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2012년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는 정치권 최고의 화두였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이 흐름을 가장 잘 활용한 후보였다. 그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경제적 약자 권익 보호 △공정거래법 집행체계의 획기적 개선 △대기업집단 불법행위 및 총수일가 사익편취 엄중 대처 △기업지배구조 개선 △금산분리 강화로 대표된다.

3년이 지난 지금 사정은 어떤가. 동반성장연구소가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 잘되고 있는가’를 주제로 개최한 동반성장포럼은 우리 현실이 경제민주화와 거리가 멀다는 것을 보여 줬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제조업부문 대기업-중소기업 임금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사례도 늘고 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격차 심화의 원인으로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을 꼽았다. 2014년 현재 10대 재벌의 시가총액 비중은 43.3%, 자산총액은 국내총생산(GDP)의 105.2%, 매출총액은 68.3%나 된다.

지배구조는 또 어떤가. 총 주식의 5%도 안 되는 주식을 소유한 총수일가가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한다. 더구나 금산복합재벌로 존재한다.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은 혁신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고 내부거래를 통해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기술혁신과 시장 활력을 떨어뜨린다. 박 교수는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은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사회 양극화 심화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3년간 공약(空約)에 그쳤다.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청년들은 ‘헬조선’을 견디지 못하고 ‘탈조선’ 대열에 동참하려고 한다. 심화하는 사회 양극화의 산물이다.

박 대통령은 공약에서 비정규직 고용안정·차별해소, 정리해고 요건 강화를 외쳤다. 지금은 정반대로 비정규직 확대와 쉬운 해고를 위한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박 교수는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의 선결과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재벌개혁을 해야만 시장경제체제의 근간을 바로잡고 혁신형 경제로 나아갈 수 있으며, 부의 축적을 불법과 편법으로 여기는 사회적 시각이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총선이 9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대선에서 못다 이룬 경제민주화를 다시 떠올리자. 정치권이 어떤 사기를 치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자. 그래야 탈조선 청년들의 발길이나마 되돌릴 수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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