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실적부진으로 매각설과 구조조정설이 끊이지 않았던 독일계 생명보험사 알리안츠생명이 조만간 매각을 포함한 인력·조직 구조조정 방안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성원들의 고용불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알리안츠생명노조는 상급단체인 사무금융연맹과 생명보험업종본부·정당·시민단체와 함께 알리안츠생명 구조조정 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른 대규모 구조조정=13일 알리안츠생명 구조조정 대책위원회(위원장 이형철)에 따르면 알리안츠그룹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AZAP) 최고경영자(CEO)인 조지 사르토렐 회장과 이명재 알리안츠생명 대표이사는 이달 17~18일 독일 뮌헨 그룹 본사에서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 처리방안을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인 이형철 대책위원장은 "회사가 매각이나 설계사 영업 폐지(런 오프), 별도 GA(보험대리점) 법인 설립(트랜스포메이션) 등 세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그룹 본사가 최종안을 결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은 이달 2일 방한한 사르토렐 회장이 3일 임원·부서장급 연석회의에서 언급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사르토렐 회장은 "세 가지 방안 모두 다른 나라에서 성공한 경험이 있다"며 "나는 트랜스포메이션을 선호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명보험업계가 저금리에 따른 금리 역마진이라는 직격탄을 맞으면서 알리안츠생명도 2012년 321억원, 2013년 51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64억원 흑자를 냈지만 올해 상반기에 다시 적자로 전환했다. 실적 부진이 계속되면서 알리안츠생명은 올 들어 경영컨설팅회사인 매킨지에 경영진단을 의뢰했고, 매킨지는 △매각 △런 오프 △트랜스포메이션 방안을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한쪽에선 폐업, 다른 쪽에선 창업?=물밑으로만 떠돌던 매각설과 구조조정설이 현실화하자 직원들은 발칵 뒤집혔다. 대책위 관계자는 "직원들은 매각도 매각이지만 대규모 구조조정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설계사 영업 폐지와 별도 GA법인 설립을 더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A는 한 금융회사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금융회사와 제휴를 통해 금융상품을 파는 영업 형태를 말한다.

알리안츠생명의 주력 영업채널인 설계사 영업을 폐지할 경우 정리해고 요건이 충족되면서 3천500여명의 설계사와 설계사들을 관리하는 지점장·총무 등 영업 관련 부서 직원 650여명이 정리해고 1순위가 된다. 최근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고용을 승계하는 자회사 형태의 GA법인을 시범적으로 만들어 영업채널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긴 하지만 자회사가 아닌 별도로 독립된 GA법인을 설립한 곳은 없다.

대책위는 "한쪽에서는 설계사 영업을 폐지해 정리해고 요건을 갖춰 쫓아낸 뒤 GA법인을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로 채워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지점장은 계약직으로 채용해 실적과 연동한 보수를 지급하고, 총무직은 아르바이트 같은 단기 임시직을 쓴다는 얘기다.

GA법인 설립을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르토렐 회장도 지난달 금감원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형철 대책위원장은 "생명보험업계에서는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는 계획을 금융당국이 허용해 줄 경우 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별도 GA법인 인허가 신청을 반드시 불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알리안츠생명 구조조정과 관련한 금감원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할 방침이다.

한편 알리안츠생명은 구조조정 관련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명재 대표의 독일출장 일정은 잡혀 있지 않다"며 "사르토렐 회장 역시 방한 당시 구조조정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계 전반이 어렵기 때문에 조직적으로 어려움을 잘 타개해 보자는 취지의 말만 했다"며 "모든 게 루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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