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그가 구속됐다. 불법 집회시위를 주도했다고 그는 구속됐다. 지난 13일 일요일 새벽에 서울중앙지법 김도형 영장전담부장판사가 발부한 구속영장에 의해 법적으로 구금됐다. 이미 이달 10일 조계사를 걸어 나오면서 경찰에 체포돼 구금돼 있는 상태였다. 정리해고된 쌍용차 동료들이 2017년 상반기까지 복직할 수 있도록 하는 노사합의를 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날인데도(매일노동뉴스 12월14일자 2면), 그의 거처는 경찰서 유치장과 구치소다. 2009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으로서 2천646명의 대량 해고에 반대하는 정리해고 저지 투쟁을 하다 구속돼서 3년간 징역형을 살았다. 그가 노동개악 저지 투쟁을 하다 다시 구속됐다. 한상균. 그는 오늘은 쌍용차 해고자가 아니라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구속됐다.

2. 지난달 14일 민중총궐기대회 뒤 조계사에 들어가자 ‘자진퇴거냐 체포냐’를 두고서 그를 말했다. 노동개악의 강행이냐 저지냐. 그가 던진 이 화두를 두고서 그를 말하지 않았다. 권력과 자본의 말을 앞장서 옮기기 바쁜 이 나라 신문과 방송은 수배자가 조계사에 숨어들었다고, 조계사에서 나가라는데도 버티고 있다고, 몰염치하게도 의탁하고 있는 조계사를 그가 SNS에서 비방했다고, 체포되면서도 기자회견으로 불법파업을 선동했다고 그를 비난했다. 이 나라는 온통 자진퇴거냐 체포냐로 선악을 갈랐다. 정치든 종교든 권력이든 신이든 악의적이고 비열했다. 솔직히 나는 조계사가 그를 보호해 주기를 바랐다. 나는 조계사가 그를 내쫓지 않기를 바랐다. 나는 조계사가 말하는 ‘화쟁’이 그를 머물게 하고, 경찰의 영장집행을 막아 주지는 못해도 사찰 침탈이라고 비난하기를 바랐다. 나는 화쟁위원회가 자진퇴거와 영장집행 사이의 절충이 아니라 권력과 자본 앞에서 당당한 화쟁이기를 바랐다. 지난 10일 그는 조합원들에게 노동개악을 저지하는 투쟁을 당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조계사문을 걸어 나가 체포됐다. ‘나무아미타불’, 염불은 스님이나 절을 위한 것이었던가. 조계사의 화쟁이 그를 조계사를 떠나도록 한 것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화쟁의 말이 너무 가볍다. 아니 권력과 언론, 일부 신도들의 눈치를 보는 말이니 천박하기조차 하다. 자진퇴거와 체포. 무엇인가. 돌이켜 보면 그가 조계사에 머문 25일 동안, 이 나라는 노동자권리 삭감하려는 권력과 자본에 감히 맞설 용기도 그럴 의지도 없었다. 그걸 법이니 화쟁이니 고귀한 추상의 말, 미사여구에 숨기는 우리의 세상은 비열하고 악의적이었다.

3. 2000년 나는 독일노총(DGB) 초청으로 독일 금속노조·노총 등 노동조합과 노동법원 등을 돌아다니며 노조간부·판사를 직접 만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들은 적이 있었다. 그것은 이후 내가 노동법원에 관한 토론회를 조직하고 연구책자를 발간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나는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법률원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파업과 집회시위로 체포·구속된 민주노총과 연맹, 그리고 단위노조 위원장 등 수많은 노조간부들을 변호하던 터라 독일에서는 어떤지 물었다. 그들은 처음에는 내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파업이나 집회시위를 했다고 위원장 등 노조간부들이 체포·구속된다니 납득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여 말하기를 만약 독일에서 노총 위원장이나 금속노조 위원장이 노동개악 저지를 위한 파업과 집회시위를 주도했다고 체포·구속된다면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며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오늘 이 나라에서 한상균 위원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국제노동기준은 민주노총 같은 노동자 조직이 노동자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에 관련된 법안에 반대하는 파업을 불법이라 보지 않는데 대한민국은 노동자의 고용·임금·근로조건 등의 권리를 후퇴시키는 법을 만드는 것에 총파업을 한다고 하면, 법원이 판단하기도 전에 검찰은 ‘불법파업 엄단’이라는 딱지를 붙이며 파업 자체를 불온시하는 슬픈 나라”라며 재판장에게 자신은 “노동법 개악을 반대하는 집회를 몇 차례 개최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재판장님 앞에 서게 됐다”고 최후진술을 했다. ‘슬픈 나라’여서인지 몰라도 슬프게도 이러한 최후진술을 한 한상균은 구속됐다. 그가 말한 대로 이 나라는 아직도 “파업 자체를 불온시하는 슬픈 나라”다. 노동자권리 삭감하는 노동개혁법안 입법에 반대하는 파업은 불법파업일 뿐만 아니라, 웬만해선 범죄로 처벌된다. 그러니 집회시위를 통해 주장을 외치게 될 수밖에 없는데 집회시위에서 발생한 폭력·파괴 등이 발생하면 그 행위자만이 아니라 당연하게 주최자는 처벌받는다. 무엇보다도 그것으로 한 나라의 노동조합 최상급연합단체인 노총의 위원장을 수배하고 체포·구속하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행해지고 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당연하게 위원장이 져야 할 법적 책임의 절차이고, 노총도 노동조합도 그리고 조합원들도 종전과 다름없이 자신이 해 오던 일을 할 뿐이다. 오히려 내가 한상균 위원장이 구속됐다고 이렇게 핏대를 올리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여길지 모를 일이다. 이것은 무엇인가. 당연해서는 안 되는 일이 당연한 일로 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위원장 한상균의 구속은 당연해서는 안 되는 일인데 이 나라는 우리는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다. 비열하고 악의적이라고 말할 순 없어도 떳떳하기에는 우리는 너무 태연하다.

