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민주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2013년 정부는 공공기관 비정규직대책을 발표하고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한 무기계약 전환을 추진했다. 상시·지속적 업무 판단기준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석을 내놨다. “과거 2년 이상 계속되어 온 업무로서 향후에도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라는 정의가 그것이다.

2015년 그는 기간만료를 이유로 해고됐다. 그는 공공기관에서 근무한 기간제 노동자다. 2013년 채용됐고, 1년의 기간을 정한 기간제로 근무했으며, 애초 1년 동안만 진행되는 일이 아니므로 당연히 기간을 연장해 계속 근무했고, 그 다음 1년이 지나서 계약기간이 만료돼 근로관계를 종료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국민권익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고용노동부 등을 거쳐 우리 사무실을 찾아왔다.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찾아온 곳이었다. 그의 손에는 커다란 봉투가 들려 있었고, 그 속에는 다름 아닌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각종 비정규직대책에 대한 정책 자료들이 들어 있었다.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한 해고에 대한 상담은 사실 수학문제를 푸는 것과 유사하다. “근로자 A가 2년간 기간제로 일하다가 계약만료를 이유로 근로관계가 종료됐다. 이것이 해고인지 증명하라.”

이를 증명하는 데에는 기간만료가 해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리, 즉 공식이 필요하다. 재계약 내지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형성됐는지 여부가 그것이고, 기대권이 존재하는 근로자에 대하여는 기간만료를 이유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킬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이다.

"계속 근무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나요?"라는 말에 그는 답한다. “제가 하던 업무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근무하면서 평가가 나쁜 것도 아니었습니다. 정부가 공공기관에서 상시·지속적 업무를 하는 근로자에 대한 무기계약직 전환을 약속했는데 당연히 계속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죠.” 당연하고도 상식적이 답변이다.

얼마 전 요상한 설문 결과가 언론에 공개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제목은 “기간제 노동자들 71.7% 기간제 기간연장 법안에 동의”다. 설문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결과만 부각됐는데, “2년만 다니고 해고될 가능성이 높은데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데 동의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임이 밝혀졌다. 해고의 공포를 전제로 진행된 강요된 답변이다.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하여는 기간제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데 기간제로 2년 더 연장하는 데 동의합니까?”로 설문 내용을 변경하면 답은 달라질 것이다.

노동자의 손에 꼭 쥐어져 있는 봉투 속에는 '상시·지속적 업무'를 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라는 기간제의 고용문제에 대한 정확한 정답이 들어 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상시·지속적 업무를 판단하는 ‘과거 2년, 향후 2년’이라는 기간은 현재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2+2 기간연장' 법안 내용과 같다.

이미 해결의 답은 나와 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사용기한 연장이 기간제 근로자를 살리는 길이고, 유일한 길이며, 심지어 그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그들에게 오답을 강요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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