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마침내 발표됐다. 가이드라인이니 행정지침이니 뭐라 이름을 붙여도 이 나라 노동자에게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을 발표했다. 지난달 30일 토론회에서 굳이 초안이라고 전제하고서 전문가 간담회 자료로 고용노동부는 발표했다. 일반해고와 임금피크제에 관한 박근혜 정부의 지침은 이렇게 세상에 선을 보였다. 정년연장에 관한 법이 올해 1월1일부터 300명 이상 사업장에서 시행되는 탓인지, 아님 대부분 사업장에서 이미 도입돼 버린 탓인지 이날 정부의 지침을 두고서는 임금피크제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관심은 일반해고에 집중됐다. 신문과 방송은 “저성과자도 해고 사유”, “개선기회 줘도 성과 못 내면 해고 가능”라고 정부의 ‘일반해고 지침’ 발표를 다투어 보도했다. 징계해고·정리해고 말고도 성과부진을 이유로 한 일반해고도 가능하다고 정부 지침이 발표됐다고 어지러웠던 2015년의 연말뉴스를 장식했다. 그리고 2016년이 시작된 1월 초인 오늘, 이 나라 언론은 이런 노동자는 저성과자로 해고될 수 있다고, 이렇게 하면 사용자는 성과부진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다고 지침을 해설해대고 있다. 이렇게 노동자를 위한 것이든 사용자를 위한 것이든 정부지침이 일반해고제를 노동자 해고를 위한 노동법상 제도라고 안내하고 있다.

2. 양대 노총은 즉각 반발했다. 노동부가 토론회에서 지침 초안을 발표하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성명을 발표해서 정부 지침을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노동자 당사자의 반대의견을 묵살한 정부의 노동개악 강행을 규탄”하고, “사용자 멋대로 해고를 일상화시키는 통상해고가 초래할 노동재앙에 대해 깊은 우려와 분노를” 표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정부가 결국 당사자인 노동계를 배제한 채 밀실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서 “지침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지침 공개는 그 파급력을 감안할 때 사실상 지침 시행”이라며 “명백한 노사정 합의 파기이자 사회적 대화를 파탄 내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양대 노총은 모두 일반해고 지침이 노동부의 행정지침으로 쉬운 해고를 도입하려는 것으로 당장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참여를 거부해 온 민주노총이든, 노사정위에 참여해서 노사정 합의를 했던 한국노총이든 일반해고 정부 지침 발표를 규탄하는 데서는 이구동성이었다.

일반해고, 즉 저성과자면 해고될 수 있다는 해고제도를 정부 지침으로 발표했다니 정부의 정책이라면 지지해 왔던 노동자라도 자신의 고용이 위태롭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해서 하도록 지침에서 밝히고 있지만 회사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해서 자신을 저성과자 대상자로 선정할지 모르니 두려운 일이다. 저성과자 대상자가 되면 일반해고가 아니라도 권고사직·희망퇴직 등으로 사업장에서 쫓겨나는 처지가 될 것이니 나라가 하는 일이라면 언제나 찬성해 왔던 노동자였지만 일반해고 지침 발표에는 찬성할 수가 없을 것이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것이 분명한 양대 노총은 노동자 반대에도 일방적으로 정부가 지침을 마련해 발표한 데 대해 분노하고 쉬운 해고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규탄하고 있으니 이 나라에서 노동자들이 이번 노동부의 일반해고 지침에 반대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3. 이런 노동자들의 반대에 대해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력운영 가이드북 마련을 위한 논의 검토 자료'라는 부제로 지난달 30일 토론회, ‘전문가 간담회’ 자료집을 표기함으로써 노동부는 자신의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노동부는 그동안 토론회·공청회·간담회 등에서 일반해고 지침 마련은 쉬운 해고를 도입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 왔다. 오히려 기존 판례가 밝힌 구체적인 기준을 정리해서 사용자가 함부로 해고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변명했었다. 노동계의 반발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례 기준에 따른 지침인데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해 왔다. 그러나 더는 숨길 수 없었다. 어떻게든 지침을 발표해야만 하는 노동부로서는 지침의 제목을 붙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력운영 가이드북 마련”이라고 지침의 실체를 이렇게 제목으로 달았다. 노동부는 사용자들이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한 “인력운영”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가이드북”을 마련하고자 그동안 온갖 비난을 무릅쓰고 토론회·공청회·간담회를 통해 의견수렴을 해 왔던 것이라고 자백하고 말았다. 오랫동안 대통령까지 나서 일자리 창출과 청년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안의 하나라고 말해 왔던, 바로 그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력운영”이었다.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은 임금에서는 성과주의 임금제도를 말하고, 인사제도에서는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말한다. 