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말 한국은 철도민영화 논란으로 들썩였다. 철도노조가 벌인 23일간 파업은 이례적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철도노조 수뇌부를 체포하기 위해 경찰이 민주노총에 강제진입해 지탄을 받기도 했다. 그해 반대 여론을 거스르고 국토교통부는 수서발 KTX 주식회사(현 SR)에 면허를 발급했다. 경쟁체제가 도입된 지 2년이 지난 2016년 벽두에 들리는 소식은 우려했던 그대로다. SR이 열차운전을 제외한 열차정비·선로 유지보수 같은 핵심업무를 철도공사(코레일)에 위탁한다는 내용이다. 경쟁체제가 아니라 기생체제라고 비꼬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철도 경쟁체제 도입 2년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정부, 철도산업 경쟁체제 도입 불가능 깨달아야

박원석
정의당 의원

지난 2013년 '철도민영화'가 시작된 지 2년이 흘렀다. 당시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철도민영화 로드맵인 철도산업발전방안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철도민영화의 시발점인 수서발 KTX는 올해 개통될 예정이다. 정부는 여전히 철도민영화가 아니라고 하지만, 민영화의 단계가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한다. 수서발 KTX 운영사인 ㈜SR의 설립이나 면허발급이 그러했다.

특히 최근 SR이 열차운전을 제외한 핵심업무 대부분을 철도공사에 위탁하려는 것은 초기부터 예상된 민영화 행보다. 철도산업의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허구적인 논리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여전히 철도민영화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박근혜 정부가 조속히 철도산업 경쟁체제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철도민영화를 포기해야 한다.

철도공사-SR 통합해야 사회적 비용 낭비 막는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

수서발 KTX 운영사인 ㈜SR은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민영화가 가능한 회사다. 공적자금을 투입했다고 하지만 언제든 주식 매각을 통해 민간회사로 전환할 수 있는 여지가 확보돼 있다.

서울 수서역에서부터 고작 60킬로미터 되는 지선을 만들어 놓고 경쟁체제를 도입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거짓투성이다. 차량 대부분도 철도공사에서 임대해서 사용하고, 유지보수도 공사에 위탁을 주려고 한다. 그런데도 SR은 사옥도 짓고 기획단도 만들고 여러 임원자리도 만들어 놨다. 철도공사의 한 부서가 맡아서 개통할 수 있는 일을 이상한 회사를 만들어서 전가했다.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도 높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거래비용도 발생하고 있다. 이 모든 피해는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철도공사와 SR로 나뉘어져 발생하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는 통합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데 하나의 집단이 생기기는 쉬워도 없애기는 어렵다. 앞으로 SR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되돌리는 작업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철도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관료들이 철도의 사회적 역할에 주목하는 이들로 바뀌어야 한다. 현 정권이 장기집권을 한다면 철도공사와 SR의 통합은 불가능할 게 자명하다.

철도 경쟁체제 도입? 안전의 외주화 현실화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

수서발 KTX 운영회사인 ㈜SR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 수서발 KTX 분할은 철도 안전을 파괴하고 민영화를 촉진하게 될 것이라는 철도노조의 경고에 대해 정부가 뭐라고 했었나. 민영화가 아니라 철도 경쟁체제 구축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SR의 운영행태를 보면 철도 경쟁체제 도입을 목적으로 했다는 정부의 주장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가가 확인되고 있다.

열차운전을 제외한 열차정비·선로 유지보수 같은 핵심업무 대부분을 '경쟁회사'인 코레일에 위탁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차량정비 업무위탁 과정에서 국토교통부는 SR을 통해 코레일에 터무니없이 낮은 계약단가를 제시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코레일은 (계약단가에 맞춰) SR 차량정비 업무의 외주위탁비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 철도노조가 우려했던 '안전의 외주화'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누가 더 비용을 줄이는지를 두고 경쟁의 효과라고 얘기하게 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비용절감은 아웃소싱 확대로 나타나고 결국 철도 공공성과 안전을 위협하게 될 수밖에 없다. 또 SR은 기관사들에게도 코레일 기관사보다 후퇴된 노동조건을 적용시키고 있다. 기관사들에게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월 근무시간을 코레일보다 9시간 늘린 174시간으로 확대하는 단체협약 개악을 했다. 승무율을 높인다는 명분하에 강도 높은 운전 스케줄이 짜일 가능성이 높다.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고속열차 운영에서 바닥을 향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철도경쟁의 효과는 결국 누가 더 비용을 줄일 것인가, 누가 더 노동조건을 후퇴시킬 것인지에 대한 경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저가항공사에서 안전 문제가 제기되고 있듯이 안전의 외주화, 공공성 후퇴로 이어질 게 자명하다.

수서발 KTX 민영화 지금이라도 되돌리자

강문대 변호사
(민변 노동위원장)

수서발 KTX는 백번 양보해 얘기해도 민영화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민영화와 무관하다는 정부 말은 믿기 어렵다. KTX 운영회사인 주식회사 SR이 핵심업무를 철도공사(코레일)에 위탁한다고 한다. 이럴 거면 코레일과 SR을 통합하는 게 낫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수서발 KTX를 통해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납득할 수가 없다. 철도공사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나마 흑자 노선인 KTX와의 통합이 필요하다. 수익이 나는 노선을 분리시켜 외주화했는데 어떻게 이익이 되겠나. 오히려 철도공사의 공익성만 해칠 뿐이다. 국민의 발인 철도는 한번 사고가 날 경우 비행기 사고처럼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이미 늦었다고 손 놓고 있을 문제가 아니다. 노조와 시민사회에서 수서에서 출발하는 KTX 노선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물적 기반이 만들어졌다면 합병하면 그만이다. 법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

철도 경쟁체제 필요 없다는 사실 드러나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발상부터가 말이 안 된다. 자회사를 만들어서 모회사와 경쟁을 시킨다니 말이 되나. 애초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드러났다. 수서발 KTX 운영회사인 ㈜SR이 열차운전을 제외한 열차정비와 선로 유지·보수 같은 핵심업무 대부분을 철도공사(코레일)에 위탁한다고 한다.

정부는 당초 수서발 KTX를 자회사에서 운영하게 한 것을 두고 코레일이 부채가 많아 경영효율화가 필요해서라는 이유를 댔다. 그렇게 부채가 문제라면 황금노선을 개발해 코레일에 주고 국가사업으로 인해 부채를 진 만큼 탕감해 주는 게 정답 아닌가. 아마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 줘도 다 이렇게 답안지를 낼 것이다.

또한 경영효율화가 필요하다면 고위 경영진과 부실예산을 줄이면 된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모기업과 자회사 경쟁구조를 말한다. 결국 자회사를 대기업에 팔아먹는 민영화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민영화는 안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철도경쟁체제가 필요 없다고 드러난 만큼 코레일과 SR을 통합해야 한다. 정부는 더 이상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조속히 해결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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