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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을 맞이하며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새해가 밝았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연신 반갑게 인사하지만 어색하다. 찜찜하다. 반갑지 않다. 왜일까. 아마도 ‘새해’라고 말하기에는 현 상황이 너무 어색해서 그런 게 아니겠나.

지난해 12월30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임에도 노동관계법은 아무런 진척이 없고, 노동부는 법에도 없는 ‘가이드라인’을 기습적으로 공개했다. 이에 맞서 양대 노총을 중심으로 한 저항은 굽힘이 없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1인 시위를 26일째 이어 가고 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절 집회를 이유로 구속·기소됐다.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앞으로 예정된 일정과 노동 상황에 비하면 지난해 우리가 겪은 고통은 가벼울 수도 있다. 원인을 찾자면 오늘의 시국이 (교수들이 한 어려운 말로) 혼용무도(昏庸無道)한 탓이다. 쉬운 말로 위아래 할 것 없이 온 사회가 무법천지(無法天地)이기 때문이다. 법과 질서가 무너져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노동관계법은 이미 흥정거리로 전락한 듯하다. 협상 당사자들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선거인 연령을 18세로 낮추면 정부와 여당이 제안한 노동관계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염려했던 일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든다.

위 발언이 야당에서 나왔다기에 더 그렇다. 누가 뭐래도 야당은 노동자 입장을 이해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 노동자를 지금보다 더한 나락으로 내몰지는 않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위 발언을 확인한 노동자들로서는 절망스럽다.

궁금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동관계법에 대한 공식입장을 갖고 있는지.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의원들이 지금까지도 아무런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야당은 지금이라도 입장과 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노동자들이 거부하는 노동관계법은 통과시킬 수 없다. 노동관계법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해야 한다.

이러한 혼란을 틈타 정부와 여당은 국회의장을 상대로 협박을 일삼고 있다. 노동관계법을 본회의에 의장 직권으로 상정하라는 요구가 바로 그것이다. 법률가의 입장을 떠나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삼권분립을 천명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통치체계에 정면으로 반한다. 국회법에 따르더라도 ‘천재지변’ 같은 직권상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국회 상황이 이러할진대 노동현장은 오죽하겠는가.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이름마저 어색하다. 노동조합 쟁의행위 자체를 금지해 달라고 할 수 있는가. 지난해 말 한국노총 중앙법률원은 울산 소재 KPX사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현재 노동조합이 진행하고 있는 쟁의행위를 금지해 달라고 제기한 가처분 사건을 맡아 진행했다.

다행히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권(노동 3권)은 보장돼야 한다는 울산지법 결정을 받긴 했지만 한없이 두렵다. 쟁의행위 금지를 요구한 사측의 이유가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와 호봉제 폐지, 외주화 등을 주장하면서 사측은 노동조합의 정당한 임금교섭 요구를 묵살했다. 정부와 여당의 고집이 멈추지 않는 한 앞으로 같은 내용의 사건이 이어지지 않겠나.

이 사건을 두고 이준희 한국노총 울산본부 의장은 “이번 사건은 아마 머지않아 전국 노동현장에 그대로 재현될 겁니다. 그래서 단순히 단위노조 사건으로 보면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오랜 경험에서 나온 분석 아닌가. 이대로 가면 노동조합은 존재가치를 완전히 상실하고 말 것이라는 절규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 9월15일 노사정이 합의한 것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이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문자 그대로다. 그런데 현재 남은 것은 뭔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겠다는 제도가 노사정 취지에 부합하는가. 전혀 아니다.

정부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비싼 홍보비까지 써 가면서 공중파 광고까지 하고 있다. “35세 이후에는 기간제로 4년까지 일할 수 있다. 파견 업종이 확대됐다”는 멘트다. 다른 내용은 없다. 위 광고대로 진행된다면 이중구조가 악화되지 않겠나. 현장 노동자들은 광고와 같은 정부 정책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할 수 없다고 봤다. 다수의 노동 전문가들의 입장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라도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해야 한다. 누가 반대하겠나.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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