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해고자의 복직 길이 열렸다는 뉴스를 접하니 여러 장면과 사람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쌍용차와 처음 인연을 맺었던 시기가 2002년 이맘때였다. 쌍용차 노사관계를 진단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부터 평택공장과 인연을 맺었다. 그때만 해도 쌍용차는 ‘대한민국 1%’라는 광고가 유명했던 렉스턴으로 한창 잘나가는 회사였다. 한 해 매출이 3조4천173억원이었고 영업이익만 3천183억원을 기록할 정도였다. 생산직만 5천명이었고 전체 직원은 7천명 정도였다. 당시 프로젝트 파트너였던 신입 실무자가 연말 성과급으로 1천500만원을 받는 걸 보면서 무척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잘나가던 회사가 2004년 상하이로 넘어갔고, 2009년에는 2천646명을 감원대상자로 결정했다. 대부분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절망퇴직’을 했고, 생산직 159명은 해고자가 됐다.

며칠 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를 나오면서 기자회견을 했다.

“저는 해고노동자입니다.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해고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아이들은 꿈을 포기해야 하고 단란했던 가정은 파탄 났습니다. 불나방처럼 떠돌다 때로는 생과 사의 결단을 강요받고 실제 생을 포기한 동료가 많았습니다. 누구의 잘못입니까?”

한상균은 민주노총 위원장이자 쌍용차 해고노동자다. 그는 2009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이었다. 회사 정리해고에 맞서 77일 파업을 하고 꼬박 3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출소해서는 다시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에 있는 철탑에 올랐다. 그때가 대통령선거를 앞둔 2012년 11월이었다.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는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박 후보는 대통령이 됐고 3년이 흘렀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쌍용차 문제를 외면했다. 그러자 이창근과 김정욱이 회사 안 70미터 높이의 굴뚝에서 101일 동안 한겨울을 보냈다. 김득중 지부장은 45일씩이나 단식을 해야 했다.

그렇게 해도 해고자 복직을 미적거리기만 하던 회사가 태도를 바꾼 것은 기업노조 선거 결과의 영향이 컸다. 기업노조 선거에서 2009년 파업 당시 노동조합에서 간부로 활동했던 홍봉석 후보가 새 위원장으로 당선되면서 해고자 복직 협상이 급진전했고 최근 잠정합의안까지 마련한 것이다.

잠정합의안을 내용만 놓고 보면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무엇보다 해고자들이 만족할 만한 내용이 아니다. 잠정합의안은 해고자를 2017년 4월까지 복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인원충원시 해고자·희망퇴직자·신규입사자 비율을 3대 3대 4 비율로 선발하기로 했다. "노력한다"와 "334 비율"이 해고자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조합원 찬반투표에서도 찬성 58표와 반대 53표로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럼에도 잠정합의안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어렵더라도 해고자가 복직하는 길이 열렸다는 것에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배경은 쌍용차의 실적 때문이다. 쌍용차의 올해 판매실적을 보면, 해고자 전원이 동시에 복직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생산량이 늘어야 고용을 늘릴 수 있는데, 쌍용차 생산량이 늘지 않고 있다. 올해 쌍용차는 새로 출시한 티볼리 덕에 겨우 살았다. 10월까지 누적 생산량이 10만9천545대였는데, 이 중 티볼리가 5만897대를 차지했다. 절반 가까운 46.4%가 티볼리였다. 생산량 감소는 수출이 막힌 탓이다. 생산실적이 이런 상황에서 당장 대규모 신규고용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2017년 상반기 복직은 불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150명 남짓 되는 해고자가 모두 복직하려면 회사 입장에서 500명 이상의 인원이 필요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한 조건은 쌍용차 3개 생산라인 중에서 3라인이 2교대로 가동될 수 있는 생산량이다. 이 조건이 실현되려면 2017년 상반기에 신차를 출시하고, 3라인에서 생산해야 한다. 주간연속 2교대 근무형태를 변경해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해고자 전원이 복직할 수 있는 신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잠정합의안에 표현된 2017년 상반기까지는 1년6개월 남았다. 잠정합의안에는 "해고자 복직을 위해 "노력한다" 정도로 표현됐지만, 그 약속은 절대 가볍지 않다. 잠정합의안을 약속한 3주체, 특히 회사는 이 기간에 500명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신차를 출시해야 한다. 그것은 한상균 위원장이 물었던 "누구의 잘못이냐"에 대한 최소한의 답이 될 것이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