이 나라에서 권력은 초임에 비해 최고임금이 3배에 이른다며 연공급제 임금제도를 절대악이라고 비난하면서 직무급·성과급 임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외쳐 왔던 것인데, 이번 일반해고 정부지침은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일반해고 기준을 명확히 해서 사용자들이 이를 통해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도입해서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력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지침의 의도는 명확해졌다. 더는 숨기지 않고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력운영”을 위한 것이라고 노동부는 지침을 분명히 밝혔다.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4. 지난달 30일 노동부는 일반해고 지침 초안에서 “업무능력 결여, 근무성적 부진은 통상해고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근로제공에 대한 임금의 지급이라는 근로계약의 본질을 고려할 때 업무능력의 현저한 결여, 근무성적이 부진한 경우에는 별도의 징계사유가 없더라도 통상해고의 사유가 되는 것”이라며, 이는 “근로계약은 근로자의 근로제공과 사용자의 임금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으로 업무 수행 능력의 현저한 결여는 근로제공 의무를 불완전하게 이행하는 것으로 이는 근로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했다(자료집, 25면). 노동부는 이렇게 장차 가이드북을 통해 사용자에게 일반해고제도를 안내하겠다고 지침 초안을 발표한 것이다. 이것이 근로기준법을 구체적인 사건에서 해석해서 집행해 온 대한민국 법원의 판례 기준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겠다. “업무능력 결여, 근무성적 부진은 통상해고 사유에 해당한다”는 법은 없다. 근로기준법은 정리해고가 아니라면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3조). 해고는 무엇이라도 사업장에서 유효한 규범(단체협약·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고, 그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행해진 것이어야 하며, 해고 말고 다른 수단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근로기준법은사유와 절차·양정에서 어느 하나라도 정당하지 않다면 해고는 무효라고,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업무능력 결여, 근무성적 부진”이 통상해고 사유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능력 결여, 근무성적 부진”으로 도무지 근로계약상 노무제공을 할 수가 없어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 사업장에서 그것을 해고 사유로 정하고 있다면 그 절차를 준수해서 해고 아닌 수단을 강구할 수 없다면 정당한 이유가 있는 해고라고 법원은 판결해 왔던 것이다. “업무능력 결여, 근무성적 부진”이면 통상해고할 수 있다고 판결했던 것은 아니다. 위와 같이 사유·절차·양정에서 정당성이 없는데도 “업무능력 결여, 근무성적 부진”이라고 해고한다면 그 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해 왔다. 노동부가 파악한 것처럼 “근로제공에 대한 임금의 지급이라는 근로계약의 본질을 고려할 때 업무능력의 현저한 결여, 근무성적이 부진한 경우에는 별도의 징계사유가 없더라도 통상해고의 사유가 된다”고 근로기준법은 해고에서 정당한 이유를 규정한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오늘 이 나라에서 일반해고 문제가 심각한 것은 노동부가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력운영”을 위해 사용자가 일반해고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발표해서 가이드북으로 안내하겠다고 해서다. 일반해고를 법과 판례의 기준에 따라 엄격히 규제해서 노동자를 해고로부터 보호하겠다고 노동부가 일반해고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를 파악해서 오늘 이 나라에서 심각하게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5. 지침 초안에서 노동부는 사용자로 하여금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력운영”을 할 수 있도록 “업무능력 결여, 근무성적 부진은 통상해고 사유에 해당한다”고 일반해고를 안내했다. 이대로라면 그 목적에 부합하는 일반해고 가이드북이 마련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이대로라면 가이드북은 사용자가 사업장에서 일반해고제도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노동자·양대 노총 등 노동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최종적으로 정부 지침으로 발표된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용자를 위한 것이지 노동자를 위한 것은 아니다. 일자리 창출과 청년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라고 아무리 국정홍보를 해도 일반해고 지침은 이 나라 노동자에게 고용불안을 야기할 해고 지침일 뿐이다. 노동자가 쉽게 해고될 수 있는 나라는 여전히 ‘헬조선’일 뿐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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