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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에는 희생·정직 상징인 양처럼
2015년 양의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양은 희생을 상징합니다만 정직한 동물로도 알려졌습니다. 양은 가던 길도 되돌아올 정도로 우직한 정직성을 가졌다고 합니다. 돌아보면 올해는 희생과 정직이라는 말과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막판으로 치닫는 여야의 쟁점법안 협상만 봐도 그렇습니다. 청와대와 정부는 연일 국회를 압박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요청했다고 하네요.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5일 정 의장을 만나기 전에 박 대통령이 전화를 한 것이죠. 정 의장은 법률적 근거가 없으니 여야 합의를 지켜봐 달라고 했답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현 수석을 보내 재차 직권상정을 압박했습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수석이 이리 취급하니 국회 위상이 형편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헌법에 규정된 입법·행정·사법 삼권분립이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셈이죠.

박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격앙된 발언을 쏟아 냈습니다. 박 대통령은 23일 “국회 비협조로 노동개혁이 좌초된다면 역사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또다시 국회를 압박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낸 경제활성화법·5대 노동법안·북한인권법·테러방지법 등 9개 법안을 그대로 통과시키라는 얘기입니다. 벼랑 끝 협상에 나선 여야 지도부 입장에선 복장이 터질 일이죠. 협상은 조정과 타협의 과정입니다. 법안 내용이 수정되거나 일부 법안은 추후로 미뤄집니다. 박 대통령은 이런 과정을 생략하라고 윽박지른 겁니다.

이러니 답답해진 야당은 여당에게 "청와대만 바라보지 말고 정치집단으로서 자세를 가져라”고 성토합니다. 여야 지도부는 국민에게 성탄절 선물을 드리겠다고 공언했으나 박 대통령 탓에 공염불이 될 것 같습니다. 정말 한숨만 나옵니다.

노동계는 정부·여당이 발의한 노동 5대 법안을 한목소리로 반대합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24일간 옥중단식을 전개했습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 중입니다.

노동계는 정부·여당이 낸 법안을 노동개악법으로 규정합니다. 한국노총은 23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국회가 노동법안을 강행처리하면 노사정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결의했습니다. 연말 노정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입니다.

날치기 노동법안에 반대해 양대 노총이 총파업을 벌인 96~97년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노동법안을 두고 사달이 일어났으니 국회가 나서야 합니다. 법안 가운데 논의가 농익은 것은 합의 처리하되 설익은 것은 추후로 미루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노동법안 졸속 처리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노동 5대 법안은 노동자·서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여야는 양의 해 끄트머리라도 가던 길을 되돌아올 정도로 우직한 정직성을 보여 주길 바랍니다.



노사정 독자 여러분! 올 한 해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이웃과 따뜻한 정을 나누는 세밑이 되기를 바랍니다. 2016년 병신년에는 바라는 모든 일을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박성국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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