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6년 정치·경제 정세

2016년 상반기에는 노동 관련 5대 법안 국회 처리와 정부 가이드라인 제정을 둘러싸고 노사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노동정치와 총선정국이 맞물리면서 노정 대립구도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1월부터 총선정국이 정치정세를 지배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모든 주요 정치·사회적 이슈들은 정치적 의제로 부각되지 않는 한 총선정국에 함몰될 것이다. 총선정국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기에 앞서 이달 8일까지 예정된 임시국회 회기 내에 노동 5법의 국회 처리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가 시안을 발표한 ‘저성과자 통상해고’ 가이드라인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지침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결정되면서 노동정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2015년 9·15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관한 노사정 합의가 빛이 바랠 수도 있다.

2016년에는 세계 경제적으로 미국·영국 등 일부 선진국 경기가 약간 회복되는 가운데 브라질·아르헨티나·러시아·남아프리카·이탈리아 경제의 불안정이 지속되고, 그동안 고속성장한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부채가 많은 개발도상국들의 경기회복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세계적인 경제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른 고소득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3.1%가량 낮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둘러싼 노동정치

9·15 사회적 대타협으로 관심을 모았던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2015년 하반기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을 둘러싼 노사정 대립과 여야 갈등 속에 연말을 넘겼다. 이달 8일까지인 임기국회 기간 동안 노동 5법이 국회를 통과하느냐 아니면 폐기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노동 5법에는 여야나 노사가 큰 의견차이를 보이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개정안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 등 2개 비정규직 관련법과 의견차이가 비교적 작은 근로기준법(통상임금·근로시간단축), 고용보험법(실업급여·구직급여 지급 개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출퇴근재해 신설)이 포함돼 있다. 노동 5법이 폐기되는 경우 통상임금·근로시간단축이라는 시급한 제도개선 과제도 동시에 쓸려 내려가게 된다. 이번에 노동 5법이 폐기된다면 노동 5법에 포함돼 있는 법·제도 개선 내용은 아마도 총선 이후 국회에서 원구성이 새롭게 이뤄지고 정기국회가 열리는 2016년 하반기에나 다시 다뤄질 것이다.

2016년 노동정치에서 2개 비정규직 관련법 이상으로 노동계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문제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지침과 ‘저성과자 통상해고’에 관한 정부 가이드라인 제정 여부다. 이달 8일 노동 5법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더라도, 정부가 2개 가이드라인·지침을 밀고 나간다면 노정 대립구도가 악화될 수 있다. 그럴 경우 노사정이 9·15 노사정 합의를 이행해 나가려는 노력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구조조정·노동시장 개혁과 노사관계

국내외 수요 감소와 불황 심화를 겪고 있는 산업·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이미 2014~2015년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업에서는 이러한 구조조정이 진행돼 왔고, 조선산업에서도 지난해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2016년에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석유화학·해운 등에서 세계적인 과잉공급, 중국경제 둔화와 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감소, 가격경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00년대 하반기부터 저성장 시대에 들어선 만큼 적자를 내면서 손실이 누적되는 과정에서도 버텨 온 많은 '좀비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1990년대 말 이래 기업들이 비용절감 전략의 일환으로 구조화한 수직적 원·하청(사내하청 포함) 관계의 지속가능성도 의문시된다. 2008년 경제위기 전까지는 원청회사들도 괜찮은 이익을 냈고 하청회사 역시 현상유지를 했다. 하청근로자들은 장시간 노동이나 도급제식 임금을 받으면서 부족하나마 생계비를 벌 수 있었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저성장·경기침체 환경에서 원청기업들의 수익률이 떨어지거나 적자가 발생하자 그 부담의 일부 혹은 전부를 하청(사내하청 포함)회사들이 떠안게 됐다. 하청근로자 임금과 수입이 떨어지고 각종 부담은 늘어가고 있다. 이런 원ㆍ하청 관계 균열은 조선산업에서 사내하청회사들의 폐업과 케이블·통신회사 하청근로자들의 저항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원청회사 노사관계가 아니라 약한 고리를 이루는 하청회사 노사관계에서 노사갈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 저성장이 지속됨에 따라 저성장 충격파가 경제 모든 분야에서 서서히 그러나 강력하게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충격파는 그동안 고성장을 전제로 짜여진 기업들의 투자·설비·매출과 지출·인력구조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축소지향성을 높이는 식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성장 시기 진입에 따른 기업들의 축소지향적 전략은 기존 직제와 승진·승급, 인력구조 개혁을 촉진하는 동시에 청년일자리 창출에도 매우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2016년 노사관계에서는 중견기업과 대기업·공공부문에서 노동시장 개혁(임금체계 개편, 승급·승진 구조, 직제와 인력구조 개편) 이슈가 점차 중요하게 대두되면서 노사갈등의 중심적인 축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2016년은 만 60세 법적 정년연장이 시행되는 시기다. 하지만 중견기업·대기업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중고령자들을 명예퇴직·희망퇴직 형태로 조기퇴직시키는 경향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정년연장이 정년보장과 관련 없는 것 아니냐는 사회적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중고령자들의 정년보장과 청년일자리 창출이 상호 보완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질 것이다.

이와 같은 산업과 업종의 구조조정, 기존 원·하청 구조의 지속가능성 곤란, 저성장과 정년연장에 따른 기존 고용과 인사시스템 개혁 필요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는 물론이고 정부도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거나 제대로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그와 달리 낮은 성장률이나 기대 때문에 임금인상 이슈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지는 못하는 가운데 저임금 근로자들의 고용을 규율하는 최저임금의 경우 지난해 제시된 제도개선 이슈와 더불어 최저임금 인상 폭을 놓고 노사정이 논란을 벌일 것이다.

공공부문 개혁과 노사관계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을 살펴보면 2014년 방만경영 해소, 2015년 임금피크제에 이어 2016년에는 성과연봉제가 하위직급으로 확대되고 업무 저성과자 퇴출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에서 성과연봉제를 하위직급으로 확대하는 문제와 업무 저성과자 퇴출제도 도입은 임금피크제보다 노사관계에서 훨씬 민감한 이슈다. 성과연봉제를 최하위직급 또는 7년 미만 근속자를 제외한 전 직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의 경우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와 공정한 평가기준·체계 마련, 실제 평가기준과 체계 이행 등 각 단계별로 공공기관 노조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4월 총선 전까지는 공공부문에서 성과연봉제의 하위직급 확대나 업무 저성과자 퇴출제도가 도입되기는 어렵겠지만 총선 직후에는 탄력을 받을 것이다. 공공기관 노조들의 저항과 노정갈등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강력한 시행의지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각 기관이나 특성에 맞는 형태로 일정하게 변형된 성과연봉제와 업무 저성과자 퇴출제(D등급 이하 2진 아웃제)가 도입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제도가 도입된다고 해도 실제로 각 기관에서 시행되고 정착되기까지는 적어도 2~3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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