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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수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 "성과연봉제 기업은행에 한 발짝도 못 들어오게 하겠다"
▲ 정기훈 기자

파격이라면 파격이었다. 집회도 아닌 취임식 자리에서, 은행장과 임원진들과 마주 선 자리에서 신임 노조위원장이 투쟁조끼로 갈아입고 "파업 불사"를 외친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지난 8일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에 취임한 나기수(46·사진) 위원장 얘기다.

나 위원장은 그날 취임식에서 "파업을 불사해서라도 개별성과연봉제를 저지하고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지켜 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합원들은 박수를 보냈고, 임원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금융공기업 특히 기업은행을 지렛대 삼아 성과연봉제를 민간은행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벼르는 금융당국을 향한 경고이기도 했다.

"성과연봉제, 은행 현실과 맞지 않아"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만난 나 위원장은 "성과연봉제가 기업은행에 한 발짝도 디딜 수 없게 하겠다는 의지를 행장과 대의원들 앞에서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의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린 데다, 앞서 선거 과정에서도 "(현 집행부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이면합의를 해 줬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나 위원장은 당시 집행부 수석부위원장이었다.

금융당국은 올해 은행권에 개별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를 "잘하는 사람이 더 좋은 대우를 받도록 차등화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나 위원장은 "직원 개개인 간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반박했다.

현재 은행권 임금체계는 기본급(호봉제)에 지점·부서 단위 실적을 바탕으로 하는 집단성과급제가 혼합된 형태다. 기업은행도 지점 영업여건을 고려해 영엄점 규모가 비슷한 곳끼리 평가한 뒤 성과급을 차등지급하는 집단성과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나 위원장은 "차를 판매하는 거라면 개별성과를 측정할 수 있지만 은행은 팀 위주 협업을 하는 곳"이라고 잘라 말했다. 업무특성상 개인 직무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그는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이 몰려 있는 곳에 입점한 영업점과 주거지역에 있는 영업점 간 실적이 확연히 차이 난다"며 "업무환경이 다른 직원들의 개별성과를 측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행이 금융공기업(기타공공기관)이지만 실제로는 일반 시중은행들과 경쟁하고 있다"며 "정부가 은행 경영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게 아니라 전문경영인들에게 경영을 맡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 발전하려면 준정규직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성과연봉제가 은행권 전체를 뒤덮는 화두라면 준정규직으로 불리는 무기계약직 문제는 기업은행 자체적으로 풀어야 하고, 풀 수 있는 쟁점이다. 기업은행 준정규직은 전체 조합원(8천700여명)의 42%(3천600여명)나 된다. 4명의 후보들은 임원선거에서 모두 준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공약했다. 하나같이 '취임 100일 내 전환' 혹은 '1년 내 전환' 아니면 '임기 내 전환'을 내걸었다. 나 후보는 임기(3년) 내 전환을 약속했다.

대부분 창구텔러 업무를 맡고 있는 준정규직은 한정된 업무밖에 할 수 없어 인력운용에도 한계가 있다. 정직원보다 임금수준이 낮아 상대적 박탈감도 크다. 나 위원장은 "은행 발전을 위해서라도 준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은행도 정규직 전환의지가 높기 때문에 정부가 공공기관 정원 규제를 풀어 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지부는 준정규직의 완전한 정규직 전환을 위한 TFT 구성을 1분기 노사협의회 안건으로 올렸다.

나 위원장은 기타공공기관 지정 해제와 사업부제 전면 개편도 공약했다. 그는 "노조가 가만히 앉아서 100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며 "조합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으면서 길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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