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7일 이기권 장관과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의 만남을 연이어 언론에 공개하면서 “일반해고·취업규칙 지침과 관련해 성실한 협의를 요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노총이 (노사정 합의 파기 같은) 다른 결정을 하더라도 지침 작성을 중단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국노총은 “노동부가 협의 요청 부분을 부각하는 한편 일방시행 의지를 같이 피력하고 있다”며 “지침 시행 명분을 쌓는 동시에 한국노총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분위기 좋지 않았던 장관·위원장 만남

이기권 장관과 고영선 차관은 이날 각각 기자들을 만나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 인력운영 가이드북(일반해고 가이드북)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정오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언론사 사회·경제부장 간담회에서 “한국노총이 노사정 대화에 조속히 복귀하고 지침 마련을 위한 협의에 참여해야 한다”며 “어제(6일)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나 협의에 참여해 달라고 또 한 번 당부했다”고 말했다.

고 차관도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장관께서 지난달 31일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났고 고용부 간부들이 공식·비공식적으로 협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장관이 지난달 31일 여의도 한 식당과 이달 6일 국회 앞 1인 시위 현장을 찾아 김 위원장을 만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리에 함께했던 한국노총 관계자들이 전한 분위기는 노동부 설명과는 사뭇 달랐다.

한국노총 관계자들은 “이 장관이 약속도 없이 일방적으로 찾아와서는 한국노총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은 채 협의 참여만을 강조했다”며 “김 위원장이 노사정 합의와 다른 새누리당 노동 관련 5대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미 발표된 노동부 행정지침 철회를 요구하면서 분위기가 좋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논란 키운 고영선 차관, 한국노총 비난

특히 고영선 차관의 발언이 논란을 키웠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노총이 참여해 충분한 협의를 이어 가기를 바라지만 기존 노사정 합의를 되돌리는 결정을 한다 해도 지침 작성을 중단할 수는 없다”며 “어차피 가이드와 지침은 처음부터 정부가 작성하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여러 경로를 통해 가능한 많은 의견을 수렴해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차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노동계 일부에서는 “노동부가 지침 마련을 위해 양대 노총이 아닌 친정부적 성향 노동단체를 모아 의견을 수렴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노동부는 이에 해명자료를 내고 “차관 발언은 한국노총과의 협의와 참여를 촉구하는 내용에 방점이 있었다”며 “한국노총을 포함해 노사와 100% 협의해서 추진한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노동계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정부·여당은 9·15 노동시장 구조개선 노사정 합의 이후 줄곧 합의 내용을 파기하고 일방통행과 독선의 길을 걸었다”며 “고 차관의 지침 강행 발언은 정부·여당이 노사정 합의 내용과는 다른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안을 내놓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전혀 새로운 행동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한 산별연맹 위원장은 “정부가 한국노총을 진정한 대화 상대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라며 “한국노총을 이용만 하려는 정부에 맞서 다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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