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취업규칙 변경지침이나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내용, 기간제 사용기간을 연장하고 파견 허용업무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9·15 노사정 합의를 반영했다는데 합의 당사자도 인정하지 않는 내용이다. 무엇보다 해고 요건을 명확화하면서 기업 구조조정 실시 여부는 단체교섭·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문구를 넣었다. 해고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경제상황 악화를 대비하는 조치로 보이는데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권을 부정한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70년대 긴급조치를 2016년 노동자에 들이대나

▲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기업의 구조조정은 노동자의 밥줄과 직결되는데 정부가 이를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노동 3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정리해고 여부를 둘러싼 부분은 법적으로 다툼의 소지가 있을 텐데 이와 관련한 모든 이슈에 대한 노동쟁의를 불법화하겠다는 의도는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에 대한 70년대 긴급조치 수준 아닌가.

97년 정리해고 관련 법률을 도입할 때도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을 때에만 해고를 하도록 제한했다. 즉 현행법에서도 이미 경영상 해고에 대한 나름의 요건이나 절차를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 후 이 같은 해고는 상당히 남용되고 있다. 이제는 기업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언제라도 해고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경영상 해고 절차를 얼마나, 어떻게 강화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최근 논란이 된 두산인프라코어만 봐도 경영진이 엉뚱한 인수합병을 한 것이 부채 누적의 원인이었다. 대주주들은 거액의 배당금을 받아가면서도 20대까지 구조조정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제어할 생각은 안 하고 지금까지 논의되지도 않았던 이야기를 꺼내면서 노동자의 쟁의권까지 제압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4대 개혁과 규제개혁에 공감

▲ 김판중 한국경총 경제조사본부장

내년 우리 경제는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경제 성장 둔화라는 G2 리스크와 1천200조원에 근접한 가계부채·수출부진 등의 악재가 중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시점에서 지난 16일 정부가 2016 경제정책방향으로 4대 부문 개혁에 기반한 경제혁신과 대내외 불확실성 극복을 통한 경제 활력 강화 등에 주력하기로 한 것은 매우 적절한 대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개혁과 체감도 높은 규제개혁이 우리 경제 활성화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는 것에 경영계에서도 공감하고 있다.

특히 규제 프리존(free zone) 설정을 통해 지역별 전략산업 집중 육성하고 코리안 블랙프라이데이 정례화, 선제적 리스크 관리 강화 등은 우리 경제활력 회복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우리 경제성장을 견인하던 수출부진을 탈피하기 위해 유망품목을 육성하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한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주안점을 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뿐만 아니라 정치권·노동계·경영계, 그리고 국민 모두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모쪼록 우리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금번 경제정책방향이 차질 없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노동자 희생 강요하면 경제 못 살린다

▲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

정부는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내수 중심 회복세를 꼽았다. 정부 예상대로 내수가 회복하려면 최저임금과 노동자 실질임금이 인상돼야 한다.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차별 해소,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고용안정 대책이 동반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대책은 이와는 반대다. 일반해고·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재천명하고 공공·금융부문에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와 새누리당이 발의한 노동 관련 5대 법안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온갖 대책을 동원해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노동자에게는 고용불안과 노동조건 하향평준화 같은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대책은 가계 살림을 어렵게 하고 양극화를 확대해 내수를 침체시킬 것이다. 정부는 9·15 노사정 합의대로 비정규직을 축소하고 청년고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방향을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경영상 해고(정리해고)로 길거리로 내쫓길 위기에 처한 노동자의 쟁의권마저 제약하려는 대책을 내놨다. 우리나라에서 해고는 살인과 마찬가지다. 특히 경영상 해고는 다수 노동자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행위다.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앗아 간다면 노동자는 더 큰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기업이 부당하게, 마음대로 노동자를 해고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자 저항권은 보장돼야 한다.


노동재앙 기정 사실화한 경제정책방향

▲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

정부가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해 노동재앙을 기정 사실화했다. 국회에선 노동개악 입법 논란이 첨예하고, 민주노총은 총파업으로 맞섰다. 한국노총 또한 노사정 합의 파기를 거론하는 등 노동개악은 명분을 상실한 사회적 갈등 사안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깡그리 무시하고 "5대 개혁법안 입법을 2015년 말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2016년 정부 경제정책방향이 노동자에겐 재앙이고 일방통행식이 되리라는 선포다. 정부와 자본은 노동개악을 2016년 경제위기-구조조정 대책과 맞물려 그 토대로 활용할 계획이다.

노동을 쥐어짜 불안한 시장여건에 대비하겠다는 것이고, 경영위기에 봉착하면 노동자를 희생시켜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조조정(경영상 해고)에 대한 쟁의행위를 불법화시켜 금지하겠다는 방안은 가히 압권이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자본의 요구가 반영된 정책인데, 매우 폭력적이다.

정부는 노동시간단축, 업무조정, 전환배치 및 전직, 훈련 등 해고회피노력을 구체적으로 강화하겠다는 대책으로 해명하지만 이 또한 기만이다. 그러한 해고회피노력은 오히려 현실에선 노동자를 학대하며 해고를 압박하는 노력으로 둔갑하기 일쑤다.

결국 내년 경제정책방향은 차라리 임금 및 고용축소 방안으로 불러야 할 정도다. 공공기관엔 정상화란 미명하에 성과주의 노무관리를 확립하겠다고 한다. 사용자의 요구를 전폭 수용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늘려 상승을 억제하고, 업종별·지역별 차별도 두겠다고 한다. ‘인력중개시장 건전성 및 품질제고’라며 직업안정법도 개악해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을 더 확산시키겠다고 한다. 노동자는 숨이 막힌다.


내년도 노동유연화는 진행형, 노조 무력화가 종착지?

▲ 유성규 노무사(노무법인 참터)

2016년에도 정부는 노동유연화를 관철시키려는 시도를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노동 관련 5대 법안을 통과시키라고 청와대가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을 일회성으로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노동시장 유연화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를 밀어붙일 것이다.

노동유연화를 저지하기 위한 세력의 힘이 관건이다. 정부의 이른바 노동개혁에 대한 반대 여론을 조성하지 못한 것도 안타깝다. 5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나 저성과자 해고도 내년에 법안으로 발의될 가능성도 있다. 대공장 노조의 경우 단체협약 또는 노사 합의로 정부의 노동시장 개악을 어느 정도 무력화시킬 수 있겠지만 노동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잖을 것이다.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의 최종 목표는 노동조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카드를 정부가 꺼내 들 것으로 본다.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이유로 법외노조 통보를 한 전교조가 대표 사례다. 타임오프와 교섭창구 단일화 등 노조를 흔들 수 있는 시도를 통해 노동조합의 조직력을 흔들어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밀어붙일 것이다. 병신년인 2016년에도 노동시장 개혁은 현재진행형일 것이다. 정부의 노동개악을 노조와 야당이 견제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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