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오피니언 리더와 노동전문가 중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은 사람은 드물었다. 2016년 가장 주요하게 부각될 노동이슈를 물었더니 100명 중 67명이 기간제법·파견법 개정 여부와 차별개선·정규직화를 비롯한 비정규직 문제를 선택했다. 2위와 29표 차이를 벌리면서 올해 주목할 이슈 1위를 차지했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달 노사정 관계자와 언론사 기자를 포함한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2016년 주목할 노동이슈'를 조사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들은 주관식 복수응답에서 273건의 이슈를 제기했다.

조사 결과 특징이 뚜렷했다. 2위부터 4위까지를 나란히 일반해고·경영상 해고(정리해고)·청년실업 같은 고용이슈가 휩쓸었다. 5위 이하에서는 임금피크제(임금체계 개편)·최저임금·통상임금 같은 임금 이슈가 많았다.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안, 국회 통과할까

비정규직 문제는 해마다 주요 노동현안으로 떠올랐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해 1월 보도했던 '2015년 주목할 노동이슈'에서도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문제가 1위에 올랐다.

올해 1위도 비정규직 문제였다. 이를 꼽은 67명 중 상당수(47명)가 새누리당이 당론발의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개정안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에 관심을 드러냈다. 비정규직 차별개선이나 기간제·간접고용 정규직화(17명)에 대한 열망도 컸다.

지난해 8월 기준 비정규직 규모는 노동계 추산으로 전체 노동자(1천931만1천명)의 44.9% 수준인 868만4천명까지 늘었다. 정부 통계로도 627만1천명이나 된다. 이로 인해 노동 양극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정부와 노동계, 여당과 야당은 새누리당이 내놓은 기간제법·파견법 개정안이 비정규직 규모를 확대할지, 처우개선에 보탬이 될지를 두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내내 노정관계를 뜨겁게 달궜던 일반해고·취업규칙 가이드라인과 저성과자 퇴출제(38명)는 2위를 기록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0일 열린 전문가 간담회에서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 인력운영 가이드북(일반해고 가이드북) 초안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취업규칙 지침) 개정안을 내놓았다.

노동계는 저성과자 퇴출제·성과평가 해고제가 일상화하고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손쉬워질 것으로 우려한다. 반면 정부는 “기준과 절차를 명확화하기 위해 판례를 정리해 제시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초안을 공개한 만큼 올해 어떤 방식으로든 일반해고 가이드북과 취업규칙 지침 마련을 강행할 것으로 우려된다. 노동계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한국노총은 9·15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 백지화(파기)를 경고했고 민주노총은 총파업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응답자 상당수가 어떤 결론이 도출될지 자못 궁금해했다.

기업 구조조정과 대규모 인원조정 우려 높아

기업 구조조정과 경영상 해고(정리해고)는 3위에 올랐다. 37명이 선택했다. 설문에 참여한 정부 관계자들이 대부분 해당 이슈에 주목했다. 정부가 지난달 16일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조선·해운·철강부문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면서 “구조조정이 필요한 업종”이라고 밝힌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세 업종 모두 핵심 산업으로 분류된다. 기업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경제와 고용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국회에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제정과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시행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용위기를 겪는 업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규모 인원조정에 대비하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또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기업 구조조정과 경영상 해고가 단체교섭·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동자 반발을 사전에 제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설문에 참여한 정부 관계자는 “조선·해운·철강 같은 핵심 산업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노사 대립이 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4위 역시 일자리 문제였다. 청년실업과 고령화, 일자리 갈등 이슈를 26명이 선택했다. 지난해 한때 청년실업률이 11%를 넘어서기도 했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이다. 취업을 하더라도 비정규직 같은 불안정 일자리가 다수여서 전전긍긍한다. 88만원 세대·이태백·삼포세대 같은 단어는 이제 일상용어가 됐다. 현실 비관적인 금수저·흙수저와 헬조선·청년실신(청년실업자+신용불량자)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장년·고령자 삶이 나은 것도 아니다. 올해 법적 정년 60세 시대가 열리지만 실제 퇴직나이는 평균 53세인 것이 현실이다. 정년까지 일자리를 지키는 '영광'을 누리더라도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피할 수는 없다. 은퇴 후에는 빈곤에 시달린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7.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였다.

5위는 임금피크제를 포함한 임금체계 개편(23명)이다. 경영계는 “임금피크제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성과연봉제를 중심으로 한 임금체계 개편을 밀어붙일 태세다. 정부 역시 직무·성과급제를 임금체계 개편 방향으로 제시했다.

노동계는 연공서열형 호봉제 유지를 고수하고 있다. 노동계 일부에서는 직무·숙련급을 대안으로 봤다. 설문에 응한 한 노동담당 기자는 “임금체계 개편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겠지만 올해가 시발점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노동전문가는 “현대자동차 노사의 임금체계 개편 방향과 내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약발 떨어진 노동시장 구조개선·통상임금 이슈

노동시장 구조개선과 노정 갈등은 6위(19명)였다. 노동시장 구조개선과 9·15 노사정 합의는 노사정 관계자·전문가들이 꼽은 2015년 최대 노동이슈였다. 노사정 합의가 일단락되면서 올해 주목할 이슈에서는 순위가 크게 밀렸다.

정부의 노동계 탄압과 양대 노총 지도 체제 변화 여부에 관심을 기울인 사람은 14명(8위)이었다. 한국노총보다는 민주노총에 쏠린 관심이었다. 한상균 위원장 구속과 민주노총 총연맹을 포함한 8개 산별·지역조직 압수수색 같은 공안탄압이 노동계와 노정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최저임금 인상과 사회안전망 강화는 18명이 선택해 7위를 기록했다. 이를 선택한 한 노동전문가는 “생활임금 같은 취약계층 노동자 보호대책과 사회안전망 강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4월 치러질 총선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대 총선과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9위(13명)를 차지했다. 총선에서 정의당을 비롯한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진전을 이룰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몇 개 의석을 차지할지에 관심을 뒀다.

한때 노동계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통상임금과 노동시간단축(근로기준법 개정 여부)은 12명이 선택에 10위에 턱걸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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