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우리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요즘은 걱정으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활성화 2법과 ‘노동개혁’ 5법 등이 국회에서 처리가 지연돼서 “속이 타들어 가는 심정”이라며 이렇게 말했단다. 직권상정하라고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정의화 국회의장을 압박해 대고 있다더니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과 지난 18일 오찬에서 이렇게 애끓는 호소를 했다는 뉴스다. ‘노동개혁’ 5법. 지난 9월15일 노사정 합의 직후 새누리당이 발의한 ‘노동시장 선진화 법안’ 5개 법률안을 말한다. 도대체 어떤 법안이기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우리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인데 그걸 국회가 처리해 주지 않는다고 “걱정으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가. 그런데 나는 순간 국회에서 입법되기만 하면 일자리 창출이 된다는 법안의 내용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잠시 대통령이 국회 입법을 촉구하는 노동개혁 5법이 무엇인지, 그 내용을 생각해 봤다. 곰곰이 따져 보니 내가 토론회에서 발표와 토론을 하고, 교육했던 법안이 “우리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이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은 탓이었다.

2. 노동개혁 5법, 첫 번째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다. 통상임금과 근로시간에 관한 것이다. 먼저 통상임금은 통상임금의 개념을 규정하고 시행령에 제외금품을 위임해서 규정토록 근로기준법에 명시하는 것이다. 개정 취지를 보면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토대로 이를 명확히 입법화한다는 것이다(9월16일 새누리당 의총자료 ‘노동시장 선진화 법안 주요내용’). 그렇다면 기껏해야 현 근로기준법에 관한 법원의 해석, 즉 판례 기준을 법령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개정 취지로 보자면 설령 대통령령에 제외금품을 정하도록 위임해도 그것은 판례의 기준에 따른 것일 테니 이 근기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입법한다고 해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은 없다. 그리고 근로시간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는 개정안이다(같은 의총자료). 휴일·일요일도 1주일에 포함되는 것으로 하겠다는 것이니 좀 황당한 법안이다. 1주일이 일요일 등 휴일까지도 포함해서 7일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초등학생조차도 학교에 가지 않는 일요일을 포함해서 1주일이 7일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오직 휴일근로는 1주간 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행정해석해 온 고용노동부, 이 나라 정부만 알지 못할 뿐이다. 그럼에도 그렇다고 우기면서 1주일에 일요일 등 휴일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하겠다고 법안을 발의했다. 뭐 그렇게 해서라도 1주간에 68시간까지{법정근로시간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16(8*휴일 2일)시간}가 법으로 허용한 최장 근로시간이라고 우겨 왔던 것을 버리겠다니, 그렇게 되면 1주일에 최장 52시간까지만 허용될 테니 일자리가 창출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당장 법을 개정해서 시행해도 2023년까지는 1주간에 휴일에 8시간까지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겠다고 하고 있다(의총자료). 그러니 일자리 창출이 조금 될 수밖에 없다. 거기다 탄력적 근로시간의 단위기간을 확대하겠다니(의총자료) 근로시간단축으로 창출될 일자리는 거의 없다고 보인다. 특히 이 근로시간단축 법안이 통과돼도 1년 뒤에나 시행되도록 정하고 있다. 당장 통과돼 발효돼도 2017년에나 시행될 것인데 그럼 국회를 통과해 봐야 내년까지는 일자리 하나 창출할 수 없는 법인 것이다.

노동개혁법안의 두 번째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다. 지급기준인 실직 전 평균임금을 높이고, 지급기간을 확대한다는 개정안이다. 실업급여 보장수준을 높이는 것이니 일자리 창출 대책은 아니다. 더구나 이 법안에서는 현행 이직 전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이면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을 이직 전 24개월 동안 270일 이상으로 구직급여 기여요건을 강화해서 규정하고 있다(의총자료). 오히려 급여 수급을 받기 어렵다.

