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6월18일 국회 앞에서 병원 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문제와 관련해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을 듣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정기훈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는 우리나라 감염병 대책의 부실함을 가감 없이 보여 줬다. 정부가 메르스 국내 종식을 선언한 것은 이달 23일 자정이다. 5월20일 국내 첫 환자 발병이 확인된 후 218일 만의 종식 선언이다. 같은 기간 메르스 확진을 받은 환자는 186명이다. 이 중 38명이 숨져 치사율 20.4%를 기록했다.

메르스 사태는 초기 방역의 허점과 더불어 정부가 민간병원에 사태 해결을 떠넘기면서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국내 첫 환자는 중동지역에서 메르스에 감염됐지만 입국 당시 증상이 없어 별다른 관리를 받지 못했다. 입국 7일 만에 38도 이상 고열을 호소했는데, 증상이 발현한 후에도 평택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 등 병의원 4곳을 돌아다녔다.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보건당국의 오판과 소홀한 병원 감염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북적이는 응급실과 병문안 문화가 감염병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무엇보다 대형병원 중심으로 짜인 우리나라 의료시스템과 공공의료체계의 허약함에 대한 비판이 컸다. 이윤이 남지 않는 감염병 예방·치료에 민간병원이 평소 소홀했고, 국민 생명과 건강을 최전선에서 지켜야 할 공공병원이 부족한 것이 메르스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병원의 비정규직 사용이 국민 안전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교훈도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메르스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병원은 달랐다. 방역감시 대상에서 비정규직을 제외했다. 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안전요원은 마스크도 없이 확진 환자와 대면해 메르스 감염을 자초했다. 삼성서울병원 환자이송 노동자는 발열 증상이 있었지만 고용불안을 우려해 사실을 숨기고 10일간 업무를 계속했다.

병원에서 컴퓨터 수리업무를 한 파견노동자·구급차 운전사·응급구조사 같은 비정규직도 메르스 감염을 피할 수 없었다. 간병노동자 9명이 확진자로 판명됐고 이 중 한 명은 사망했다. 해당 병원들은 "우리 병원 직원이 아니라서 관리대상에 빠졌다"고 입을 모았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메르스 사태를 교훈 삼아 허약한 공공의료 체계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5.9%에 불과한 공공병원 규모를 30% 수준으로 늘리는 공공의료 강화계획을 수립해 본격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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