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지겨운 세상이다. 집회가 본래 범죄에 해당하기라도 하나. 이 나라를 세우면서 집회는 불온하다고 선언하기라도 했던 것인지. 이렇게 저렇게 금지하고 제한하고, 신고제라면서 뭔가 권력에 거세게 몰아칠 기세만 있으면 반려하기 일쑤다. 그래서 이 나라에서 권력에 항의하는 집회는 도대체가 자유가 아니다. 분명히 집회의 자유를 보장했다. 대한민국은 헌법에 못 박았다. 집회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서 이 나라는 민주공화국의 이름을 갖다 붙일 수 있었다. 집회의 자유가 없다면 대한‘민’국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집회를 제한·금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 집시법을 집행하는 권력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행사돼야 한다. 신고제는 자유를 부정할 수 없다. 권력은 집회를 통제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나라는 아니다. 자유가 아니다. 특별히 보장해 주는 것이라고 관리하고 통제하는 걸 당연히 여긴다. 교통소통에 방해를 주지 않고, 폭력 파괴도 없는 집회인데도 신고니 뭐니 트집을 잡고 도대체 자유가 없다. 어쩌다 이 나라는 이 지경인가. 자유 없는 식민지 경찰의 유산인가. 자유보다 빵이라던 파쇼 권력의 답습인가. 문민·국민·참여, 정부의 이름 앞에 국민을 위한다는 권력의 시대를 달려왔건만 여전히 집회는 권력이 관리·통제해서 제한·금지하는 무언가 불온한 것이다. 아직도 국민의 기본권이고 인민의 자유라는 걸 집회를 보장해야 할 권력은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니 오늘도 대한민국의 권력은 미신고 집회라며 지난 19일 광화문광장 등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를 처벌하겠다고 심각하다. 어디 집시법만이겠는가. 자유가 자유가 아니게 권력이 통제하는 것이 집회와 시위만은 아니다. 헌법의 기본권 목록에 명시된 수많은 자유가 그렇다. 권력에 항의하는 자유는 특별히 그렇다. 뭐 자유만이 아니다. 자유가 아닌 기본권조차도, 권력을 향한 것이 아닌데도 특별히 법률로 권리로서 보장하고 있는데도 노동자의 것이라고 법을 집행해서 보장해야 할 권력은 무시하기 일쑤다. 지난 7일이었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사건에서 검찰의 불기소처분에서도 그랬다.

2. 7일에 한 검찰의 불기소처분 이유가 지난 17일에 고소인에게 통지됐다. 울산·전주·아산의 검찰은 현대자동차 임원들과 공장장들, 사내하청업체 대표자들의 파견법 위반에 관한 고소사건에 관해 윤갑한 현대차 사장 1인만을 기소하고 나머지는 전부 불기소 처분(죄가 안 됨, 혐의 없음 및 기소유예)을 했다. 그리고 17일 그 불기소처분의 이유서를 통지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근로가 적어도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제2조제1호) 파견법의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파견대상 업무가 아닌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인 현대자동차 생산공정에서 사용해 왔다며 전국금속노동조합 등이 파견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이에 대해 수년 동안 수사하고서 그 결과를 검찰은 이렇게 통지했다. 현대차에서 사내하청 근로자는 사내하청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했지만 현대차가 자신의 생산공정에서 사용해 왔다. 그러니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보고 수사기관으로서 파견법 위반으로 기소해야 마땅했다. 2006년 12월28일에도 이미 검찰은 무혐의처분을 한 바 있다. 그러니 적어도 이번 처분을 통해서 검찰은 자신의 일관성, 법적 소신은 변함이 없다고 보여 줬다. 2006년에는 아직 법원의 명확한 판단기준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 파견과 도급에 관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고서 한 것이니 나름대로 법리적 일관성은 있었다. 당시에는 현대차 사내하청근로에 관한 검찰의 판단은 부당한 것이었지만 검찰의 소신이라는 것까지 의심할 필요는 없었다. 그 뒤 2007년 6월 서울중앙지법은 아산공장 김준규 외 6인 사건에서 최초로 현대차 사내하청근로가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2010년 7월 대법원은 마침내 울산공장 최병승 사건에서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2006년 12월28일 검찰은 아직 법원의 판결이 없는 상태여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근로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현대자동차 사용자를 불기소처분 했던 것이라고 법적 소신을 말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2015년 12월7일 오늘 검찰은 이미 법원이 근로자파견이라고 판단한 상태여서 더는 자신의 법적 소신을 말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종전과 다름없이 사용자들을 불기소처분 했다. 더구나 올해 2월26일 대법원은 아산공장 김준규 외 6인 사건에 관한 판결에서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통해 단순히 최병승이 근무했던 울산의 한 생산공정에서만이 아니라 현대자동차의 자동차생산공정 전반에 걸친 사내하청근로가 근로자파견이라는 것이 대법원 판결로 확인됐다. 또한 2014년 9월18일과 9월19일 서울중앙지법이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1천여명의 근로자지위확인 등 청구사건에서 근로자파견이라고 판결한 일까지 있었다. 도대체 오늘 대한민국 검찰은 법원의 판결 앞에 자신의 소신을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에서는 법원의 판단한 법을 무시하고서 검사는 자신의 소신을 내세워 수사하고 처분을 한다면 위법하다. 법원의 법 해석에 따라 검사는 수사하고 기소 등 처분을 해야 검찰권 행사는 적법할 수가 있다. 법원의 법 해석을 위반한 수사권·공소권 행사는 과거에 검찰이 했던 처분대로 한 것이라고 해도 그것은 검사의 소신이라고 변명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소신이라고 말한다면 검사로서 자질이 문제될 수밖에 없다. 파견법은 근로의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한 헌법 제32조가 국가가 법률로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한 바에 따라 마련된 법률이다. 