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노사정·전문가들이 뽑은 올해 주목할 인물 1위를 차지했다. 2013년과 2014년에 이어 세 번째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달 노사정 관계자와 노동전문가 100명을 상대로 '2016년 주목할 인물'을 설문조사한 결과 25명이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했다. 2위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과는 4표 차이다.

박 대통령은 2013년과 2014년에는 과반수(67표·51표) 선택으로 1위에 올랐다. 이번에는 응답자들의 압도적인 선택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둘러싼 첨예한 노정 갈등이 이어지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노사정의 관심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와 3위는 양대 노총 위원장이 선정됐다. 2위는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으로 21표를 받았다. '2015년 올해의 인물' 1위에 뽑힌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3표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노동시장 구조개선 노사정 협상에서 정부측 대표로 나선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4위(11표)를 기록했다.

후순위권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공동 5위·8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7위·6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공동 8위) 등 정치인들이 차지했다. 가깝게는 올해 총선, 멀게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총선 정국 '편가르기 정치' 심해질 듯

편가르기·보복정치·불통. 박 대통령 정치 스타일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열쇳말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노동계와의 관계에서도 특유의 편가르기와 보복정치·불통의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정규직과 비정규직, 정규직과 청년실업, 정년연장과 청년일자리 문제로 연계시켰다. 과보호되고 있는 정규직의 특권을 없애야 청년실업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도 해결된다는 프레임을 짰다. 한마디로 정규직을 공공의 적으로 돌린 셈이다.

공공기관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때에도, 이른바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할 때에도, 은행권에 성과주의 임금체계 개편 확대를 추진할 때에도 이기주의·철밥통·고임금·귀족노조 여론을 만들어 놓고 노동자들을 고립시켰다.

올해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와 국민을 갈라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 저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제침체 원인을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정규직노조 탓으로 돌리며 공세를 이어 갈 것으로 관측된다.

보복정치도 빼놓을 수 없다.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이 일례다. 국내를 넘어 국제노동계로부터 "노조탄압 중단"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모든 영장 철회와 구속자 석방"을 촉구하는 서한까지 받았지만 박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였다. 한상균 위원장에게 소요죄까지 적용해 구속시킨 것을 2014년 말 통합진보당 해산에 버금가는 보복정치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공공·노동·금융·교육 개혁을 반드시 완수해 미래 30년 성장의 든든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노동계가 1년 내내 반발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올해 국정운영 핵심 어젠다로 삼겠다고 천명했다.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설득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불통 정치'로 인해 노정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노동시장 구조개선 노사정 협상에 정부 대표로 참여해 박 대통령의 '입' 역할을 했던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4위(11표)에 올랐다. 그는 9·15 노사정 합의와 관련해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등 두 쟁점은 협의할 게 없을 때까지 넘칠 만큼 협의해 반발이 없게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 장관은 지난달 30일 일반해고 가이드북과 취업규칙 변경 지침 정부안을 덜컥 발표했다. "협의할 게 없을 때까지" 혹은 "반발이 없게 하겠다"는 언급에 대한 이렇다 할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노동계가 "노동개악 장관"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양대 노총 공조 불씨 되살아날까

지난해 노사정 대화와 협상의 길을 택했던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올해 대정부 투쟁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올해 주목할 인물 2위에 선정된 김 위원장은 지난해 노동시장 구조개선 협상에 노동계 대표로 참여하면서 노사정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노사정 협상 시작 1년 만인 지난해 9월15일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도출해 냈지만, 민주노총은 물론 한국노총 일부 산별연맹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새누리당은 노사정 합의를 비웃듯이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개정안과 전문직·고령자·뿌리산업 파견 허용을 담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을 비롯한 이른바 '노동개혁 5대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김 위원장은 "노사정 합의 파기"를 경고하며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노사정 합의 파기를 촉구하는 안팎의 요구에도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인내도 여기까지인 듯하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 인력운영 가이드북과 취업규칙 변경 지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조직 안팎의 비난과 시련 속에서도 사회적 합의를 한 당사자로서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지만 정부와 사용자는 사회적 합의를 지킬 노력도 의지도 없었다"며 "이제 결단하겠다"고 예고했다.

노사정 합의 파기 쪽으로 마음이 쏠린 김 위원장이 조직 내부 반대파를 설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를 통해 양대 노총 공조 불씨가 되살아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구속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13표로 3위를 기록했다. 경찰이 한 위원장에게 소요죄를 적용한 만큼 과잉수사 논란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검찰 기소와 재판 과정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조합원 직선제로 선출된 한 위원장이 자리를 비움에 따라 지도력 공백이 우려되는 만큼 차기 민주노총 집행체제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최종진 수석부위원장이 올해 주목할 인물 공동 8위(4표)에 올랐다.

여야 정치인들에게도 시선

조만간 선거의 계절이 돌아온다. 4월13일에 치러질 20대 총선은 내년 대선을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여야 정치인들의 사활을 건 승부가 예정돼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공동 5위(8표)를 차지했다. 총선을 앞두고 제1 야당이 분열한 가운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7위·6표)가 어떤 리더십을 보일지도 관전포인트다.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민들의 정치세력화를 모색하는 (가칭)시민혁명당추진위원회 추진위원장을 맡은 권영국 변호사는 4표를 받아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함께 공동 8위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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