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저금리·저성장 국면에서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이 예고되는 등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희망퇴직 신청자가 몰리고 있는 분위기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이 지난 23~24일 이틀간 접수한 특별퇴직 신청자가 700~8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은 특별퇴직 대상인원수나 퇴직 규모를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500명선으로 목표치를 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은행이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신청한 셈이다. KEB하나은행은 관리자급 전원과 만 43세 이상 책임자급, 만 40세 이상 행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 신청을 받았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인사위원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아직 최종 퇴직자수는 집계되지 않았다"며 "희망자가 더 있으면 부서별로 (신청자가) 추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31일까지는 신청자를 더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하나은행이든 외환은행이든 직원들이 대체적으로 이번 기회에 나가자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나은행 출신 직원들은 통합 이후 인력감축에 대한 불안 때문에 조건만 맞으면 나간다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고, 외환은행 출신 직원들도 통합 이후 더 힘들다는 정서가 있었다"며 "그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뿐만이 아니다. 올해 은행권 퇴직자수는 최근 2~3년 만에 최대치다. 지난해 시중은행(국민·옛 하나·옛 외환·신한·SC·우리·씨티은행) 희망퇴직자는 1천576명이다. 2012년에 798명, 2013년에는 661명에 그쳤다. 그런데 이 숫자가 올들어 급격하게 상승했다. KB국민(1천122명)·신한(311명)·우리(250여명)·IBK기업(275명)·SC(961명)·NH농협은행(610여명) 등 상반기부터 연말까지 은행권 희망·명예퇴직 형식으로 나간 인원은 3천명을 훌쩍 넘는다.

28일부터 사흘간 올해 두 번째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KB국민은행을 비롯해 KEB하나은행·지방은행까지 합하면 올해 은행권 희망퇴직자수는 5천여명에 달할 전망이다.

은행권 또 다른 관계자는 "KEB하나은행뿐만 아니라 내년 은행권 수익성 악화와 더불어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에 따른 상시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잘리기 전에 나간다'는 분위기가 은행권 전반에 퍼져 있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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