 관계자들을 섭외하거나, 참가자 명단조차 공개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간담회 내용도 왜곡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부는 21일 고영선 차관이 한국농어촌공사 노사 대표와, 대구지역 노사대표들과 만난 것에 대해 “공정인사 지침이 쉬운 해고가 아니라는 점에 참가자들이 공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 차관과 만난 김동욱 한국농어촌공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별다른 대화 없이 상급단체(한국노총 공공연맹) 지침에 따르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동훈 대구의료원노조 위원장은 “간담회에 참석해 정부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 노사정 합의가 파기 됐다고 주장했는데 보도자료에 그렇게 나오니 황당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