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발의한 5개 노동법 개정안의 연내 통과를 주문하는 정부와 여당 인사들의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보수언론도 가세하고 있다. 15만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과 청년고용 확대, 경제 활성화를 언급하면서 마치 지금의 기회를 놓치면 큰일이 날 것처럼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들이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법률안들의 내용을 한 번 보기라도 한 것인지 묻고 싶다. 어째서 이들 법률안이 노동개혁 법안인지, 그리고 어째서 연내 처리가 그토록 간절한 것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먼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보자. 통상임금 정의규정 신설과 관련해 통상임금 제외금품 규정과 시행령 위임으로 인해 기준설정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행 판례의 통상임금 인정 범위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근로시간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은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는 정의 규정을 신설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적용함으로써 현행 주당 최대 68시간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한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행정해석(연장근로≠휴일근로, 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68시간)을 용인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개정안에 의하지 않더라도 '1주=7일'임은 당연한 것이며, 현행법상 근로시간은 1주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을 포함하면 주당 최대 52시간이다.

나아가 개정안은 휴일(주 40시간 초과)근로의 중복가산(할증)을 명시적으로 부인하고 오히려 휴일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며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근로시간단축 취지에 명백히 역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임금문제가 명확화(그리하여 노동시장의 분쟁해소) 된다거나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며, 이를 통해 15만개 신규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주장 역시 희망사항에 불과한 수준이다.

기간제법 개정안과 파견법 개정안의 경우 비정규 노동자의 처우개선과 고용안정 도모라는 당초 목표와는 정반대의 내용을 담고 있다. 비정규직의 노동조건 개선책도 일부 포함하고 있지만 이는 지엽적인 내용에 불과한 반면, 비정규직 사용 확대 효과가 분명한 35세 이상 노동자에 대한 기간제 사용기간 2년 연장과 광범위한 파견 허용업무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 만연한 불법파견에 대해 면죄부를 줄 수 있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기간제 사용기간과 파견 허용업무, 파견과 도급 구분기준 명확화 문제는 노사정 합의에서도 추가 논의과제로 명시했을 만큼 민감한 주제다. 이와 관련해 공동실태조사 같은 후속조치가 진행된 바 없고 노사정이 어떠한 내용의 합의도 한 바가 없다. 정부가 노동개혁 방안으로 내세우고 있는 ‘비정규직 보호’가 비정규직을 양산해 보호하겠다는 내용이 아니라면 개정안은 통과돼서는 안 된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에는 실업급여(구직급여) 지급수준을 높이고 지급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을 현행보다 강화해 더 오래 일해야(이직 전 24개월간 270일 이상 근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로 인해 비자발적으로 잦은 이직과 반복수급을 할 수밖에 없는 가장 열악한 근로환경에 처한 노동자들, 대표적으로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 단기계약직(농림·어업·건설업·단순 노무직종), 비정규 노동자가 수급 대상에서 배제되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노동개혁에 ‘노동’이 보이지 않는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노동법 개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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