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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강영구 변호사(전교조 상근변호사)
▲ 강영구 변호사(전교조 상근변호사)

“머리가 단발이 아니면 머리 묶어야 하고 똥머리도 못합니다”(수원 D고등학교)
“손톱 길이는 1밀리미터 이하”(부산 D고등학교)
“교복 위 사복 착용 금지”(충북 J중학교)
“여학생의 스타킹은 살구색, 검정색만을 허용함. 커피색은 학생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허용하지 않음”(부산 J고등학교)
“언행이 불손한 학생, 학생다운 행동을 하지 않는 학생은 벌점”(광주 S중학교)
“교사지도불응 벌점 3점”(강원도 M고등학교)

지난달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가 이른바 ‘불량학칙’을 공모했다. 전국에서 100여개 불량학칙이 제보됐다. 대부분 학생들은 자신들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간섭하는 학칙의 불합리함을 호소했다. 교복 위 외투 착용을 금지하는 학칙에 대해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추운 날 도대체 왜 외투를 입으면 안 되는 거죠?”

지난 10월 대전 충남중학교 학생이 방과 후 교문 앞에서 하교하는 학생들에게 학교의 두발규정을 비판하는 ‘충중 뉘-우스’라는 유인물을 배포했다. 그런데 충남중 학칙은 ‘학생을 선동해 질서를 문란하게 한 학생’을 징계사유로 정하고 있었다. 충남중은 학교 두발규정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한 것은 ‘학생을 선동해 학교질서를 문란하게 한 행동’이라며 해당 학생에게 교내봉사 등 징계처분을 했다. 그 과정에서 학교는 해당 학생에게 “나 ○○○는 두발규정에 맞춰 이발을 하겠습니다”는 내용이 기재된 서약서 작성도 요구했다. 해당 학생은 항변했다. 학교가 자신의 머리카락 길이를 정하고 있는데, 자신은 학교규정을 비판할 수 없는 거냐고. 학교규정을 비판하는 행동이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면, 학생은 한 번 정해진 학칙은 무조건 따라야만 하는 것이냐고.

국가에 ‘법’이 있듯이 학교에는 ‘학칙’이 있다. 학칙 중 학생생활규정은 학생들이 해서는 안 되는 행동과 할 수 있는 행동들을 열거하고 금지된 행동에 대해서는 벌점을, 권장된 행동에 대해서는 상점을 준다. 2011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의해 체벌 금지가 명문화되자 상벌점제가 도입됐다. 이러한 학칙은 당연히 상위법인 헌법과 법률 등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 학교의 학칙들은 ‘교사의 말이 곧 법’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헌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제한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기본권 제한은 공익 목적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칙에서 학생의 머리카락이나 손톱 길이를 제한하는 것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는 어떤 관계가 있는 지 알기 어렵다.

또한 법치주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은 금지되는 행위와 허용되는 행위를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어떤 행위가 금지되고 허용되는지 확신이 없는 국민은 처벌의 두려움으로 통상 그 행위를 포기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칙에서 징계사유로 삼고 있는 ‘언행이 불손한 행동’, ‘학생답지 않은 행동’은 그 자체로 어떤 행동을 금지하고 어떤 행동을 허용한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그 결과 금지되는 행동은 교사들마다 다르고 교사의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도처에 왕정의 유산들이 보이지만, 그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바로 이처럼 학칙에 의해 자신의 삶 전반을 지배당하는 학생이 정작 이러한 학칙을 제·개정하는 데 아무런 관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학칙에 따라 학생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하나, 대부분의 학칙이 학생 참여 절차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학생들은 입학한 순간부터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주어진 학칙을 졸업할 때까지 그저 참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 이미 정해진 바꿀 수 없는 운명처럼 말이다.

학교는 민주사회의 시민을 기르는 곳이라고 한다. 민주주의 사회는 위에서부터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을 무조건 따르고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스스로 결정하고 이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다. 최근 새누리당은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한다고 한다. 기업은 저성과자를 해고하는 취업규칙을 만든다고 한다. 자신의 머리카락 길이, 손톱 길이조차 스스로 결정할 수 없었던 학생들은 이제 사회에 나와 자신을 삶을 위협하는 취업규칙과 노동악법을 만나게 됐을 때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혹시 학교에서 그랬던 것처럼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그래서 다시금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지금 우리 학교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강영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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