세 번째는 출퇴근 재해를 보상하겠다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다. 역시 일자리 창출과는 무관하다. 네 번째가 기간제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 더하여 2년 연장을 허용하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개정안이고, 다섯 번째가 고령자·전문직·뿌리산업 등에 파견대상을 확대하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이다. 사용자로 하여금 비정규직을 보다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분명히 이 법안의 개정으로 비정규직 일자리는 창출할 수는 있겠다. 대신 정규직 일자리는 줄어든다. 정규직을 사용하면 파산·폐업하고, 비정규직을 사용하면 운영할 수 있는 사업장 투성이라면 이런 비정규직 확대법을 시행해야만 일자리가 유지될 수 있겠다. 하지만 어차피 조건이 열악한 중소영세 사업장이야 정규직이라도 최저임금 수준을 겨우 웃돈다. 그러니 비정규직이라야 일자리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것이 전부다. 지금 이 나라에서 대통령까지 나서 국회 처리를 종용하고 있는 노동개혁 5법은 도대체 일자리가 없다. 새누리당이 의원총회에서 결의해서 발의했다는 노동개혁법안으로 창출되는 일자리가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뭔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쓸데없이 걱정을 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고, 괜히 국회를 탓하고 있는 것이다.

3. 만약 이런 나라 대통령이라면 우리 젊은이의 일자리 걱정을 어떻게 해야 제대로 하는 것일까. 위에서 본 것처럼 노동개혁 5법이 입법돼 봐야 일자리가 창출될 것은 아니니 국회를 비난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노동부 등 행정부처가 제대로 법 집행을 하지 않아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야 할 것이다. 그러면 휴일근로와 법정근로시간·연장근로에 관한 노동부의 행정해석이 문제라는 걸 파악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때는 직권상정하라고 국회의장을 찾아가 압박할 것이 아니라 노동부 장관을 불러야 할 것이다. 노동부 장관에게 “당신에게 1주일은 7일이 아니고 일요일 등 휴일을 빼고서 6일이나 5일이냐”고 묻고, 만약 장관이 그렇다고 대답을 한다면 그가 무지하다는 것이 확인됐으니 대통령은 장관에게 “당장 행정해석을 바로잡아라”고 지시하면 된다. 그것으로도, 대통령으로서 당장 할 수 있는 일로도 주 52시간을 초과한 근로를 규제할 수 있을 테니 “우리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은 조금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 우리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걱정하고 있다면 한마디 더 덧붙일 것이다. “제발 우리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대로 줄 수 있는 법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자.”

4. 21일에도 한국경총을 비롯한 경제 5단체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개혁법안의 빠른 처리를 국회에 촉구했다. 성명을 통해 경제 5단체는 “노동개혁을 하지 않으면 청년일자리 창출도, 지속적 경제성장도 어렵다는 절박한 위기의식 속에서 이뤄 낸 대타협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법률안들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경제계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나라에서 자본도 이렇게 노동개혁법안을 처리하라고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사용자들의 단체도 정부와 마찬가지로 노동개혁 5법을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안이라며 국회 처리를 종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용자들의 단체가 이렇게 주장하는 것이야 자본의 이익을 위한 것이니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에게 보장해 주는 법안의 빠른 처리를 국회에 촉구할 만하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돼 시행된다면 분명히 사용자들은 정규직이 하던 일을 비정규직이 하도록 해서 보다 많은 비정규직을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런 법안을 두고서 지금 정부가 말하듯이 “우리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정규직 대신 보다 많은 비정규직을 사용하도록 사용자에게 보장하는 법을 두고서 우리 젊은이들에게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이라고 감히 말할 수는 없다. 오로지 사용자 자본을 위한 일이 정부 권력의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지 않는 한 새누리당이 의원총회에서 의결해 발의한 노동개혁 5법이 “우리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 21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국회의 노동개혁법안 논의에 진척이 없어서 국민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지금 이 나라에서 노동개혁법안을 국회가 처리해 주지 않아 국민들이 답답해하는지, 어떤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노동부 장관·총리·대통령의 마음이 답답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법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그것이 “우리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인지 따져보지도 않은 채 그들은 걱정하고 답답하다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노동개혁법안을 두고서 일자리 없는 법안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이제 지겹다. 제발 “우리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안을 두고서 대통령과 총리가 걱정하고 답답하다며 국회의 빠른 처리를 요청하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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