파견근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면서 헌법상 기본권, 근로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근로자에게 보장하기 위해서 법률로 제한하고 그 위반에 따른 파견근로자의 권리를 파견법이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대한민국에서 근로의 권리가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근로자에게 보장되는 것이라면 이번 검찰의 불기소처분은 근로자의 기본권을 무참히 짓밟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권력 앞에 서면 자꾸만 작아진다고 비난받아 온 대한민국 검찰이 사용자자본 앞에서도 작아진다는 비난까지 받아야 하는가. 오늘 검찰의 불기소처분을 두고서 내가 다 서글퍼지니 별일이다. 원청사용자가 자신의 사업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면 사내하청근로는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인데, 원청사용자가 파견법 위반을 피하려고 계약서의 내용과 형식을 근로계약서와 근로자파견계약서가 아닌 것으로 체결했다고 해서 근로자파견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파견법으로 보장한 근로의 권리가 사용자가 농락할 수 있는 기본권이 아니라면 말이다.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권, 근로의 권리가 사용자가 손쉽게 침해할 수 있는 기본권이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3. 이번 불기소처분에서 검찰은 정규직 자리에 1~6개월 투입된 한시도급과 1개월 미만 투입된 비상도급은 파견 요소가 뚜렷해 파견법 위반으로 인정했지만, 그야말로 정기도급이라는 사내하청근로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지위만을 판단하는 민사·행정사건과는 달리 엄격한 기준에 의해 형사처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형사사건에서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파견적 요소가 분명한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한 후, 정기도급의 경우에는 “파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지휘·명령권을 행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뚜렷한 증거가 없다”며 이유서에서 변명했다. 파견적 요소와 도급적 요소 중 무엇이 다수냐, 주가 되느냐 에 따라 판단하는 민사·행정사건과는 달리 형사사건에서는 파견적 요소가 명백해야 하는데 현대자동차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이렇게 검찰은 변명했다. 그러면서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수많은 자료를 통해 파견적 요소와 도급적 요소를 나열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명은 10년 전이라면, 2006년 검찰이 불기소처분 할 당시라면 부당한 것이지만 이유서는 읽어 볼 만했다. 장차 법원에서 근로자파견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검찰의 이유를 반박해 두는 것은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이 나라에서 법원은 사내하청근로가 근로자파견이라고 판결했고, 대법원의 확정판결까지 두 차례 선고돼서 현대차의 자동차 직접생산공정에서 사내하청근로가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법적 의문이 남아 있지 않다. 이러한 상태에서 현대자동차에서 사내하청근로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파견적 요소가 분명한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검찰의 형사사건 처리기준에 의하더라도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법원이 파견근로라고 반복해서 판결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서 사내하청근로를 사용하는 것 말고 이 나라에서 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파견적 요소가 분명한 엄격한 기준”은 없다. 법원은 이미 수천, 수만 쪽의 서증과 수차례의 현장검증을 통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근로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이번 불기소처분에서 인용한 증거자료는 거의 모두 법원이 근로자파견이라고 판결하는 재판에서 사용된 것이었다.

4. 현대자동차 사용자를 불기소처분 함으로써 대한민국 검찰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았다. 현대자동차에서 불법파견이라는 파견법위반의 범죄행위를 중단시켜야 할 수사기관으로서 책임을 외면하고 말았다.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 근로의 권리가 파견법을 통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근로자의 법적 권리로 검찰의 수사권과 공소권의 행사를 통해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허공에 날리고 말았다. 2015년 12월에 당장 근절할 수 있었던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을 법적으로는 개별적으로 법원의 확정판결까지 끌고 갈 수밖에 없게 했다. 오늘 민중총궐기 등과 관련해 문제되고 있는 집회의 자유도 사실 검찰의 일이다. 경찰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검사가 자신의 일을 하지 않고 오히려 집회를 불온한 것으로 보고서 통제의 대상으로 규제하는 것을 검사의 일로 보고 있는 데서 이 나라 국민은 집회의 자유가 자유로 온전히 보장받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이 나라 국민으로서 근로자에게 근로의 권리·기본권도 마찬가지라고 오늘 현대차의 파견법 위반사건에 관한 검찰의 불기소처분이유서를 읽는다. 대한민국의 법은 법원의 판사와 검찰의 검사가 달리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판사가 판결로 선언한 법을 말하지 않는 검사의 법은 법이 아니다. 법원이 선언한 법을 무시하는 검사의 권한 행사는 위법하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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