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수 공인노무사(노무법인 나무)

2015년이 마무리되고 2016년의 새로운 해가 떠오르는 지금,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2015년을 돌아본다. 특히 의료민영화 논란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 보건의료계가 정신없던 와중에도 1년 내내 송사가 이어진 속초의료원의 수많은 사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강원도 속초의료원의 노사갈등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동안 속초의료원은 경영상 이유로 4년 동안 한 번도 임금을 인상하지 않았다. 지방의료원은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지역거점 공공병원임에도 언제나 수익성·적자경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때문에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와 연차휴가 반납, 임금동결 등으로 고통을 분담해 왔다.

속초의료원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2013년 10월 속초의료원 노사는 임금인상에 잠정합의했다. 그러나 병원은 단 한 달 만에 합의안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이듬해인 2014년 보건의료노조 속초의료원지부가 임금교섭 재개를 요청했으나 사용자측은 불성실교섭으로 일관했다.

지부는 그해 7월 파업에 돌입해 성실교섭 재개를 촉구했으나 당시 사측은 조정기간 중 정리해고를 예고하는 한편, 오히려 진료를 거부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사측의 결정이 지역 주민들의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와 여름휴가 기간에 환자가 늘어나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지부는 열흘 만에 파업을 종료했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가 파업 종료를 통보한 직후 일부 병동에 대한 직장폐쇄 조치를 하고,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을 직장폐쇄 부서 또는 필수유지업무부서여서 쟁의행위에 참가할 수 없는 중환자실에 배치하는 등 두 달간 여섯 차례 이상 비상식적인 배치전환을 했다. 9월에는 단체협약 해지통보를 하기에 이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장하나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14년 10월 실시된 지방노동청 국정감사에서 속초의료원이 노동조합에 행한 일련의 조치가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근거해 이뤄진 것임을 폭로하며 박승우 당시 속초의료원장에 대해 “도저히 공공병원 사용자라고 볼 수 없는 파렴치한 의도가 담겨 있다”고 일갈한 바 있다.

심지어 속초의료원은 단체협약상 노사 동수의 징계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사측 위원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에서 조합원들에 대한 무리한 징계를 결정했다. 단협이 해지된 뒤 수십 가지 사유로 함준식 지부장을 해고하고 부지부장·사무장을 비롯한 핵심 간부들에게 징계를 내린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원도의 인권침해 시정권고 통지에 따르면 속초의료원은 산별노조 간부들에 대한 출입금지 가처분과 손배 가압류, 고소·고발 등 26건의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형사사건 중 취하 2건, 기각 1건, 각하 2건, 무혐의 9건이 결정됐다. 그럼에도 속초의료원이 재차 항고한 5건을 비롯해 무려 17건이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한편 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노조와 지부 조합원들이 제기한 6건의 부당해고·부당징계·부당배치전환·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을 모두 인정했다.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사측이 재심을 신청한 4건을 부당행위로 인정한 바 있다.

2015년 상반기 속초의료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속초의료원은 2014년 하반기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약 1억2천600만원의 법률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사건이 계속되고 있어 비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속초의료원은 영동북부 유일의 공공의료기관으로 시민들의 세금이 지원되는 병원임에도 병원장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인해 노동조합을 상대로 도가 지나친 무분별한 송사를 계속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노사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200명도 채 안 되는 사업장에서 노사갈등 상황을 유리하게 풀어 가기 위해 공인노무사를 채용하고, 고액의 수임료를 받는 노무법인 2곳과 자문계약을 체결했다. 수없는 송사로 사용한 1억2천600만원을 의료원 고통분담에 함께한 직원들의 임금인상과 공공의료 발전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15년 10월 노사갈등 끝에 전임 원장이 사임하고 새로운 원장이 취임했다. 속초의료원지부장도 새롭게 선출됐다. 2016년은 60갑자 중 병신년(丙申年)이다. 병은 창조와 도전을, 신은 질서와 규칙을 의미한다. 그래서 2016년을 두고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는 해라는 해석이 있다. 병신년 새해를 맞아 속초의료원이 묵은 노사갈등을 털어 버리고 강원 영동북부지역 주민의 건강권 실현을 위한 상생의 노사관계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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