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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요구 사실 공고의 무게주민영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 주민영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추운 겨울 판매대리점 안에서 느껴지는 햇살은 따스하지만, 대리점 밖에서 느껴지는 햇살은 그것마저 없다면 똑바로 서 있을 수 없을 만큼 춥다. 현재 대리점 밖에서 한 남자가 대리점을 향해 서 있다. 그는 전국 자동차판매 노동자연대 위원장이다.

올해 1월 필자는 참관인 자격으로 중앙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 참석했다. 전국 자동차판매 노동자연대 설립 이후 첫 중앙노동위 심문회의였기 때문에 위원장뿐만 아니라 사무처장을 비롯한 다른 조합원들도 변론을 위해 참석했다.

노사가 중노위 심문회의까지 오게 된 과정은 이렇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3 제2항은 “노동조합은 사용자가 제1항에 따른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다르게 공고하는 경우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3항은 “노동위원회는 제2항에 따라 시정요청을 받은 때에는 그 요청을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그에 대한 결정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교섭요구를 했음에도 사용자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자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신청을 했고, 경기지노위는 노동조합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불복한 사용자가 재심을 신청하면서 중노위 심문회의 자리까지 오게 됐다.

통상적으로 교섭요구 사실 공고에 대한 시정신청은 노동위가 노사 양측이 제출한 서면을 양 당사자에게 제공하지 않고 그 요청을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결정하는 어찌 보면 간단한 사건이다.

그러나 사용자는 경기지노위 결정에 대해 이미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설립된 노동조합으로서 설립신고증을 받은 노동조합에 대해 조합원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문제 삼아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교섭요구 사실 공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고, 이러한 이유로 심문회의는 ‘교섭요구 사실 공고 여부’보다는 ‘노조법상 근로자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근로자성 문제가 다퉈지는 경우에는 근로관계 전반을 다양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에 노동자들은 사용자의 지휘·감독, 구체적인 업무 지시, 업무의 종속성 등과 관련한 수많은 증거자료를 준비한다. 그러나 사용자는 단순히 임금이 실적에 따라 지급된다는 둥, 용역계약서를 썼다는 둥 또는 그런 사실이 없다는 한마디로 노동자가 준비한 수많은 증거를 묵살하고 무시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근로자성이 부정된 사례가 적지 않다.

이날 심문회의도 마찬가지였다. 사용자는 여전히 그런 적 없다는 답변을 늘어놓았고 사용자 답변이 나올 때마다 옆에 앉아 있던 조합원들의 비난 섞인 한숨이 깊숙한 곳에서 쏟아져 나왔다.

사용자의 이러한 태도에 노동조합은 다양한 증거자료를 근거로 업무 특성상 겸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사용자가 규정된 영업사원 금지행위에 따라 징계를 하고 조회와 석회를 실시했다는 사용자의 지휘·감독 및 업무 지시 등에 관한 사실을 주장했고, 참석한 조합원들의 추가 진술도 더했다. 심문회의 결과 겨우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았다. 사용자의 재심신청은 기각됐다.

이제야 10일짜리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신청이 마무리됐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사용자가 어떠한 방법으로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조직을 와해시키려고 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얼른 얼음이 녹고, 바람이 잔잔해지고, 안개가 걷혀 그가 서 있는 자리에 따뜻한 햇살이 비추길 고대한다.

주민영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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