4. 민주노총 위원장 한상균에 대해서 이 나라는 비열하고 악의적이었다. 그가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했던 노동개악 저지 주장을 권력은 짓밟고 언론은 외면했다. 오히려 조계사를 나서면서 그가 한 기자회견문에서 밝힌 대로 “비정규 노동자를 대변하지 않는 귀족노동자들의 조직”이라고 민주노총을 욕하고 민주노총을 폭력집단으로 낙인찍고, 한상균을 폭력집단의 괴수로 몰아 마녀사냥을 했다. 그리고 그가 영장실질심사의 최후진술에서 밝힌 것처럼 그것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니 나는 그가 한 말을 옮기기라도 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 이 마녀사냥의 광풍에서 침묵하지 않았노라고, 나아가 마녀사냥에 맞서 이성의 소리를 했었노라고 이 시대를 살아간 자로서 우리는 떳떳하게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한상균은 자신을 구속하고 석방할 권한을 가진 재판장 앞에서 자신이 박근혜 정권이 추진하는 노동개혁 저지 투쟁을 한 이유를 이렇게 진술했다. “해고를 쉽게 하는 지침이 발표되면 그나마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방어라도 가능하지만 1천600만 노동자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길거리로 내쫓길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마련한다는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을 두고서 한 말이다. 노조 조합원이라면 노조를 통해서 단체협약 등으로 일반해고를 제한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노동자들은 사용자가 일반해고를 도입하는 걸 저지하기 어렵다. 이어 “사장이 취업규칙을 노조나 조합 과반수 동의 없이도 마음대로 바꾼다면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들의 권리는 없어지고 말 것”이라고 한상균은 진술했다. 노동부가 마련하고 있다는 가이드라인에서 사회통념상 합리성 운운하며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일반해고 제도를 도입하는 기준도 포함하겠다니 한상균이 한 말이다. 계속해서 정부의 노동개혁법안 중 비정규직법안에 관해서 한상균은 “비정규직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노동을 무제한 허용하면 대한민국 어느 사장이 정규직을 채용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가 2년 만에 사실상 해고당할 처지에 있는 기간제 노동자의 절박하고 절실한 심정을 몰라서, 그리고 파견노동이라도 하기를 원하는 비정규 노동자의 처지를 알지 못해서 이렇게 말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러한 비정규 노동자의 일자리를 내세워 비정규직법안을 개정해서 비정규 노동을 확대하겠다고 선전해 왔다. 상시적으로 사용하는 사업장 업무에는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할 국가의 법률이 기간제로, 파견직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비정규직법으로 허용해 왔던 것이 문제였다. 그런데 기간을 늘리고 대상 업무를 확대해서 사용자가 비정규직을 기간의 제한을 덜 받고 더 폭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노동개혁법안이다. 한상균 위원장의 반문에 누가 감히 아니라고 답을 할 수 있겠는가. 박근혜 정권의 주장대로라면 해고를 제한하고, 노동시간을 규제하며, 최저임금을 정해서 노동법은 사용자가 노동자를 사용하는 데 장애가 되는 법이니 폐지해야 할 법이 되고 만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맘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노동자를 위한 법이라고 한상균을 구속한 권력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비율은 50%를 넘었고 세계 최고”라는 나라에서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한상균은 반문했지만 권력은 오늘도 그것이 노동개혁이라며 밀어붙이고 있다. 한상균은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최후진술 말미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80만 조합원과 2천만 노동자의 권리와 생존권을 책임져야 할 노동자 대표로서, 부끄럽지 않게 제가 감당해야 할 책임과 몫이 있다면 피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상균은 자신의 말로 이렇게 진술했지만 그것을 우리는 우리의 말로 읽어야 할 것이다. 노동자권리를 삭감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부끄럽지 않게 자신이 감당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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