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현 공인노무사(철도노조 법규국장)

지난 14일 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와 관련한 소송 2건이 같은날 선고됐다. 서울행정법원에서 선고된 사건은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재심결정취소 사건’이고, 서울고등법원에서 선고된 사건은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사건’이다. 이들 사건 외에 다른 사건들도 소송 중에 있지만 이 두 사건은 현재 철도노조와 코레일관광개발의 노사관계가 어떠한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2013년 11월 KTX 승무원들은 자신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자 새로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설립 직후 300여명의 승무원들이 노조에 가입했고 회사에 상견례를 요청했다. 그런데 회사는 철도노조 지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고 상견례뿐만 아니라 단체협약 만료에 따른 교섭요구도 현재까지 묵살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생긴 이후 회사측과 어떠한 대화도 없는 상황이 4년째 계속되고 있다. 회사가 철도노조의 교섭요구에 대한 교섭공고를 이행하지 않아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정해지지 못했고 이에 2015년 임금은 노동조합과 교섭 없이 회사가 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회사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부재한 상황이므로 부득이하게 전체 근로자의 의견을 수렴해 임금인상률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물론 철도노조가 3년 동안 손만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수차례 협의·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번번이 무시당하는 상황이 계속됐고 한편으로 조합원들은 열악한 근로조건이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었기에 철도노조는 회사를 압박해 대화를 이끌어 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2014년 초부터 승무원들의 근로조건에 대한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간담회·토론회를 개최하면서 회사가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꾸기를 기대했으나 돌아온 회사의 답변은 허위사실을 유포하지 말라는 경고장이었다.

노동조합이 설립된 이후 3명에 대한 해고를 포함해 강등·정직·감급 등 6명에 대한 중징계가 있었고 회사가 행한 이 모든 징계는 정당한 징계사유가 단 하나도 인정되지 않아 모두 부당징계임을 인정받았다. 이 중 지부장 등 조합간부들에 대한 징계는 노동조합을 혐오해 이뤄진 부당노동행위인 불이익취급이라고 판정했는데, 부당노동행위 인정에 인색한 노동위원회가 불이익취급이라고 인정할 정도면 회사의 노동조합에 대한 태도가 어떠한지 쉽게 알 수 있다.

회사와 대화로 현안을 풀어 나가면서 즐거운 일터, 안전한 일터를 만들고자 하는 바람은 여전히 요원하다. 오히려 즐겁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 보겠다고 먼저 나선 노조간부들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를 비롯한 가혹한 징계뿐이다. 회사는 현재까지 수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면서 중앙노동위원회의 복직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은 회사 명예를 실추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자 하는 불순한 세력이 아니다. 소모적인 반목과 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철도노조 조합원들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미치게 된다. 특히 철도이용객의 ‘안전’과 ‘서비스’를 담당하는 승무원이 즐겁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것은 철도노조 조합원과 회사에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에게 더 좋은 서비스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회사가 더 이상 대화를 거부해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다시 한 번 철도노조는 회사에 요청한다. “우리 대화 좀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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