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거세게 밀어붙인 올해 노·사·정과 전문가들은 그 반대편에 섰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올해의 인물 1위로 꼽았다. 지난해 <매일노동뉴스>의 같은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던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올해 2위로 선정됐다.

박근혜 정부 임기 2·3년차에 양대 노총 위원장이 그해 주목받은 인물로 뽑힌 것이다.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대한 노사정의 관심과 우려가 그만큼 높았다는 뜻이다.

한상균 위원장은 민중총궐기대회와 민주노총 총파업을 주도하면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그는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김동만 위원장은 지난해와 올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에서 노동계 교섭위원 역할을 했다. 노사정 협상에 나선 주요 인사들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박근혜 정부에 ‘묵직한 훅’ 날린 한상균 위원장

노동 분야 오피니언 리더 100명은 한상균 위원장에게 표를 몰아줬다. 98명이 응답했는데 69명(70.4%·중복응답)이 그를 택했다. 민주노총 사상 첫 직선제 위원장에 오른 한 위원장은 올해 임기를 시작했다. 지난해 위원장 선거에 출마할 당시 “잦은 잽이 아닌 묵직한 훅을 날리는 무게 있는 민주노총을 만들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노총을 투쟁사령부로 재편하겠다고 선언한 한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에게는 눈엣가시였다.

지난해 4월16일 304명의 생명을 앗아 간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집회와 노동절 집회, 경찰 강경진압으로 논란이 된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대회를 주도했다. 7월 체포영장이 발부된 뒤로 6개월 넘게 서울 중구 민주노총 건물에서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채 생활했다. 이어 민중총궐기대회 직후 경찰 검거작전을 피해 조계사로 옮겼다가 이달 10일 경찰에 자진출두했다.

경찰은 조계사를 둘러싸며 체포를 저울질했다. 한 위원장에게 '폭력시위 주동자'라는 굴레를 씌운 언론은 한 위원장 검거와 이송 현장을 생중계했다. 며칠 뒤 열린 세월호 청문회 때와는 정반대의 풍경이었다.

노사정 협상 인사들 올해의 인물 상위권 차지

올해의 인물 상위권에는 노동시장 구조개선 협상에 나선 노·정 대표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김동만 위원장이 46명(46.9%)의 선택을 받아 2위로 뽑혔다. 노사정은 지난해 12월 노동시장 구조개선 원칙과 방향 기본합의문을 발표했고, 한 차례 결렬 뒤 올해 9월15일 합의했다. 1년 내내 김 위원장의 입에 이목이 집중됐다.

새누리당이 합의내용과 다른 노동 관련 5대 법안을 발의하고 정부가 2대 지침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합의 파기"를 둘러싼 그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은 현재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을 제치고 올해의 인물 3위에 이름을 올렸다. 31명(31.6%)이 이 장관을 꼽았다. 이 장관은 근로기준국장 시절이던 2008~2009년 '100만 해고대란설'을 설파하며 강조했던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을 장관이 된 뒤 다시 추진하면서 재계에서는 지지를, 노동계에서는 비난을 받았다. 안팎의 비판에도 올해가 가기 전에 일반해고 요건 완화와 취업규칙 변경 지침을 마련하겠다는 뚝심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첫해인 2013년 조사에서 올해의 인물 1위를 기록했다. 임기 3년차를 맞은 올해는 4위(29명·29.6%)로 밀려났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18명·18.4%)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상 15명·15.3%)이 뒤를 이었다.

잊지 말아야 할 이름 차광호·백남기씨

스타케미칼 구미공장 굴뚝농성장에서 408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인 끝에 복직에 합의한 차광호씨는 공동 8위(6명)를 차지했다. 주로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차씨를 올해의 인물로 꼽았다.

또 다른 공동 8위는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씨다. 백씨는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지난 19일 백씨의 쾌유를 빌며 제3차 민중총궐기대회를 진행했다.

국회의원 중에는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유일하게 올해의 인물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3명의 선택을 받아 10위를 기록한 은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노동부문에서 두드러진 의정활동을 했다.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은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성남중원에 출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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