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한 2015년을 보내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출근한 2016년 첫 월요일, 조간신문 기사를 읽으며 황망함을 금할 수 없었다. 고용노동부가 2016년 1월부터 실직 전 임금 수준에 상관없이 실업급여 상한액과 하한액을 차등 없이 4만3천416원 단일액으로 일률 지급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보도자료를 낸 것이다. 이처럼 상한액과 하한액이 동일한 괴상한 지급방식이 불가피한 이유는 지난해 노동 5법의 하나로 제출된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현재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여 놓았다.

실업급여 하한액은 고용보험법에서 최저임금액의 90%으로 정하고 있고, 상한액은 시행령에서 4만3천원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2016년 최저임금이 6천30원으로 상승하면서 실업급여 하한액이 4만3천416원(6천30원*8시간*90%)이 돼 상한액을 추월했다. 고용보험법 개정을 통해 실업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80% 수준으로 낮추고, 이에 맞춰 상한액을 5만원으로 인상하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려고 했는데,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해 시행령 개정도 중단돼 어쩔 수 없이 올해부터 4만3천416원 동일액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포함한 노동 5법의 국회 통과 지연 때문에 실업급여 단일액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노동부 설명은 은연중에 입법부를 압박하면서 자기 책임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저급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실업급여 제도는 실직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구직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국가 강제보험이다. 또한 실업급여 지급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은 주로 근로자의 보수총액에 보험료율을 곱해 근로자와 사업주가 절반씩 부담하는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사업 및 실업급여 징수금'으로 조성된다. 쉽게 말하면 근로자 소득에 따라 납입하는 보험료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처럼 고용보험법 입법취지와 기금 조성 기여도 차이를 고려하면, 실업급여는 실직 전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돼야 하고 이는 실업급여 제도의 본질적 요소다. 관행적으로 상한액만 인상하면 재정부담이 증가해 보험료 부담이 우려되므로 시행령만 개정할 수 없다는 것이 노동부 설명인데, 이 역시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우선 실업급여 하한액 적용대상자가 전체 수급자의 67%나 되는 현실에서 하한액 인하도 함께 추진하는 노동부가 일시적으로 상한액만 증가시킨 기간의 재정부담을 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기금 운용은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기간별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한 사안이다. 보험가입자율·징수율·실업급여 수급자율을 포함한 보험수지 동향과 경제상황을 고려해 고용보험료율이 결정되므로 상한액 인상으로 보험료가 증가한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실업급여 지급기간 연장 및 지급수준 상향까지 포함한 제도개편을 주장하며 실업급여를 더 많이 더 오래 주기 위해 고용보험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노동부가 상한액 인상의 단일한 재정부담 효과를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실업급여 상한액 설정은 시행령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고용보험법 국회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노동부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개정할 수 있다. 2016년 최저임금이 지난해 8월5일 고시됐으니 이미 그 전부터 실업급여 상·하한액 역전 사태는 예정돼 있었다. 노동부는 직접 이 부분에 대한 고용보험법 개정을 시도하든지, 상한액만이라도 일정 수준 높이는 시행령 개정을 하든지, 적어도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단일액이 지급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방지했어야 했다. 고용보험법을 포함한 노동 5법을 처리하지 않고 있는 국회 탓이 아니다.

결국 노동부가 실직자 생활안정을 보장하는 실업급여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노동개악법 처리를 위한 의도적인 직무유기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이유가 어찌 됐건 실직 전 소득에 관계없이 실업급여가 단일액으로 지급되는 현 상황은 제도 실패에 가까운 중차대한 문제다. 이러한 사태의 근본적 책임은 고용보험을 관장하는 노동부 장관에게 있으므로, 국회 탓이나 재정부담 증가 운운하지 말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상·하한액 역전 상황을 정상화시켜 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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