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기업들의 면세점 쟁탈전이 지난해 유통업계를 뜨겁게 달군 가운데 최근 서울시내에 잇따라 오픈한 신규 면세점들이 폐점시간을 늦추는 방식으로 영업시간을 늘리고 있다.

5일 서비스연맹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역사에 오픈한 HDC신라면세점의 폐점시간은 밤 9시30분이다. 같은달 2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문을 연 한화갤러리아면세점 폐점시간은 밤 9시다.

중국인 관관객 증가 등의 영향으로 면세점 영업시간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저녁 7시30분이면 문을 닫던 면세점들이 이후 저녁 8시, 밤 9시로 영업시간을 연장해 왔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각 업체들이 과당경쟁을 벌인 결과다.

면세점 영업시간 연장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HDC신라면세점이 다른 업체와 비교해 영업시간을 30분 늘린 데다, 면세점 오픈을 앞둔 신세계와 두산이 관광객 수요를 감안해 영업시간을 연장할 가능성도 있다. 두산의 경우 대형패션몰이 밀집한 서울 동대문 투산타워에 면세점을 오픈할 예정이어서 동대문 심야쇼핑족에 영업시간을 맞출 수도 있다. 게다가 면세점은 1년 365일 매장을 연다. 대형마트 업계가 월 2회 의무휴업제를 도입하고, 백화점 업계가 월 1회 의무휴점을 실시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성종 연맹 정책실장은 “면세점은 기본적으로 교대제로 운영되는데, 각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영업시간을 늘릴 경우 장시간 노동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면세점 직원 대부분이 여성인 상황에서 일·가정 양립이 어려워지고, 장시간 감정노동이 노동자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문을 연 면세점 근무환경도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이 설립된 면세점 입점업체 조합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HDC신라면세점의 경우 직원 휴게시설이 없다. 인원이 부족해 화장실에 갈 때에도 관리자들의 허락을 받아 차례로 가야 하는 상황이다. 주차장 옆에 설치된 직원 탈의실은 잠금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일반인이 무단으로 탈의실에 들어오거나 탈의실 안을 엿보더라도 이를 저지하기 어렵다. 이 실장은 “매장 오픈에 급급해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은 뒷전으로 밀려 버렸다”며 “잇따라 문을 여는 면세점의 노동조건에 대한 정부 당국의 관리·감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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