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는 기사에 담지 못한 기자들의 취재 후일담이나 현장 목소리를 이러쿵저러쿵에 담고 있습니다. 올해 쿵쿵에는 어떤 이야기가 소개됐을까요. 함께 2015년을 돌아보시죠.

용산·세월호 참사 상처 치유 못해

대한민국은 사회적 아픔을 치유하지 못한 채 2015년을 넘기고 있습니다. 2009년 발생한 용산참사는 사고발생 6년이 지나도록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요. 5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용산참사 6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는 1월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옛 남일당 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가 국민을 학살한 용산참사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들은 저소득층과 세입자를 보호하는 내용의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을 요구했는데요. 국회에서는 여태 아무런 답변이 없습니다.

지난해 4·16 세월호 참사의 상처도 여전합니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는 참사 1주기를 맞아 4월18일 추모제를 개최했는데요. 경찰은 추모제를 불법·폭력집회로 규정한 뒤 주최측 처벌에 나섰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1주기 당일인 4월16일 유가족들이 기다리는 경기도 안산 분향소를 찾지 않고 팽목항으로 발길을 옮겨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정부·여당이 어깃장을 놓는 바람에 힘겹게 진상규명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진상규명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인 막말에 한숨만 나와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 정치인들의 막말도 이러쿵저러쿵에 곧잘 소개됐습니다. 그만큼 문제 발언이 많았다는 뜻인데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4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괜히 사람만 다치니까 세월호 선체는 인양하지 말자"며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세월호 유가족들은 "그럼 대한민국에서 건물도 올리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반박했습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19명의 사망자가 나온 6월17일에는 박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서울여자중학교를 방문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그는 "메르스는 손 잘 씻고 예방조치, 지금까지 배운 것만 잘 실천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그런 전염병"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대처 실패로 메르스가 확산한 것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죠.

"간첩도 그렇게 국민이 대개 신고를 했듯이 우리 국민들 모두가 정부부처 해 가지고 안전을 같이 지키자는 그런 의식을 가지고 신고 열심히 하고…."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모르시겠다고요? 박 대통령이 4월15일 세월호 참사 1주기 현장점검회의에서 한 발언입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의 알쏭달쏭한 발언을 제대로 번역해 주는 인터넷사이트 '박근혜 번역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네요.

'말잔치'에 그친 최저임금 인상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매일노동뉴스>가 조사한 올해의 인물에도 뽑혔는데요. 이러쿵저러쿵에 소개된 한 위원장의 행적 하나하나에 독자들은 많은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올해 초 한 위원장은 민주노총 총파업을 준비하면서 금주를 선언했는데요. 2월2일 민주노총이 주관한 언론간담회 자리에서도 한 위원장은 금주 약속(?)을 지켜 기자들의 원성을 샀답니다. 경찰은 4월24일 민주노총 총파업을 이유로 소환장을 발부하고 이어 수배령을 내렸는데요. 수배령이 떨어지기 전인 5월18일 한 위원장은 금융노조를 방문해 양대 노총 연대투쟁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이 다음에는 통닭을 사 들고 민주노총으로 오시라"고 말했다고 하네요.

올 한 해처럼 최저임금이 사회적 관심을 받은 적도 드물 것 같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를 하루 앞둔 6월3일 36개 청년학생단체들이 서울 마포구 한국경총회관 앞에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 청년학생단체 연석회의'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는데요.

이들은 "올해 최저임금 5천580원, 월급 기준 116만원은 최저임금위가 발표하는 청년층 한 달 생계비 194만원에 턱없이 못 미친다"며 "한 달을 꼬박 일해도 78만원의 적자를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게 청년들과 노동자들의 요구였는데요. 하지만 내년 최저임금은 시급 6천30원, 월급 126만27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전년 대비 인상률도 두 자릿수가 아닌 한 자릿수(8.1%)에 그쳤습니다.

이런 가운데 아르바이트 정보사이트 알바몬이 최저임금 홍보에 앞장서 관심을 모았는데요. 알바몬 광고에서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 혜리가 노동자 권리를 주문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일각에서는 혜리를 '맑스돌'(마르크스+아이돌)이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남북노동자 8년 만에 통일축구대회 … 내년 서울서 재회

남북노동자들은 8년 만에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를 성사시켰습니다. 양대 노총과 조선직업총동맹은 10월28일부터 3박4일간 평양에서 제3회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를 열었는데요. 2007년 5월 경남 창원 통일축구대회 이후 8년 만에 열린 겁니다.

한국노총 연합팀과 조선직총 담배연합팀, 민주노총 연합팀과 조선직총 수도건설팀이 맞붙어 조선직총팀이 모두 이겼는데요. 양대 노총 축구팀이 북한팀에 밀리자 관람을 하던 북한 주민들이 양대 노총을 응원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양측은 제4회 대회를 내년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는데요. 모쪼록 남북관계가 호전돼 노동자들이 정부 눈치 보지 않고 다시 만났으면 합니다.

한편 남북 이산가족은 10월20일부터 1·2차로 나눠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했는데요. 지난해 2월 이후 1년8개월 만에 재개된 행사였네요. 정기적인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노동자 집단 수은중독과 불법 수은매립 등 최악의 수은 사고로 기록된 남영전구 수은중독 사태도 눈에 띄는데요. <매일노동뉴스> 보도로 처음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수은중독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노동자만 12월 현재 12명인데요. 노동자 건강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걱정을 끼쳤던 사건입니다. 공장 배수로 맨홀과 수관로에서 수은이 검출되면서 수은이 지역으로 유출된 정황이 확인되기도 했고요.

제2의 남영전구 사태를 막기 위해 법·제도 개선과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요. 정부가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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