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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공포럼 편집위원장 김장호 숙명여대 교수] “정부 개입 없는 노사 사회적 책임 운동 벌이자”
▲ 정기훈 기자

“노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을 끊임없이 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사회적 운동을 통해 노사의 태도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사공포럼이 펴내는 계간지 노사공포럼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장호(63·사진)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는 최근 ‘사회적 책임 정립과 확산을 위한 규범화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노사가 원·하청 상생이나 비정규직 차별금지 같은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게 하기 위해 사회적인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자고 제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잘 이행한 기업을 (가칭)노사상생관계 우수기업으로 인증해 각종 혜택을 주자고도 했다.

자칫 관변운동이나 정부 주도 노사문화대상·노사문화우수기업류로 오해할 수도 있다. 실제 노사문화대상과 노사문화우수기업의 경우 정부 정책을 빨리 도입하거나, 노조가 회사에 임금단체 교섭을 위임한 기업들에게 주로 주어지면서 신뢰성에 금이 간 상태다. 간혹 부당노동행위 논란이 불거진 기업들이 상을 받기도 한다.

김장호 교수가 주장하는 방안은 정부 개입을 철저히 배제한 가운데 사회운동을 펼치는 것이다. 예컨대 노사가 △최저임금 준수 △노조 인정 및 경영참가 보장 △원·하청 상생과 공정거래 △비정규직 남용 방지와 차별금지를 잘한 기업을 우수기업으로 인증하자는 제안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에 있는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김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노동개혁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노동시장 이중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적 운동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내년부터 노사 사회적 책임을 실현 운동을 펼치기 위해 재원을 마련하고 조직구성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사의 사회적 책임 이행 규범으로 △일자리 창출과 질 제고 △대·중소기업 노동조건 격차 완화 △비정규직 남용 방지·차별 개선 △기업 정보공개 확대와 투명경영 △공정거래·노동관련 법 준수 및 관행 확립을 강조하고 있다.

- 노사에 주문하는 사회적 책임 이행 범위가 9·15 노사정 합의 의제와 비슷한데.

“노동개혁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자는 것이다. 노사정 합의도 중요한데, 이를 실현하려면 행위 주체들의 태도가 변해야 한다. 비정규직이나 최저임금 문제를 보자. 제도를 바꿔도 편법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많지 않나. 특히 대기업노조는 보다 열악한 노동자들을 위해 자기 몫 일부를 내려놓을 각오를 해야 한다. 기업은 노동인권적 차원에서 비정규직 남용·차별을 하지 말아야 한다. 원·하청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인 운동을 통해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제도개선만으로 노동시장 격차해소 어려워”

- 정부가 변해야 할 대목이 많지 않나.

“노동시장 왜곡이나 비정규직 남용·차별 문제는 법이 부족해서 나타난 게 아니다. 현재 법으로도 비정규직 남용을 막을 수 있다. 근로감독 같은 정부 노동행정이 공정하지 못하니까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나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과 관련해 정부가 보인 모습이 대표적이다. 법원 판결조차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 않나.”

- 지난해 박근혜 정부 1주년 관련 토론회에서 노동친화적인 자세를 정부에 주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뜻이었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그런 신호를 보내면 노동행정 기관과 경찰·법원에는 보이지 않는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한다.

박근혜 정부가 저울추를 노동 쪽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파견 허용범위나 기간제 사용기간을 늘리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전체 다수가 수긍하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논의를 좀 더 숙성시켜야 한다. 지금은 근로감독을 철저히 해서 비정규직 남용을 막아야 하는 시기다.”

- 최근 노사공포럼이 주최한 청년일자리 토론회 사회를 보면서 “정부 청년고용 정책을 보면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는데.

“정부가 지난해에는 안 그러더니 올해는 갑자기 청년고용을 내세워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했다.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노사정 합의와 청년고용 문제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연결되는지 전문가가 봐도 알 수가 없다. 사회안전망에서 열외된 청년들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수당 같은) 안을 내면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가 협조해서 고민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청년고용협의체가 만들어졌는데, 거기에 청년 대표성을 지닌 청년유니온이 배제돼 있다. 청년유니온은 노조 설립신고증도 갖고 있다. 그런 면에서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정치적 편가르기라는 느낌이 든다.”

- 노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면 제도개선이 뒷받침돼야 하지 않나.

“제도개선은 끊임없이 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만 가지고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주체들이 의식을 전환해야 한다.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면 ‘정부의 페이스에 말려드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노동운동도 잘해야 하지만 좋은 의미의 사회적 압력을 확산시킬 필요도 있다. 우수한 사례를 찾아 인증하고 혜택을 주는 것은 노사가 사회적 책임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정부, 노동개혁 홍보비로 사회운동 지원하라”

- 제대로 된 사회적 운동을 하려면 정부 개입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은데.

“정부가 나서면 안 된다. 새마을운동 같은 관제운동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립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민간단체가 맡으면 좋을 것이다. 사단법인 노사공포럼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면 된다. 요즘 정부가 청년고용이다 뭐다 하면서 홍보비를 꽤 쓰고 있다. 그 비용의 일부라도 민간단체를 지원하는 데 사용하면 건전한 사회적 압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다만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 민간단체가 자율적으로 하게 놔두고 예산만 지원하는 ‘팔길이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 된다’는 식의 편 가르기를 하면 안 된다.”

- 노사상생관계 우수기업을 인증하자고 제안했는데, 정부가 시행 중인 노사문화대상·노사문화 우수기업과 어떻게 다른가.

“정부가 시행하는 선정지표는 한계가 많다. 노사상생관계 우수기업 선정지표에는 최저임금 준수 여부와 노동관계법령 준수, 노조의 경영참가, 집단적 노사관계까지 넣을 것이다. 정부가 하는 것보다 글로벌한 사회적 책임 기준을 만들려고 한다. 단단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한편 김 교수는 (가칭)한국노사관계인증원이라는 기구를 만들어 인증 접수·심사 절차를 진행하는 방안을 설계 중이다.


김장호 교수는
참여정부에서 직업능력개발원 원장과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상무위원,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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