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석철 전국공무원노조 전북교육청지부장
우리나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라는 오명은 지난해까지 11년째 그대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20대와 30대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은 자살이다. 노인 자살률도 여기에 뒤지지 않는다.

덴마크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 병을 절망이라 했다. 사람은 절망적인 상태에 놓였을 때 자살을 최후 수단으로 삼는다. 인간은 세 가지 심리적 조건이 합쳐지면 자살을 시도한다고 한다. 첫째는 사회적으로 고립됐다고 느꼈을 때, 둘째는 타인에게 짐이 된다는 부담감을 가졌을 때, 그리고 셋째는 두려움이 없는 마음의 상태라고 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자존감 결여라 할 수 있다. 자존감은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절망적인 상황에 갇혔다고 생각하는 사람 곁에 그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들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진심으로 들어주고 이해하는 것 외에 그의 절망적인 상황을 단번에 해소해 줄 묘책을 안겨 주지 못한다 해도 말이다.

새해가 밝았다. 사람 사는 곳에 다사다난하지 않은 날이 있었던가. 그러나 지난해는 유난히도 우리 사회에서 절망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 한 해였다.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가르쳐야 하는지 헷갈리는 일이 더욱 많았다. 세월호 참사에 절망한 사람들은 여전히 변한 것 없는 상황에 몸부림치고 있고, 느닷없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노동관련법 개정 시도 등은 국민을 피아로 구분 지어 갈등을 증폭시켰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야 하는 나라, 대한민국 1%라고 자부하는 자들의 막말과 갑질이 볼썽사나운 사회, 빈부격차와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음에도 소수 이익만을 추구하려는 권위 등은 분노를 넘어 측은하기까지 했다.

새해에는 달라질 수 있을까. 보통의 시민들은 평균적인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어 한다. 상식을 어렵게 만드는 부조화는 수많은 사람들을 절망하게 하고, 부와 권력을 틀어쥔 소수만을 위한 사회는 평범한 개인을 실패자 아닌 실패자로 만들어 극한 상황으로 내몬다. 이는 정치와 경제 권력이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지키기 위한 모순의 구조화에서 비롯된 사회적 괴물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2016년에는 OECD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만은 벗자. 어떠한 외교로도 자살률 1위라는 한국인의 절망을 포장할 수는 없다. 국민의 삶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정부라면 국민이 왜 죽음으로 내몰려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과 고민이 있어야 하며, 이 같은 현실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누군가의 곁에서 이해하고 들어줄 그 한 사람 외에 국가가 사람 중심 사회와 경제 구조를 만들어 갈 때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인간은 혼이 비정상이라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그 죽음이 경제적 고립과 사회적 불평등을 방기한 국가로부터 짓밟힘을 당했다는 자존감 상실이 원인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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